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5 오후 9:53:30 Hit. 874
말도 못하고 방긋방긋 웃기만 하던 녀석이 이제 저도 머리좀 컸다고 매일처럼 속을 썩이지요? 그래도 순간순간 그 아이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녀석...눈에 넣어도 모들거리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울 겁니다.내게도 그런 아들이 하나 있었지요. 그앤 아주 잘 생기고 똑똑하고 쾌활했지요.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더 잘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내리 반장을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고, 성적도 늘 최상위권이었고... 나를 닮아서인지, 그녀석, 수영을 해도, 길거리 농구를 해도 179cm에 69kg의 튼튼한 몸을 한껏 자랑하곤 했거든요. 애비인 내가 봐도 우리 아들은, 온통 푸르름만으로 가득한 세상에 사는 것만 같았지요. 그런데...그런데 내가 모르고 있는 동안 그 아이는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었던 겁니다. 애비인 내가 모르는 동안에... "형들이 매일 각목으로 때리고 담뱃불로 지지고... 부모에게 알리면 누나를 망쳐놓겠다고 협박도 했어요"작년 6월의 어느날,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대현이의 친구들 말에 난 병원지하 영안실 문에 기대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죠. 그 전날 밤, 아니 모두들 잠이 든 컴컴한 새벽 3시, 아파트 5층에서 까마득한 콘크리트 바닥을 향해 몸을 던진 내 아들은 자동차 위로 떨어져 목숨을 건지자, 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계단을 기어올라가 또다시 바닥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아아, 죽음보다 더 두려운게 뭐가 있다고 열일곱살, 그토록 찬란한 젊음을 내던져 버렸나.외롭다고, 학교 다니는게 힘이 든다고 이 애비에게 한 마디라도 했었더라면...내 한탄을 등에 지고, 그렇게 녀석은 싸늘히 식어 갔습니다. 아들을 잃고서 많이 늙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 엄마앞에서 어리광을 부리던 그녀석, 그 아이가 살아 있었을 적에 사랑한다고, 이 애비가 너를 사랑한다고 한 마디라도 해 볼 것을...하지만 그렇게 주저앉아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죽은 아들이 내게 자꾸만 말해 왔습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이 세상에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을 구해 달라고, 아버지가 싸워 달라고.죽은 아들을 가슴깊은 곳에 묻고 용기를 내었습니다.직장 간부직을 박차고 나와 퇴직금과 내 모든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 돈으로, 그 용기로, 말도 못하고 시들어가는 수많은 이 땅의 청소년들을 구하렵니다. 그것이,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대현이에게, 그리고 수많은 이땅의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아버지로 떳떳이 서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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