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말을 하지 마세요.
머리카락을 길게 땋은 세련된 외모의 아가씨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막 버스에 올라탄 순간, 그녀는 누군가가 자기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힘껏 당겨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뒷사람이 잡아당기고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몸을 휙 돌려
뒷사람의 따귀를 한 대 때렸다.
따귀를 맞은 사람은 군복을 입은 청년이었다.
얼떨결에 뺨을 얻어맞은 그 군인은 변명하는 것조차 잊어버린 듯
새빨개진 얼굴로 아가씨를 쳐다만 보았다.
그러자 사과조차 하지 않는 그에게 더 화가 난 아가씨는
따귀를 한 대 더 때렸다.
"이 나쁜 치한 같으니라고!"
그래도 군인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면서 버스의 출입문을 가리켰다.
아뿔싸! 그제야 아가씨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문 사이이에
끼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운 나머지 아가씨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자 군인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고는 아가씨를 위해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기까지 했다.
멀어져 가는 군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가씨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내 삶에 큰 힘이 되는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