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수학여행 가서 겪은 일입니다.
1. 수학여행 가기 일주일 전, 담임선생님께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먼저 제주도에 가셨습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다음 날 새벽부터 등산을 가셨는데, 아침부터 안개가 짙게 깔려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여섯 분이서 차례로 일렬로, 담임선생님께선 마지막으로 오르고 있었습니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앞 사람들은 흐릿한 형상으로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한참 산을 오르는데, 뒤에서 누군가 담임선생님의 어깨를 툭 치고, 재빠르게 올라갔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중심을 잃어 앞으로 넘어지셨는데, 일어나면서 누군지 보려고 했지만,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중간지점에서 휴식을 취하실 때 선생님께서 "아까 어떤 녀석이 날 넘어뜨리고 갔는데 사과도 안하고 올라갔네요." 라고 했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자기 앞으로 지나간 사람이 없다며 새벽이라 우리 말고는 올라온 사람이 없다고 하셨답니다.
이윽고 기분 탓이려니 하시면서 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는데, 종업원이 공기밥과 수저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7개의 수저와 7개의 공기밥…….
"저흰 6명인데요?" 라고 묻자 종업원이 말했습니다.
"아 여섯 분이신가요? 여기 계셨던 여성분도 일행이신 줄 알고 착각했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섯 분의 선생님 중에 여자 선생님도 안 계셨고, 다른 여자 분을 본 선생님도 없었습니다.
2. 그리고 일주일 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숙소 위치는 당연히 선생님께서 먼저 답사하신 곳 근처였습니다.
제주도에 도착한 날 밤, 저와 친구들은 감귤을 서리하기 위해 2층 베란다에서 난간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방에 있던 10명 모두 가려고 했지만, 방장이 인원보고를 해야 했기에 9명이 먼저 내려갔습니다.
감귤 밭은 정말 넓었습니다. 넓은 밭 가운데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오솔길이 있어서 저희는 한 줄로 길을 따라 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를 저를 치고 가서 그대로 밭으로 넘어질 뻔 했습니다. 조금 화가 나서 누구냐고 소리치려다가 말았습니다. 소리를 지르면 선생님한테 발각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방장인가 보네. 늦게 와서 조바심에 달려간 건가?
이윽고 오솔길을 따라가서 밭 중앙에서 10명이 모였습니다.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서리하기에는 인원이 많았기에 5명이서 한 조로, 두 개의 조로 나눠 오른쪽 밭과 왼쪽 밭을 나눠서 서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10분 뒤에 이 자리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10분 뒤. 모이기로 한 곳으로 오니, 어라……. 모인 건 9명이었습니다.
누가 없나 보니 방장이 없었습니다. 혹시 길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밭을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었습니다.
울상이 된 저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올라가서 숙소 방을 열었습니다. 어이없게도 방장이 다른 애들과 마피아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진짜 미안하다. 내가 아까 가려고 했는데, 게임에 너무 빠졌었나봐. 정말 미안해."
방장이 처음부터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아까 절 밀치고 간 사람……. 그리고 밭에 있었던 10번째 사람…….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그러고 보니 어두워서 그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의문을 뒤로 하고 일단 서리해온 감귤을 꺼내기로 했는데, 각자 배낭 안에 검은색 비닐봉투에 가득 들어 있는 귤을 꺼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두 개의 조 중, 오른쪽 밭을 서리한 아이들의 봉투에는 귤들이 제대로 있었지만, 방장이라고 생각되었던 사람과 같이 왼쪽 밭을 서리한 (저를 포함한) 아이들의 가방에는 봉지에 싸여진 귤 외에 이상한 귤이 하나 씩 더 있었습니다.
그 귤은 저희가 서리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딴 것처럼 크기가 더 컸고, 거칠고 급하게 딴 것처럼 초록색 이파리와 부러진 가지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왼쪽 밭을 서리한 4명의 배낭에만 그 귤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런 귤을 딴 적도 없고, 보지 못해서 놀랬습니다. 과연 누구였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조금 무서웠던 기억이지만, 왠지 그 귤은 다른 귤보다 더 달고 맛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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