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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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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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 오후 5:30:48 Hit. 978

<DIV class="t_txt" __jindo__id="e136983835220352951950">학창 시절 혹한의 겨울에도 맨발로 운동화를 구겨  신고 기타를 메고 다녔다. <br>영락없는 불량소녀였다.<br>구구단에 절절매던 초등학생 때부터 주특기는 꼴찌, 취미는 기타 치기.</DIV><DIV class="t_txt">“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 쯧쯧.”</DIV><DIV class="t_txt">“정신 차리고 공부해야지.”</DIV><DIV class="t_txt">어른들의 근심 어린 눈빛이 편할 리 없었다.<br>우리나라에서 청소년기를 꼴찌로 사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다.  <br>꼴찌라는 꼬리표는 청소년의 미래나 삶에 대한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DIV><DIV class="t_txt">안타깝게도 참 많은 청소년이 이러한 속단에 넘어가, 자신의 재능과 삶을 쉽게 포기해 버린다.<br>나는 오히려 공부를  더 열심히‘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DIV><DIV class="t_txt">누가 뭐래도 나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고 싶었다. 나만이 잘하는 것, 나다운 일을 찾아 기웃거렸다.  <br>기타를 열심히 쳐 봤다. 나다웠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즐거웠다. 글씨 연습을 했다. 잘 썼다. 생각을 했다. 독특한 발상이  나왔다.<br>그래서인지 성적으로 인정받는 곳만 제외하면, 그나마 기를 펼 수 있었다.</DIV><DIV class="t_txt">그러던 어느 날 기적같이 삶의 신대륙이 열렸다. <br>힘들 때마다 문학은 모성의 바다처럼 나를 따스하게 품어  주었다. 그 포근함이 정말 좋아서, 하지도 않던 공부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국문학과에 자랑스럽게 입성했다.</DIV><DIV class="t_txt">지금 나는 40대 후반이다. 사실 요즘은 일이 너무 많다. 시인이자 작가고, 대학 선생이며 문학 치료사다. 라디오  방송에도 나간다.</DIV><DIV class="t_txt">십 대 내내 꼴찌였던 사람에게 가능한 이야기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감히 말하지만, 그런 청소년기를 거쳤기에 문학을  가지고 대중과 잘 소통하는 전문가가 되었다.</DIV><DIV class="t_txt">결핍이나 상처가 이렇게 멋진 삶의 주특기가 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br>그 주특기는 자신에게만 주어진 삶의  선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br>이 선물을 잘만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절대 흉내 내지 못하는 멋진 삶의 때깔이 나온다.</DIV><DIV class="t_txt">그러니 제발 사소한 결핍이나 상처를 가지고 삶을 통째로 파산시키는 거인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DIV><DIV class="t_txt">내게만 허락된 삶의 선물을 폐기하지 말고, 나답게 하는 기적의 달란트를 찾아내자.</DIV><DIV class="t_txt">세상 전부가 나를 포기할지라도 자신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상처는 꽃이 된다.<b> </b></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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