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4 오후 11:08:06 Hit. 1709
막내딸이 남자 친구를 사귄다고 하더니 양가 부모가 상견례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정중히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결혼 얘기가 나왔다. 신랑측 어머니는 다른 자식은 다 결혼시키고 막내아들을 의지하고 살아왔다며 큰아들보다는 막내아들과 살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이 나오자 딸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한다는 대답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긴장된 시간이 계속되지만 딸아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그럼요! 여태까지 아드님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셨는데, 잘 모셔야죠.”라고 딸아이를 대신해서 말했다. 지금까지 딸아이를 애지중지 키우며 나름대로 열심히 가정 교육을 시켰는데, 그게 다 헛된 것 같아 진수성찬이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딸아이를 앉혀놓고 타일러보았다. 하지만 딸아이는 시어머님 모시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가 없었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 그래서 내가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시조부님을 모신 일, 코흘리개 육남매 시누이, 시동생들을 뒷바라지한 일 등 고된 시집살이를 한 얘기를 했다. 그러자 딸아이는 옛날에는 다 그랬다면서 내 말은 별로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딸아이를 교육시키고자 마음먹었다. 갈비를 사서 바구니에 담아 시어머님 되실 분에게 갖다드리며 ‘어머님’이라고 큰소리로 부르고 오라고 했다. 딸아이는 시어머니가 무척 기뻐하시더라며 자신도 흐뭇해했다. 그 후에도 과일, 꽃바구니 등을 만들어 인사를 갖다 오라고 여러 번 시켰더니 딸아이는 시어머니와 친해졌고 같이 사는 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얼마 후 딸아이를 결혼시켜 시댁으로 보내게 되었다. 딸아이는 시어머니 사랑을 듬뿍 받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며느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딸아이를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한 게 친정 엄마의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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