2010-06-03 오후 8:22:17 Hit. 1791
별 헤는 밤(詩)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랜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이네들이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별이 아슬히 멀듯이,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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