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띠와 뱀의 습성
홍일표
혁띠는 꼬리와 주둥이를 묶어놓아야 안심한다
자칫 그냥 두었다가는 약장수 손에서
한 마리 뱀으로 부활하거나
채찍으로 등판에 붉은 뱀을 쏟아놓을 것이다
꿈틀꿈틀 기다란 끈으로 기어가는 뱀은
순식간에 야생의 들쥐를 휘감아 푸른 독을 뿜는다
뱀과 혁띠는 눈앞의 먹이를 바짝 조여서 삼키고,
길게 이어진 슬픔의 서사는
유연한 근육질이다
쉽게 부러지거나 꺾이지 않는 것은
오랫동안 강물을 사사한 까닭이요
비애의 몸뚱이를 윤이 나도록 무두질한 까닭이다
혁띠의 코끝을 건드리면
야수의 본성이 튀어나온다
갑자기 허공을 감아 후려치거나
바닥에 똬리 틀고 앉아 누군가의 숨통을 노린다
낮고 습한 바닥을 전신으로 밀고 나가는 뱀,
혁띠에게는 온몸이 길인 뱀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