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4 오후 5:42:58 Hit. 727
내가 첫아이를 낳자마자 여동생이 열아홉의 나이로 골수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했던가, 생후 일주일 된 아이 심장에 구멍이 뚫렸다는 게 아닌가, 수술하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려 몸무게가 좀 늘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난 아이 건강에 좋은 걸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편 동생은 그 독한 항암치료에 뼈만 남은 듯 앙상해졌고 먹는 대로 토해냈는데, 다행히도 내가 만든 음식만큼은 그나마 잘 받아 넘겨 주어 감사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동생 병수발을 하다 보니 아픈 아이도 돌보지 못했고, 집안일도 엉망인 데다 남편 뒷바라지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오랜 간병에 효자 없다고 했던가. 고생해서 좋아지면 낙이라도 있지,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의료기구에 의지해 겨우 연명하는 동생을 보며 나도 점점 지쳐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을 놓았다. 차렸다 하던 동생이 차라리 죽여 달라며 매달렸다. 그땐 정말이지 나도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차마 입에 담지 못 할 말을 내뱉고 말았다. “용주야, 나도 이제 지쳤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모두 힘드니까 어차피 살지 못할 거면 그만 가는 게 어때? 우리 서로 편하게...”. 그때 동생은 말을 멈추고 한참 동안 날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그게 마지막일 줄은 정말 몰랐다. 엄마와 교대를 하고 집에 오자마자 동생이 영안실로 옮겨졌다는 연락이 왔다. 내가 만약 그때 “훌훌 털고 빨리 일어나.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얘기해 주었다면 동생은 그렇게 서둘러 먼 세상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용주야 미안해. 이 언니를 용서해 주겠니? 그리고 좋은 기억만 갖고 가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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