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의 변천
뚜껑은 견고한 방패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항아리 속의 반란을 진압하는
도구였던 것
사람들이 아무 때나 뚜껑 열리지 않게 조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맨 머리나 맨 정신은 위험하다
폭발성과 인화성이 강하여
한 순간 불이 붙으면 민란이나 항쟁의 단초가 된다
동그란 방패가 사람들의 머리 위로 올라앉은 것은
쉽게 폭발하는 머리통을 우아하게 다스리기 위한 것,
방패가 머리 위에 있는 한
모두 안심한다
날이 춥고, 오갈 데 없는 짐승이 많아질수록
산과 들은 자주 흰 모자를 눌러 쓴다
천하를 평정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을
일찌감치 터득한 것,
뚜껑은 진보한다
모자가 방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세 귀족들의 뾰족한 모자
금붙이와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한 왕관
그때부터 모자에 뿔이 솟고,
태양의 지루한 섭정이 시작되었다
뚜껑은 언제 열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