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9 오전 9:59:00 Hit. 636
1997년 화이트데이날 아침. 아빠는 내게 유리저금통과 사탕 한봉지를 슬쩍 건내셨다. "어? 이게 모야? 아빠 내가 어린앤가? ..저금통이 모야? 하하.." 유치한 색깔과 얼굴을 하고있는 유리 저금통을 보며 내가 말했다. "화이트 데이날인가 하는날은 남자가 사탕주는거라여..?"하며 머슥해 하며 나가시는 우리 아빠...그랬다. 다른 우리친구또래의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으 신 아빠에게 난 언제나 철없는 어린아이일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아빠가 때론 답답하고 못마땅할때도 많았다. 아빠에게 부리던 유치한 애교나 어리광도 나이가 한두살먹을수록 난 무뚝뚝 하고 머슥해져 버리고 있었다. 그런 내모습에 아빠는 섭섭해 하시는 눈치였지만 난 알면서도 그렇게 모르는 척 지나쳤다. 나이 40이 넘으셔서 얻으신 외동딸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애정. 집착은 굉장히 컸다. 항상 내곁에서 든든한 후원자이시기도 했다. 커가면서 난 이런 거대한 관심과 사랑에 조금씩 부담을 느끼고 아빠에게 섭섭함과 상처를 드리고 있었다.마음과는 다르게 튀어나오는 말들...집으로 돌아와서도 항상 피곤하다는 말과 함께 내방으로 들어가 버리곤 했다. 조금씩 난 아빠의 기대를 져버리는 그런 딸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후회하게 될꺼란걸 몰랐 다. 정말 몰랐었다....1999년 1월의 어느날. 전혀 예감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정말 갑자기 아빠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밤새주무시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시는 아빠..... 아무리 흔들고 깨워도 도무지 눈을 뜨시지 않는 아빠.... 그렇게....그렇게 이별이었다..울다 기절하기를 수차례....든든한 나의 한쪽 벽이 무너져 버렸다. 전날밤..유난히 아무일도 아닌것에 평소 그런적이 없으 시던 아빠가 내게 짜증을 부리셨고,,화를 내셨다. 그게 너무나도 서운해 나도 아빠에게 신경즐을 부리고 말았는데...그것이 그렇게 아빠와 나의 마지막 인사가 되버릴 줄이야...아직은 아무것도 해드린것이 아무것도 없는데..우리 아빠...어리게만 생각하는 내가 시집도 가고 아기도 낳는것을 보고싶어 했는 데....우리 아빠만은 언제까지나 영원히 내옆에 계실줄 알았다. 그때서야 알았다. 무엇이 내게 중요한것인지..어떤것이 가장 소중한것인지.. 어리석게도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게 아빠의 빈자리란...말할수 없이 크기만 하다. 이렇게 생각은 해도 아직 난 아빠의 마음을 전부 헤아려 드릴순 없을 것이다. 내가 좀더 시간이 지나 결혼이란것을 하고 한아이의 엄마가 되면 그마음을 알수있을까? 부모님의 큰 한자리가 비고나서 남아있는 엄마의 자리를 보며 효도라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하고싶지만...맘대로 뜻대로 잘 되질 않는다. 내맘처럼...내뜻대로..잘 안되는 내모습에 속상하기만 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것을 잃고 또 다시 슬퍼하는 어리석은 짓은 반복하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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