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9 오후 12:57:45 Hit. 1982
새가 나는 법
홍일표
새는 허공을 자르는 조선가위다
달의 중심을 싹둑 베고 날아가는
뾰족한 주둥이에 가을의 찬 서리가 내린다
수직의 허리를 휘어놓고
하늘을 유유히 흐르는 강물
지상의 일을 끝낸 철새들은
비행운 같은 발자국을 남기며 북으로 가고,
철새들의 행로를 더듬어 따라가다 보면
나는 슬며시 하늘에 걸린 기다란 횃대가 된다
끊임없이 수직의 벼랑을 허물어
수평의 땅을 일으켜 세우는
새의 발가락,
하늘 한복판 가로세로 균형을 맞추는 수평자에
눈금 한 점씩 찍으며
끼룩끼룩 조선가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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