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6 오후 1:50:49 Hit. 1090
손이 떨려왔다. 조금 소심하기도 한 그였지만 이렇게 떨릴 줄은 몰랐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인장을 찍듯이, 그는 조심스럽게 공중전화의 번호판를 눌렀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그냥 수화기를 내려 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이 번호를 알기위해 그가 선택한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었다." 딸깍. "수화기 드는 소리가 들렸고," 여보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그녀의 목소리로 그녀가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그리고는 잠시 전화기에 머리를 기대고 있더니, 결심한 듯 이를 꽉 물고 전화박스지나서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타고 싶지 않은 듯 그는 계단을 밟아 8층까지 올라갔다.그리고 몇호인지 확인하는 듯 복도를 따라 죽 걷더니, 807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그 앞에서 10분 가량을 서 있었다.갑자기 대문 열리는 소리가 원래 그 자리에 박혀있던 것 처럼 서 있던 그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6살 정도 되어보이는 꼬마 아이가 장난감 포크레인을 들고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놀이터로 가는 듯 했다. 그는 지레 겁을 먹은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는, 드디어 손을 들어 벨을 눌렀다." 찌르르르릉~ "그에겐 몇 분처럼 느껴졌을 몇 초간의 침묵이 지나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그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누구세요? "하지만 대답을 해야만 했다." 나야.. "도대체 나가 누구냐고 되묻는 듯 문이 신경질적으로 열렸다. 그리고 그녀는 어색한 얼굴의 그를 보았다. 사람은 너무 놀라면 할 말을 잊어버린다고 했다. 바로 그녀가 그랬다." 너... 너...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그녀의 얼굴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그는 입을 열고 3년전 헤어질 때 들었던 말을 만남의 인사로 사용했다." 안녕. "" 세상에.. 너 여기 어떻게 왔어? "" 잠깐 시간 좀 내 줄 수 있어? "" 얘~ 누구니? "" 아니에요, 엄마. 저 잠깐만 나갔다 올께요. "덜컹~그리고 아파트 앞 벤치에서 아까 질문들의 대답이 진행되었다." 너 여기 어떻게 알았어? 누구한테 물어본거야? "" 그냥 어떻게 알게 됐어. 근데 너.. 나 의무경찰 지원한 건 알았었니? "" 아니. 너 의경 갔어? 군대 안간다면서? "" 그렇게 됐어. "의경을 지원한 단 한가지 이유는, 경찰이 되면 그녀가 이사한 주소를 컴퓨터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래.. 아무튼 반갑다. 얼마만이지? "" 3년만이야.... ""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그가 기억하기로는 1098일 3시간째였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 아, 저기.. 이거 돌려줄려구. "" 어! 이거 내 가방이잖아! "" 응. 순찰 돌다가 우연히 쓰레기통 옆에 버려져 있어서.... "" 누가 가져갔다가 돈 될게 없으니까 그냥 버렸나 보구나. 실은 얼마 전에 지하철 타다가 그냥 놓고내렸거든.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 한번 열어봐. 속에 책 몇 권 있는 것 같던데. "" 응.. 다이어리까지 다 있네. 고마워.. 근데 이게 내 가방인 어떻게 알았어?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신고 있던 신발 색까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그가 그녀의 가방에 달린 그가 사준 열쇠고리를 잊을리 없었다." 그냥 네 가방 같아서.. 너 가방 뒤에 실로 이름 새겨놨잖아. 보니까 네꺼 맞더라구. "" 그랬구나.. 고마워 정말. "그리고 몇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그녀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할 말은 너무도 많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가 볼께. "" 벌써 가? 아직 말도 별로 못했는데. "그녀의 말이 인사치레가 아니길 바랬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인사치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가 봐야돼. 너무 오랫동안 나와 있었거든. "" 그래.. 이거 돌려줘서 정말 고마워. 잘 가. 몸 건강하구. "그녀는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래. 잘 있어. "그리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그녀가 깜빡 잊었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아 참, 그런데 조금 전에 전화했다 그냥 끊은 거 너니? "" 아니. "" 어.. 그럼 누구지.. "" 다른 사람일꺼야. 난 아니야. "" 그래... 그럼 잘 가. 나도 들어갈께. 안녕~"" 안녕. "후회스러웠다. 차라리 찾아오지 않는 편이 나을 뻔 했다. 하지만 후회라는 것은 이미 저지르고 난 후에 할 수 있는 일. 그녀의 다이어리에서 다른 남자의 사진이 떨어졌을 때 그는 이미 찾아오면 후회할 것을 알고 있었다.노을 너머로 길어진 그림자가 그를 따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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