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신탄진이라는 지명으로 불려온 이곳에 남경마을이라는 조그마한 동네가 있습니다. 여긴 가로수 전등이 많지 않아서 골목길이 어둡고 아파트가 아닌 주택만 몇 채 있어 인기척이 드문 곳입니다.
2004년 겨울, 친구가 겪은 일입니다.
밤에 친구네 가는 길이었습니다. 친구네 가려면 두 가지 길이 있는데, 두 가지 중 하나는 기찻길 터널을 지나가는 것입니다. 평소라면 잘 가지 않는 길이지만 밤이라 몹시 추워서 지름길인 그 길을 택했다고 합니다.
한겨울이라 날씨도 추웠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더 친구를 움츠리게 만들었고 걸으면서 걸을수록 불안감이 밀려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 멀리 터널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철길을 따라 걷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합니다. 점점 반대편에서 철길 따라 걷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는데, 검은 옷을 입은 여자아이였다고 합니다.
한 밤중에 웬 여자아이가 혼자 철길 위를 걷고 있을까? 생각하며 별일 아니겠지 싶어 걸음을 재촉하며 걷고 있는데, 이윽고 형체를 완전히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지자 친구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검은 옷의 여자아이는 철길 위를 걷는 게 아니라 발이 둥둥 떠 있는 것…….
친구는 놀라서 있는 힘껏 걸어 왔던 길을 향해 전력질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주유소 앞에 와서 정신을 차려 보니 자기가 헛것을 본에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자아이를 보고 도망친 게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그 길이 지름길이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생각에 다시 그 길을 향해 걸어갔다고 합니다.
떨리는 마음에 담배 한대를 물고 다시 걸어갔지만은 다행히 여자아이는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터널을 거의 다 지나갈 때 쯤…….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깔깔. 하고 웃는 여자아이의 웃음소리.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그와 동시에 다리가 저절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뛰었던 것 같습니다. 한참 뛰다가 철길에 널린 돌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아프기도 했지만, 차가운 돌의 감촉에 놀라 바로 일어나려고 하는데, 바로 눈앞에 여자아이가 마치 절하는 모습처럼 엎드려 있었습니다. 맞절하는 것처럼 둘은 마주하고 있었는데, 엎드려 있던 여자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창백한 얼굴에, 흰자가 없는 검은 눈으로 친구를 쳐다봤습니다.
사람이 아니다. 라는 확신이 들자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젖 먹던 힘까지 왔던 길로 돌아가 주유소까지 전력 질주했다고 합니다.
주유소에서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10분 정도 후 다른 친구가 도착했을 땐, 녀석은 넋을 잃은 채 담배를 물고 있었는데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오리털 파카에 담뱃불 구멍이 여러 군데 나 있더랍니다.
아직도 그 철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는 아직도 낮에도 거길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투고] 고도리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