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3 오전 12:45:11 Hit. 1058
첫번째. 그때가 언제였죠?나 그날 기분이 너무 안좋아서 아프다고 전화도 빨리 끊으라고 신경질 부리고 이유없이 짜증도 내고.. 나 그대에게 그랬지요. 가만 가만 나를 달래던 그대... 가만히 수화기를 내려놓을때는 나 그대가 정말 화가 난 줄로만 알았죠. 그래서 은근히 걱정도 되었어요. 후회도 했구요. 내일 사과를 해야겠다구 생각도 했죠.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다 겨우 퇴근시간이 되어 지친몸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땐데... 집으로 들어가기 바로전, 내게 익숙한 어떤 향기가 내 코를 자극했죠. 뒤돌아보았을때, 갑자기 어디선가 짠 나타난 그대. 나 놀랍고 기뻤지만 내숭좀 떨었죠.. 무표정한 얼굴과 메마른 목소리로 이 늦은밤에 웬일이냐구 퉁명스레 대꾸하는 나에게 그대 말없이 미소지으며 나더러 눈을 감아보라 했어요. 나 그런 그대를 빤히 쳐다보며 그랬죠.(왜 그랬는지...) 지금 무슨 영화 찍는 줄 아냐고..할말있으면 빨리 하고 가라고 했죠. 나 피곤해죽겠다고.. 언뜻 그대 얼굴 스쳐가는 실망의 그림자가 맘에 걸리긴 했지만, 나 애써 모르는 척 했죠. 나 참 못됐었죠? 버릇도 없구... 실은 그게 아녔는데... 하지만 그대 금방 환하게 웃었죠.. 그리고 금방 내시야를 가득 메우는 장미다발...언뜻 보기에도 정말 많아보이는.. 내가 좋아하는 풍성한 빨간장미다발... 나 그날의 피로가..짜증이 사라지는걸 일순간에 사라져버리는걸 느꼈죠. 나 하마터면 울뻔 했다는거 알아요? 그대 앞에서는 울기 싫어서 그대 남겨두고 빨리 집으로 들어가버린거...... 그대 모르죠? 나 사과도 못했는데.. 그댄 내게 끝없이 관대하죠. 그래서인가요? 두번째. 그때가 언제였죠?나 그날 친구들하고 모임이 있었죠. 한달에 한번 있는 날이라서 나 그날만은 무슨일이 있어도 그 모임에 나가는거 그대 알죠? 그대. 그날이 무슨날이라며 나에게 꼭 만나야 한다고 했었는데 나 그냥 한마디로 일축했죠. 안돼라고... 그대 말할 기회도 주지않고 이유도 묻지않고 나 간단히 거절하자 그대 아무말도 하지 않았죠. 아니..못했던거겠죠..그댄 그런 사람. 그냥.. 그래..라고 대답했을뿐. 나 그래서 별일 아닌 줄 알았어요. 평소에도 그대 자주 내가 보고 싶다며 그랬으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부어라마셔라 술먹고 나이트까지 가서 놀다가 나 새벽 두시가 가까워서야 집에 돌아오게 되었죠. 아무런 생각 없이 나 그때 남자친구의 부축을 받고 있었죠. 그렇게 나 집에 거의 가까이 왔을때, 나 그만 주저앉고 말았어요. 아파트 단지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대를 보았지요. 늦가을이었 지만 밤이었구.. 또 우리 아파트 단지에 부는바람이 바닷바람이라 무척 추웠을텐데.. 웅크리고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대를.. 나 할말을 잃고 말았죠.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몰랐구요. 친구를 보내고 나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 옆에 섰죠. 너무너무 바보같고 나 그대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괜시리 마구마구 핀잔을 주었어요. 그때였어요. 그대 얼굴에서 무엇인가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진 것이... 오늘이 생일이라는 눈물로 내 어깨가 흥건히 젖을 때까지 그대로 있던 나, 잠시 고개를 들어 그대 얼굴을 보았지요. 나 그때 처음 알았어요. 남자가 눈물을 흘릴때, 여자보다도 훨씬 아름다워보일 수 있다는거. 나 그날 그대에게 처음으로 키스를 했어요. 미안함과 미처 준비못한 생일 선물 대신으로.. 그대도 알고 있었죠. 그대 그때 내게 그랬어요. 언젠가는 사랑으로 가득한 키스를 받겠다고.. 꼭 그렇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내 맘에서 그를 몰아내고 그대가 자리하겠다고... 두고보라고.. 나를 기다려줄 줄 알아요. 그래서인가요? 세번째. 그때가 언제였죠?나 그날 부산에 간다고 했죠. 내 맘속에 가득 자리잡고 있는 잊어야 할 그를 털어내기 위해 나 바다의 넓은 품에 다 쏟아놓고 오겠다고. 이틀밤을 나가서 지내야 하기에 나 의무감으로 그대에게 전화를 했죠. 그대.. 별로 달갑지 않은 목소리로 누구랑 가냐 물었죠. 나 친구와 간다고 대답했구요. 