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에 이르다
홍일표
솜사탕을 수국 한 송이로 번안하는 일에 골몰한다
솜사탕은 누군가 내려놓고 간 벤치 위의 따듯한 공기
헐떡이다가 그대로 멈춘
수국은 수국을 통과하며 말한다
하늘에서 엎질러진 구름이 완성한 노래가
나무젓가락에 매달려 반짝이는 동안
구석에 쪼그리고 있던 햇살들이 손수건만한 경전을 펼쳐들기도 한다
땅속에서 캐낸 태양은 먹기 좋게 식어 있다
붉은 껍질만 잘 벗겨내면
달지 않은 수국 한 송이 꺼내
한 열흘 땅위의 배고픈 그림자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멀리서 온 바람이 수국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