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같은 반 남자아이(편의상 김군)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김군에게는 나이 차이가 큰 여동생이 있어, 어렸을 때는 김군이 거의 맡아 돌봐주었다고 하는 데, 여동생이 유치원 들어갈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 부모님은 나가시고, 여동생이 하도 더워하기에 김군은 화장실 욕조에 물을 받아 동생이 물놀이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동생이 노는 걸 한동안 지켜보고 있던 김군은 불연 듯 냄비에 물을 끓이고 있던 게 생각나 후다닥 부엌에 달려갔습니다. 다행히도 물은 넘치지 않았고, 김군은 불을 끄고 화장실로 갔습니다. 여동생은 변함없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일.
물놀이를 하는 여동생의 손에는 뭔가 쥐어져있었고, 동생은 그걸 자꾸 물에 씻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김군은 여동생을 달래서 그 물에 씻는 걸 받아들고 살펴보았는데, 기절하게 놀랐다고 합니다.
동생이 물에 씻고 있던 그 것. 그건 바로 검은 머리카락 한 줌이었습니다. 당황한 김군은 동생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고 동생은 오빠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러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거 어떤 언니가 맡기고 갔어, 깨끗하게 해달래."
동생 말이 거짓말 같다는 생각도 조금이나마 있었는데, 그때 집에는 자신과 동생밖에 없었고,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동생은 대체 누구를 봤던 걸까요?
참고로 여동생은 단발머리였고, 김군의 어머니는 커트머리였는데, 여동생에게 받은 그 머리카락은 김군의 팔뚝 길이처럼 긴 머리카락이었다고 합니다.
[투고] 보라색종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