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년에 겪은 일입니다.
개학하기 며칠을 앞둔 겨울방학 어느 날. 저는 어머니와 함께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티비)뉴스에선 어느 국어학자와의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는데, 인터뷰를 보는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국어학자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고령의
나이를 말해주는 얼굴의 주름. 하얗게 센 머리. 그리고 안경 속에 있는 검은 두 눈...
어쩌면 저는 이때부터 안 좋은 예감을 느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 동안, 제 시야가 아득해지더니 귓가에서 이런 말이 나직이 들려왔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끼치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
[저 사람 곧 죽겠네?]
순간 저는 퍼뜩 놀라, 주위를 살펴봤지만 방에는 어머니외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티비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는 이미 인터뷰가 끝나 다른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불안함을 가지고 엄마를 쳐다보며 말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고민 했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습니다. 방금 인터뷰에 나온 사람이 곧 죽을 거야 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면 믿어줄 리가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저는 티비 인터뷰에서 본 국어학자가 별세하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국어학자분의 성함은 허웅. 2004년 1월26일. 사망당시 86세였습니다.
[투고] Trtuh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