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가 쉰이 되는 생일날이었어요.
그제 아내와 조금 심한 장난을 치다가 손등에 생채기가 나서,
난 화가 난 척(사실은 공부를 해야 하거든요)하며 과감하게 가출을 했어요.
가출이라고 해봤자 내가 평일에 잠을 자는 관사지만, 아내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어요.
밤 12시가 막 지났는데, 문자가 오는 겁니다.
난 짐짓 화가 난 것처럼(아내에게 온 줄 알고) 보이기 위해 휴대폰을 열어보지 않았어요.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녘에 잠에서 깨었어요.
메일을 열었는데, 낯선 전화번호였어요.
"안녕하세요. 전 민지 친구 00이라고 해요.
오늘 생신, 정말 축하드려요.
항상 건강하세요.~ ♡"
딸아이의 친구인 모양입니다.
막 12시를 넘긴 시각이었는데, 기분이 상쾌해 지더군요.
또 메일을 열어보니 다른 친구의 메일도 와 있었죠.
"민지친구 **입니다.
생신, 정말 축하 드리구요.
오늘하루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빌게요. ♡,♡"
메시지가 온 시각은 1:49이었어요.
아마 공부를 하다가 딸아이의 부탁을 받고 문자를 보내었겠지요.
또 다른 메시지도 있었어요.
딸애 친구 중 저도 잘 아는 듬직한 ♪ ♪의 메시지입니다.
"아저씨^^, 생신 축하 드려요~~."
아주 간단한데도 축하하는 느낌까지 담겨져 있습니다.
언제나 밝고 통통 튀는 듯한데, 딸아이의 언니같은 느낌이 듭니다.
딸아이와 친구들은 이제 고3이 됩니다.
딸아이는 보통 새벽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정도로 심하게 공부고생을 하고 있지요.
딸아이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나 그 고생길에 짬을 내어, 아니 생일날이 되기를 기다려
친구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그들의 정성이 제 무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그들에게 답장 메일을 보내었지요.
"고마워! 똑 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너의 몫이야.
올해는 원하는 일이 꼭 이루어질 것으로 믿어요."
딸애도 12시가 되자마자 문자를 보내었다는데, 제 휴대폰에 도달하지 못했다네요.
딸애는 속상해 하며, 다시 문자를 보내어 왔어요.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죄송해요. 실망하게 해 드려서~~"
아들과 동서도 문자를 보내었는데, 너무 많이 소개하면 질투할까봐 이만 그칩니다.
일요일 점심때 쯤 나는 제가 있는 시골식육점에서 쇠고기를 샀습니다.
등심이 100그램에 5,000원이고, 갈매기살은 100그램에 4,000원인데
무려 60,000원을 투자했어요.(값이 싸다 싶으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처남식구를 불러서 오랫만에 소고기파티를 했지요.
다들 어려운 살림살이라 '2년만에 먹어보는 소고기'라며 '맛있다'는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직장에서 나는 더러 소고기를 먹기도 하는데, 아이들 보기가 참으로 미안해지더군요.
아이들이 산 케이크를 자르고, 딸아이와 아들이 쓴 편지를 읽으며
오랜만에 가슴 가득 행복을 느꼈습니다.
너무 저만 행복했나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쇠고기 6만원으로 두 가족이 행복한 사람이 적었습니다. -
=================================================================================== 물론 제가 쓴글은 아니에요... 마음이 훈훈해져.. 한번 퍼와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