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피아노를 배우기시작했다..

감동

서른아홉..피아노를 배우기시작했다..

에수리

2014-01-04 오전 6:08:34 Hit. 934

<DIV class="t_txt">나는 서태지 같은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DIV><DIV class="t_txt">고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음악에 푹 빠져서 집에 돌아오면 문을 잠가 놓고  음악을 만들었다. </DIV><DIV class="t_txt">그걸 억지로 들어 본 친구들은 음악들이 죄다 동요나 트로트 같다고 놀려 댔다. </DIV><DIV class="t_txt">피아노를 칠 수 없어도 건반으로 대충 멜로디  입력 정도는 할 수 있었고, 세세한 것은 컴퓨터로 다 수정이 가능했다. </DIV><DIV class="t_txt">컴퓨터만 있으면 어떤 음악이든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전자 공학을  전공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DIV><DIV class="t_txt">아무튼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학을 졸업할 때쯤 식어 버렸고, 정신을 차려 보니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DIV><DIV class="t_txt">얼마 전, 도서관에서 강좌를 하고 나오다 피아노와 작곡 레슨을 한다는 카페를 지나쳤다. </DIV><DIV class="t_txt">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불빛 때문이었을까? </DIV><DIV class="t_txt">마지막으로 음악을 만들어 본 지 십 년은 훌쩍 지났는데, 왜 저절로 발걸음이 카페로 향했는지 모르겠다.</DIV><DIV class="t_txt">주인장은 실용 음악 학원 강사 일을 오랫동안 하다가 가족과 시간을 좀 더 보내기 위해서 </DIV><DIV class="t_txt">건물을 구입해 리모델링을  했다고 했다. 1층이 카페 겸 레슨실이고 2층은 녹음실, 3층은 집이었다. </DIV><DIV class="t_txt">작년에 태어난 아이를 아내와 돌보면서 남는 시간에 레슨을 하고,  공연하고, 음악 작업도 했다. </DIV><DIV class="t_txt">입시를 위한 레슨을 하지 않고 음악이 좋아서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개인 레슨을 한다고 했다.</DIV><DIV class="t_txt">카페 분위기가 소박해서인지 주인장이 맘에 들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얼떨결에 피아노 레슨을 신청해 버렸다. </DIV><DIV class="t_txt">사실은  오래전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DIV><DIV class="t_txt">나는 피아노 학원을 다녀 본 적이 없었다. </DIV><DIV class="t_txt">어릴 적엔 집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서, 대학생 땐 나이 들어 피아노  학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DIV><DIV class="t_txt">“뭘 배우고 싶으세요?”</DIV><DIV class="t_txt">선생님은 레슨 첫 시간에 물었다. 나는 노래 반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DIV><DIV class="t_txt">“프러포즈를 할 때 바 같은 데서 피아노 치며 노래할 수 있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DIV><DIV class="t_txt">남자 주인공이 정성을 다해서 노래 부르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DIV><DIV class="t_txt">결혼식장에서 신부에게 ‘다행이다’를 부르는  신랑도 생각났다. </DIV><DIV class="t_txt">보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지만 내심 그런 남자들을 부러워했다. </DIV><DIV class="t_txt">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거니까.</DIV><DIV class="t_txt">피아노를 배우는 건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어렵기도 했다. </DIV><DIV class="t_txt">수많은 건반을 오른손과 왼손을 따로 써 가며 어떻게  동시에 칠 수 있단 말인가?</DIV><DIV class="t_txt">하지만 아무리 어렵게 보여도 그 속에는 원칙과 방법이 있었다. </DIV><DIV class="t_txt">왼손으로는 베이스 음을 치고 오른 손으로는 코드를 짚어  가면서 반주하는 법을 차차 터득해 갔다.</DIV><DIV class="t_txt">예전에 음악을 만들 때 궁금했던 화성학도 몇 번의 레슨을 듣고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파악했다. </DIV><DIV class="t_txt">마이너 화음과 메이저  화음의 차이가 무언지, 세븐 코드와 투 코드, 서스 포와 오그멘트 등등. </DIV><DIV class="t_txt">어렵게만 보였던 것들이 원리를 터득하고 나니 이해가 가능한 것들이었던  것이다!</DIV><DIV class="t_txt">레슨 받은 지 3개월이 지났다. 아내는 나를 위해서 건반을 하나 장만했다. </DIV><DIV class="t_txt">글을 쓰다 보면 자투리 시간이 많이 났다.  그런 시간에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점점 늘었다. </DIV><DIV class="t_txt">악기 연주처럼 실력이 시간과 비례해서 정직하게 늘어나는 것도 없을 것이다. </DIV><DIV class="t_txt">여기엔 잔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손으로 많이 익힌 만큼 실력이 는다.</DIV><DIV class="t_txt">아내는 같은 곡을 수백 번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고통을 잘 참아 주었다. </DIV><DIV class="t_txt">이제는 쉬운 코드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발라드  곡은 반주할 수 있다. </DIV><DIV class="t_txt">인터넷을 검색해서 악보나 동영상을 보고 대충 반주를 따라할 수 있다. </DIV><DIV class="t_txt">이런 걸 진즉에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서태지  같은 음악가가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DIV><DIV class="t_txt">진부한 말이지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아무리 늦다고 생각하더라도 한 번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DIV><DIV class="t_txt">피아노든,  색소폰이든, 혹은 수영이든 운전이든, 영어든 중국어든, 소설 쓰기든 시 쓰기든 </DIV><DIV class="t_txt">기회가 닿지 않아 배워 보지 못한 게 있다면 올여름에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DIV><DIV class="t_txt">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DIV><DIV class="t_txt">잘 모르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인생은  길고, 우리가 즐기고 배워야 할 것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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