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3 오후 2:09:55 Hit. 1999
사자 몸속에 갇힌 파도 구출하기
홍일표
한여름 오후, 축축 늘어진 수양버들
오래 이어진 침묵의 돌덩이 툭툭 건드리다가
성냥골 속에 숨어있던 맹수 한 놈 꺼내볼까
파! 하고 일어서는 성깔 한 번 볼까
바닥에 주저앉아 평정한 천하를 짓뭉개다가
서서히 한 무더기의 똥이 되어가는
낮잠에 빠진 사자
동물원을 어슬렁거리다가
기어코 나는 돌멩이 하나 집어 들어
잠든 수면에 물수제비를 날린다
바다의 푸른 두루마리 좌르르 펼쳐진다
사자머리를 하고 달려드는 파도 몇 놈
냉큼 잡아채어 몸속에 집어넣자
불끈불끈 속에서 날뛰는 파도
마른하늘 천둥사자도 덩달아 으르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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