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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포비
2010-04-07 오후 10:09:58 Hit. 1010
'감사합니다. 언제나 고객과 함께하겠습니다. HS Telecom 고객 서비스 센터 K.E.J 입니다.'
저는 어느 통신 회사에서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말은 아예 입에 붙어있죠.... 어떤 때에는 집에서 전화 받을때 조차 저런 말을 해서, 전화를 건 친구에게 웃음 꺼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이 불편하기 때문에 전화를 하는 곳이고, 또... 한참을 기다려야 통화가 되는 이유로 상당히 적대적인 목소리로 전화를 하거나...아예 짜증부터 내곤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화를 낼 수는 없답니다...
왜냐면 그러면 저희 회사는 이미지에 손상을 입고... 그렇게 되면 저의 사적인 감정으로 저희 회사의 고객들은 저희 회사로부터 멀어지게 되죠... 솔직히 그런것에 커다란 사명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_- 무엇보다도... 요즘 같은 때에 회사에서 짤리게 되니깐요... 어떠한 나쁜 감정이 생긴다하더라도 절대로 표시할 수가 없죠...
그때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것봐요... 어떻게 제품을 이렇게 만듭니까? 어떻게 전화가 자꾸 끊어 지냔 말여요... 어떻게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단 말입니까? 어...어떻게...'
그의 목소리는 엄청난 노여움을 머금고 시작해서... 저에게 아주 공격적인 가시를 섞어서 말을 했습니다... 사실 전화만 들면 당연히 들려오는 무슨 자동응답기의 음성과도 같이 느껴져서, 이젠 익숙해질때두 됐건만... 왜이리두 자존심이 상하구 화가 나는지... 자연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저 손님 버젼이 어떻게 되십니까? 메뉴를 누르시구요... 0을 누르시구요... 어쩌구 저쩌구 해서 버젼을 보셔서요... 버전이 낮으시면 일단 가까운 서비스 센터에 가셔서 버젼을 업그래이드를 받으신 후에... 그래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시 한 번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은요... 수백번도 더 말을 해서 이제는 자동으로 나오는 멘트여요... 그런데 대부분 이런 말을 하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구요... 사실 대부분 하라는 데로 따라하구는 버젼이 얼마구... 모가 어떻구... 모가 안돼구... 서비스 센터의 위치가 어디냐는둥... 아니면 심할땐 욕설이라두 퍼붇는데... 이 사람은 아무런 얘기가 없더군요... 아까 웈~ 하구 올라왔던 성깔은 어디로 잊어버리구 갑자기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저 손님?'
혹시나 전화를 끊었나 해서 불러봤더니... 글쎄... -_-
'흑흑~~~'
나즈막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어여? -_-;;; 세상에... 보통 일상에서도 남자의 흐느끼는 것을 들어보질못했는데...더군다나 서비스 센터 일을 하면서는 전화를 걸은 고객이 흐느끼는 경우는... -_-
'여...여보세요? 소...손님?'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세상에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서 울고 있으니 말입니다... 순간 장난 전화인가 싶었습니다만...
거짓으로 울거나 장난삼아 울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상당히 기가 막혔지만... 전 기계의 버젼하고... 문제가 발생한 장소하고를 알아야 했습니다... 기계의 문제인지 소프트웨어의 문제인지 기지국의 문제인지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죠...그런데 이남잔 묻는 말에는 대답을 안하구 자꾸만 죽어버리겠다는 겁니다... 참내... 기가 막혀서...지가 죽어버리던지 말던지... -_-;;;
'소...손님 우시지만 마시고 버젼이 몇인지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옆좌석에 앉아있던 동료가 저의 소리를 들었는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라게 떳습니다... 묻는 말에는 대답할 생각도 않고는... 이 남자가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들어본 즉슨 전화 때문에 여자친구랑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애인이 이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두 피씨에스가 터지질 않으니 안받는 것 같구... 전화로 한참 싸우다보면 뚝! 끊어지구...애인에게 전화를 걸면 받자마쟈 전화가 끊어지구... 암튼 그런 저런 이유로 싸우기 시작해서 마침내 끝을 본 모양입니다... 나랑 상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구 사무적으로만 대할수도 없구해서... 잘 다독거려줬습니다...그랬더니 자꾸 저보고 서비스 센터에 같이 가서 고쳐달라는 것 아니겠어요? -_-;;; 세상에 별 희안한 사람도 다있다 싶었죠... 직업이 이렇다구 얕잡아 본다는 생각두 들고... 이 남자가 개념이 없다는 생각두 들구... 지금 딱히 사귀는 남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절대루 고객과 사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귈 수 있다 하더라두... 이렇게 아무데서나 질질 짜는 남자에겐 매력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날 뭘루 보구? -_-+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세상에는 별에별 사람이 다있구나 싶었죠...
그리구는 전화를 몇통 더 받고는 퇴근을 했습니다... 탈의실에서의 뉴스는 당연히 저의 그 울먹이던 남자 손님이었죠...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아주 재미있었겠다는 표정으로 신기해 하더라구요... 한번 만나보지 그랬냐는 둥... 돈많은지부터 확인하지 그랬냐는둥... 별별 짖꿎은 말을 하며... 마치 내가 우연히 돈을 주운 것처럼 한턱내라구 난리들였습니다... 참내... 친구들 맞을까?
