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30 오후 10:00:49 Hit. 1161
계산할 때 언제나 뒤에서 기다려주던 아이 돈 없을 때 내 표정을 읽고 전표 먼저 잡는 사람이 내는 거라며 잽싸게 전표 잡던 아이 내 친구와 같이 만나기로 했을 때 내가 늦으면 친구가 주문하래도 올 때까지 기다려주던 아이 연시 좋아한다고 봄에 한 번 말한 것 같은데 가을에 바나나까지 사들고 와 먹여주던 아이 예쁜 귀걸이가 눈에 띄어 억지로 사주면 너무나 고마워하고 너무나 잘 어울리던 아이 그 사람 많은 토요일 오후 명동 골목 골목을 몇 시간이고 걸어다녀도 짜증은커녕 시간이 너무 빠르단 생각을 들게 해주던 아이 숨막히게 더운 여름 날 내가 번 돈으로 성년의 생일을 차려주고 싶어 행복한 마음으로 막일하게 만들던 아이 부슬 부슬 여름비가 내리던 날 노동판에 찾아와 눈물 글썽이며 다친 데 없지 묻고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안 만나겠다 하던 아이 날 한번도 화나게 한 적이 없으면서 가끔 미안하다 하던 아이 내가 감기로 고생하면 자기 폐렴 걸린 사람보다 더 아파해 알아서 병원 가게 하던 아이 술 취해 전화 거는걸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술 취해 전화 걸어 헛소리 한 것 같은데 아침에 찾아와 해장국 사주며 실수한 거 없어 하고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이젠 안그럴거지 하던 아이 반찬은 잘 안 먹는 내 버릇을 알고 수저에 반찬 올려주는 그런데도 닭살은커녕 한그릇 더 먹게 하던 아이 마른 안주 시키면 먹기 좋게 찢어주던 아이 평소에는 김미숙 같은 분위기로 나이트나 가라오케 가면 김완선보다 날리던 아이 강아지 알레르기 있으면서 우리 갑순이를 질투날 정도로 사랑스럽게 안아주고 한참 있다 얼굴에 뽀록뽀록 뭐가 나와도 더 예쁘게 보이던 아이 그 큰 키로 행진하는 군인처럼 왼팔을 휘적휘적 흔들며 걸어도 귀엽게만 보이던 아이 피자나 하이라이스, 체리펀치를 좋아하면서도 감자전을 잘 부치고 강냉이를 즐겨먹던 아이 부모님이 여름 휴가 떠나셨다고 날 집에 초대하고 싶다던 철없는 아이 난생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에 망설여지지도 창피하지도 않게 하던 아이 착한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알던 아이 우는 것보다 웃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려준 아이 그때... 그 때가 무척이나 그리위지게 하는 아이........ 언젠가 나에게 다가올 그녀도 이런 모습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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