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0 오전 9:17:29 Hit. 835
인생에 있어 시련이라든지 고난이라는 것, 저는 결국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어요. 만약 몇몇 사람들에게만 골라서 찾아온다면, 가령 이 애는 올해 나쁜 일을 많이 했으니까, 몸무게가 65킬로그램이 넘었으니까 하는 식으로 신에 의해 정해진 어떤 기준이라든지 규정에 의해 찾아오는 것이라면 ‘그건 대관절 어떤 기준인가요’ 하며 불만의 수위는 더 한층 커질 수 있겠지만, 결코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누구에게든, 어디에 있든, 어떤 취미를 갖고 있든, 좋아하는 야구팀이 두산이든 SK든 한화이든지간에 시련이란 것은 누구에게든 찾아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시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좀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간단한데요, 물론 제 얘기가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아요. 어쩌면 저 한사람에게만 유독 효용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어쨌든 얘기를 진전시켜본다면 제 경험상 시련이 닥치는 것은 결국 시험문제지를 받는 순간과 정황상 매우 흡사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학생때 시험지를 받게 되면 으레 그렇듯이 몇번 문제까지는 막힘없이 술술 풀리다가 어떤 문제에 도달해서는 딱 멈춰서 도저히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잖아요. 도로에 뭔가 튀어나와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요. 그래서 ‘괜찮아, 한 문제쯤이야’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는데, 그게 그렇지 않은 거에요. 역시 마찬가지로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문제가 튀어나오는 거에요. 사태가 이런 정도에 이르면 눈 앞이 캄캄해지고, 이마며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나와는 달리 술술 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은 주위의 급우들 모습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에요. 왠지 숨 쉬고 있는 공기조차 기분 나빠지고, 나만 시커먼 웅덩이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고독하게 버려진 게 아닐까 싶은 느낌까지 드는 거죠. 이런 게 상황이나 놓여진 정황으로 볼 때 우리가 인생에 있어 시련에 빠진 것과 매우 흡사하지 않을까 싶은 거에요. 전 이런 경우 우선 시험지에서 눈을 떼고 깊은 심호흡을 해요. 아주 아주 깊게요. 그 다음에는 5초정도 눈을 감고 지금까지 좋았던 기억이라든지 그런 것을 떠올려봐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요, 처음으로 키스했던 기억같은 거요. 물론 너무 길면 곤란하니 짧막하게요. 이건 그러니까 잔뜩 움츠러든 마음을 이완시키고 안정시키기 위한 거에요. 그러고나서 다시 시험지에 주의를 집중해서 문제의 순서와 관계없이 어차피 정해진 순서란 없는 거였으니까, 내 마음대로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거죠. 또 다른 어려운 문제를 만나게 되면 일단 패스를 하고, 쉬운 문제부터 신속하게 풀어요. 그렇게 집중해서 하나씩 하나씩 쉬운 것부터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해가는 거에요. 시험문제의 마지막까지 다달으면 시험지를 탁탁 털어요. 그럼 지금까지 패스하고 뒤로 미뤄둔 어려운 문제가 책상 위로 떨어질 거에요. 그런데 이런 어려운 문제들도 이 시각쯤 되면 시운전을 하듯이 머리를 회전시켰기 때문인지 처음보다는 분명 다르게 보이고 조금씩 그 실마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거에요. 아, 그러고보니 이 문제는 아까 풀었던 것과 유사한 거였잖아 하는 식으로요. 물론 여전히 전혀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어요. 현실이란 녀석은 그렇게 녹록하지를 않으니까요. 전 그런 경우에 눈을 감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답이나 연필을 데구르르 굴려 나오는 답을 써요.무슨 말이냐고요?신이나 운명에 맡긴다는 얘기에요. 이미 이런 정도에 이른 문제란 것은 애초에 제가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제 능력의 한계치를 벗어난 다른 세계에나 있을 법한 문제라는 거죠. 이런 건 그저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아요. 아무리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써보고 발버둥을 쳐보았자 무리한 힘을 쏟은 나머지 도리어 제 몸 어딘가를 다칠 수 있는 거에요. 그러니 이렇게 제 자신에게 속삭여요.'야, 이건 내게 전혀 불가능한 거야. 신에게 맡겨두자.'그렇게 해서 시험성적이 나오면 그건 그것대로 저에게 적정한 점수라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한 했고, 거기에 걸맞는 점수가 나온 것이니까, 불만도 무엇도 없어요. 오히려 그 이상 점수가 좋게 나온다면 당사자인 저도 '이건 뭐지' 하고 어리둥절해질 거에요.전 인생의 시련도 방금 말한 것과 유사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시련이 닥치면 그 강도가 어떻든간에 종류가 어떻든간에 일단 마음을 안정시키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결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탁탁 털어서 나오는 어려운 부분들중 다시 한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고나서 그래도 끝내 불가능한 부분은 뭐 어쩔 수 없지만 신이라든지 운명에게 맡기는 것이죠. 그리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에요.일의 잘못됨의 대부분은 결과의 좋고 나쁨에서보다는 자신에게 무리한 결과를 요구할 때 더 틀어지고 어긋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가끔은 연필을 데구르르 굴려서,'음, 이번에는 4번이 나왔구나, 뭐, 할 수 없지만 12번 삼각함수 문제의 답은 4번에 마크!'하는 것, 가끔씩은 말이죠, 정신 건강에도 좋고, 나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방금 얘기한 것이 저에게만 효용가치가 있는 방법이라면 그저 참고의견 정도로만 들어주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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