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지우는 인식과 감각
유성호(문학평론가/한국교원대 교수)
길가에 쪼그려 앉은 허리 접힌 노파,
옆을 지나다 팔고 있는 물건을 힐끔 바라본다
가물치, 가물치 새끼다
순간, 길이 꿈틀 한다
걸음을 멈추고 가까이 가서 본다
플라스틱 바구니엔 쪼그라든 가지 몇 개,
길가의 코스모스가 살랑살랑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가지와 가물치 사이를 오가는 동안
길은 저만치 흘러가고,
나는 사라진 가물치를 찾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 가지가 가물치로,
가물치가 가지로, 그렇게 전생과 후생을 다 살았다
산위에 걸터앉은 해는
취한 눈으로 이승 너머를 기웃거리고,
나는 어느새 개망초 위를 날아가는 한 마리 잠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