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4 오전 1:18:08 Hit. 1055
며칠 전 떡집 앞을 지나다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가래떡을 보고 10년 전 병원에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설을 이틀 앞둔 추운 겨울날이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치료실 문을 열고 헐레벌떡 들어오셨다. 아주머니는 얼마나 빨리 뛰어왔는지 숨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우리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관절염 치료를 받는 분이었는데 그 아주머니 댁은 꽤 멀어서 병원까지 오려면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한참 걸어나와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그렇게 두 시간 여를 오셔야 하는 거리인 데다가 관절염까지 앓고 계시니 그 길이 얼마나 멀고 힘드셨겠는가! 더구나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날은 아주머니 진료가 있는 날도 아니었다. 나는 갑자기 아파서 오신 건가 싶어 염려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스웨터 속에서 둘둘 만 신문 뭉치를 꺼내 놓으셨다."선생님, 오늘 떡을 했는데 식기 전에 드세요.”가래떡과 설탕 한 봉지였다. 아주머니는 뭉치를 내려놓고는 황급히 뒤돌아 나가셨다. 그 떡을 따뜻하게 전해 주시려고 가슴속에 꼭 품고서는 이 먼 병원까지 일부러 오신 것이었다.급히 돌아 나가시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환자 분들을 좀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던 걸 반성했다. 그 날 먹은 떡은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느 것보다 맛있었다. 그리고 오래오래 잊지 못하고 있다. 스웨터 속의 흰떡과 설탕 한 봉지 그리고 아주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불량게시글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