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별로 없는 바다의 아침은 평화로웠습니다. 갈매기도 연처럼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어젯밤에그렇게 불던 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쳤기에 파도도 노래를 부르는 듯했습니다. 하늘도 어제의하늘이 아니었습니다. 쪽빛 하늘은 마치 고요한 호수 같았습니다.
그 바다 백사장을 두 소녀가 걷고 있었습니다. 두 소녀는 바다가 마냥 좋아서 걷는 것이 아닙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해변을 걷는 겁니다. 두 소녀는 바구니를 옆에 끼고 아침마다 조개를 줍습니다. 그 조개를팔아 살림에 보탤려고 아침마다 길고 긴 해변을 걷는 것입니다.
"어, 큰 조개네?"
한 소녀의 맑은 눈망울에 큼직한 조개가 반짝이며 들어왔습니다. 소녀가 마악 주우려는 순간 뒤따라오던다른 소녀가 그녀를 거칠게 뿌리치며 그 조개를 먼저 주워 담았습니다.
맑은 눈동자의 소녀는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꾹 참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바닷가에 조개는틈틈이 있지만 아무나 크고 아름다운 조개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조개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조금 후 소녀는 또 크고 아름다운 조개를 보았습니다. 다시 그 조개를 주우려 할 때였습니다.
"이것도 내꺼야."
다른 소녀가 또 그것을 집어들었습니다. 소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입을 꼬옥 다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녀는 크게낙심했습니다. 소녀의 바구니에 담긴 조개는 조그만 것뿐이었습니다. 거친 소년, 바다가 모두 자기것인양 어깨에 힘을 주며 앞장서서 나아갔습니다.
조금후 뒤따라가던 소녀의 맑은 눈망울에 크진 않지만 신빈한 빛을 띠고 있는 조개가 들어왔습니다.소녀는 한눈에 그것을 알아보았습니다. 그것은 진주 조개였습니다. 소녀는 진주 조개를 얼른 주워바구니 안쪽에 밀어 놓고 조개를 조금 벌려 보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거기에는 영롱한 빛을 띠고 있는큼직한 진주가 들어있었습니다.
거친 소녀는 여기저기 뛰다시피하며 큰 조개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뒤 따라오는 소녀를 향해 흔들어보였습니다.
"네 까짓게 이런 조개를 주울수 있어?" 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큰 조개가 듬뿍담긴 바구니를 들고 입을 삐쭉 내밀고 했습니다.
그러나 맑은 눈동자의 소녀는 더이상 가슴 아프지도, 실망하지도, 원망하지도 읺습니다. 그녀에게는진주 조개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녀는 오늘따라 하늘이 더욱 파랗고 다정해 보인다고생각했습니다. 어느새 소녀의 고운 입술에서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갈매기의 흰 날개에 아침 햇살이반짝이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