-_-;;;;
하긴 직접 당한 나두 신기했었으니깐요...
집에가는 길이 엄청 막히더군요... 저희 집은 상도터널 입구에 있는데... 이놈의 차가 용산에서 부터 막히더니... 움직일 줄을 모르더라구요... 원래 막히는 구간이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버스 안은 상당히 더웠어요... 하필 그날따라 에어콘이 안달린 옛날 구식 버스를 탄데다... 퇴근 시간이 되어놓니 거의 콩나물시루가 아니라 사우나 수준이었죠... 그래서 차라리 그냥 한강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죠... 차라리 강줄기를 타고 불어오는 그 더운 여름 바람이 오히려 더 시원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한강 철교를 건너고 있을때... 전 교통 체증의 원인을 알았습니다...왠남자가 철교 위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고 있었던 거여요...
PCS를 손에 쥔채 말입니다... 그때 머리를 때리고 지나가는 생각... 아까 그 남자 손님!!! -_-;;;
혹시나 아까 그 남자 손님이라면... 저대로 그남자의 얘기가 알려지면 안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회사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요? HS 텔레콤 피씨에스를 이용하다가 성능 문제로 자살을 하려던 남자가 있다... 아니... 자살했다... 그...그런데 마지막 대화한 사람이? 사람이? 나? 나!!! 자살 방조!!!
강바람을 즐기며 산보하듯 걷던 저의 발걸음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부디 그 남자가 아니길 바랬고... 또 탈의실에서 그남자와의 통화를 소재로 수다를 떨었던 것도 후회했습니다... 이미 모른척하기에는 여러 사람이 알아버렸잖아여... 땀으로 온몸이 축축해졌고 이미 숨이 턱까지 찼지만... 전 뛰는것을 멈출 수는 없었죠...
한참을 뛰어가니... 어느 한남자가 한강 철교 자살 방지용 윤활류를 온몸에 바른채 미끄러운 난간에 올라가지도 내려오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매달려 있더군요... 그리고 그 남자의 목소리는 나의 바램을 저버린채... 전화 속의 그 남자의 목소리와 같았습니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손님... 손님... 헉헉~~~'
전 아주 다급하게 불렀습니다... 그 남자가 저의 목소리를 듣더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의 목소리를 알아들은듯... 다시 울음을 터뜨리더라구요... 그러더니 난간을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니... 그 남자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재차 삼차 들었습니다... 제길~ 재수도 없지... -_- 왼손엔 피씨에스를 꼬옥 들고... 한강 철교 자살 방지용 윤활류로 온몸을 범벅을 한채 엉엉~~ 눈물반... 콧물반... 기름반... -_-마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여주인공을 왼손에 꼬옥 쥐고 내려오는 킹콩과도
같았죠... -_-
'보호자 되십니까?'
경찰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 남자가 그 기름 범벅의 옷으로 저에게 안겼고... 저는 더럽혀진 옷을 걱정하기도 전에... 경찰의 질문에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리구 지금 그 첨보는 외간남자와 제가 포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오마갓~~~ -_-) 그 남자와 같이 경찰서로 갔습니다...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서울시 재산에 손상을 입혔으며... 등등... 뭐라구 궁시렁궁시렁 한참을 말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경찰서로 갔습니다...
경찰서에서는 몇마디 훈방을 들은 다음에 그냥 풀려났지만... 자동차 매연으로 검해진 윤활유를 뒤집어 쓴 몰골이나... 그 와중에 콧물, 눈물 자국을 확연이 들어내며 바보마냥 웃고 있는 그사람... 경찰차 속에서는 나에게 기대서 피곤한듯 잠들어버렸던 그사람... 그리고 지금의 그 해맑은 미소...
그렇게 그를 만났습니다... 막내라더군요... 부모님께서 아주 나이가 많으실때 낳으신 막내둥이... 저랑 동갑인데... 하는 짓은 아이에 가까왔어요... 피씨에스 땜인지 아님 그의 그런 성격때문인지... 그는 고등학교때부터 사겨오던 여자 친구에게서 결별선언을 들었고... 그리고 절 만난거죠...
인젠 피씨에스 같은 걸루 안울어요... 제가 같이가서 업그레이드두 시켜줬구 태권도 도장도 보내구... 운동두 시키구... ... ... 지금 전 그이와 결혼해서 아들 둘을 둔 아이 엄마랍니다...
우습죠? 그깟 피씨에스 소프트웨어가 구형인것 때문에... 사람을 만난다는것... 그리고 마치 나의 퇴근 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난간위에 매달려있던 그이... 호홋~
뭐... 제가 어렸을 적부텀 꿈꿔오던 그런 소설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그래두 뭐 나름대루...
혹시 지금 사랑을 찾고 계셔요? 하지만 조급해 하지 마셔요... 사랑은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것에서 온답니다... 온몸에 기름을 잔뜩 묻히고 얼굴에는 눈물반 콧물반 섞어서... 마치 아름다운 동화처럼... 혹은 유치한 삼류영화처럼 말이죠... 어차피 그것들은 우리 삶의 거울이자나여...
이궁 우리 첫째 아들 간식 사러 가야겠어요... 홋호... 아직 돌도 안됀 아들보다두 우리 그이가 어리광이 더 심해서 말이죠... 우리 첫째 아들 그이말여요
Lv.19 / 소장 . 비트포비 (beatp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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