그대 그때 알았다며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죠. 평소 그대답지 않은 행동에 나 어안이 벙벙했지만 별로 신경쓰고 싶지 그후로 연락두 없고.. 나 떠나던 당일날, 그대 기차시간도 물어보지 않았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같은 건 없었죠. 나 은근히 그대가 나 떠나기 전날이라도 연락을 줄 줄 알고 있었는데 그대 아무런 연락도 없어 조금은 화도 났었죠.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왜 화가 난건지.. 야간열차를 타기위해 개찰구에 하릴없이 내 친구와 줄서 노닥거릴때, 나 갑자기 어깰 두드리는 그댈 보았죠. 숨이 차서 헉헉 거리던 그대. 밤기차 타고가니 시장할 거라며 우선 내 손에 여러가지 먹을게 담긴 봉지를 쥐어주었죠. 나 놀랐어요.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전화 끊더니 뭐하러 왔냐구.. 그러자 그대 정말 모르냐는 내 얼굴 빤히 쳐다보며 말했죠.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여자지만 다른 사람하고 단둘이 여행간다는데 질투 안할 남자가 세상에 어딨냐구. 나 질투나서 화좀 내볼려구 했는데 너가 연락안하는 바람에 또 내가 져버렸다구. 대신 다음에 여행갈때는 꼭 나와 함께 가야한다구. 나 어이없어 웃었죠. 그대도 잘 아는 내 친구와 함께 간다고 질투를? 내가 뭣때문에 웃는지도 모르면서 그대 내가 드디어 웃는다고 아이처럼 좋아했죠. 아픔을 주진 않겠다고. 지켜가려 해요. 그댄 적당한 질투도 할 줄 알아요. 그래서인가요? 네번째. 그때가 언제였죠?나 그날 그대와 머리꼭대기까지 술이 오르도록 퍼마셔댔죠. 나 술버릇 알죠? 취하면 세상모르고 자는거. 나 그대 뭘 믿고 그렇게 잠이 들었었는지. 깊이 잠든 나를 그대 부축하고 이리저리 헤매였다죠? 한시간만이라도 재우려고 비디오방을 이리저리 찾아다녔는데 가는 비디오방마다 문이 잠겨있었다구요. 그때가 일요일이라 그랬을거예요. 그대 그밤에 나았죠. 그러면서도 나 자는척 했죠. 왜 그리 맘이 편했는지. 나 그때 그런맘이었어요.. 그대가 차라리 날 가져주었음 하는.. 그렇다면 내가 좀더 쉽게 그대에게 마음을 열수 있을것만 같은.. 그러나 불을 환하게 켜놓고 TV볼륨을 있는대로 높이고 있는 그대를 보며 나 피식 웃었죠.. 어느새 잠이 들어 있는 나를 그대 얼마후 흔들어 깨우고 있더군요.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 더 늦으면 집에서 쫓겨날거야...라며.. 나 그대에게 일으켜세워져 총알택시를 타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죠. ...넌 그런식으로 나와 처음을 함께 하기엔..내게 너무 소중하다고.. 그때 그 말하던 그대 눈빛을.. 나 잊을 수가 없네요. 진실이 가득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맑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대를.. 그댄 내게 믿음을 주어요. 그래서인가요? 다섯째. 그때가 언제였죠?나 그날 그대가 졸라서 에버랜드에 갔죠. 여러가지 타는 놀이기구들도 많았고 그때가 국화축제 기간이였죠. 아마? 그대가 졸라서 가긴했지만 나 정말 즐거웠었죠. 오랜만에 맘껏 웃기도 하고. 그대 삼십분마다 나를직히 정말 재미있었는데.. 여러가지 기구들을 타자고 조르며 이리저리 나를 이끌때도 나 그냥 시큰둥했었지만 타면서 나도 재미를 느꼈었죠. 나중엔 내가 더 타자고 그대를 조를 정도로.. 그대 정말 어린애 같았어요. 그런 그대와 함께하니 나도 덩달아 어린애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 좋았어요.. 나 피곤한 줄도 모르고 그대와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며 사진도 많이 찍었죠. 필름을 맡기며 그대 젤 잘 나온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걸어놓 을거라며 연신 싱글벙글이었죠. 냅 행복한건 왜일까요? 돌아오는 차안에서 피곤해서 잠든 나를 어깨 감싸 안아주던 손이.. 나 이젠 익숙해요. 그 손의 느낌이 없으면 나 이젠 허전할 것만 같은데 어쩌죠? 그댄 어린애같은 순수함으로 내 상처를 감싸주고 어루만져주고 날 기쁘 게 하죠. 내가 깨닫지 못하는 어느순간에 내가 그댈 닮아가게 해요. 그대는... 그래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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