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켓의 비밀

감동

디스켓의 비밀

마이Sook

2013-02-11 오후 8:02:23 Hit. 1379

<DIV>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제대를 불과 몇달 앞두었을 때였다. 어느날 면회를<BR>온 그녀는 한참동안 망설이더니 갑자기 해외로 떠난다고 했다. 그것도 일주일<BR>후에. 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DIV>
<DIV>"무슨 얘기야,대체?"</DIV>
<DIV>"가족이 모두 이민가. 나도 따라갈꺼야."</DIV>
<DIV>"가지마, 나를 두고 어떻게..."</DIV>
<DIV>"가야해."</DIV>
<DIV>"안돼! 부탁이야!"</DIV>
<DIV>"여기있으면 뭐할건데. 전부 이민 가는데 나 혼자 남을 순 없잖아."</DIV>
<DIV>"................"</DIV>
<DIV>그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랑 결혼해, 나랑 같이 살아. 하지만 나는<BR>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직 제대가 몇달이나 남아있었고, 대학을 2년 반<BR>을 더 다녀야 했다. 그 후 취직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전산과이기는 해도 기<BR>업체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지방 캠퍼스인데다가 1학년때 성적은 바닥권이였다.<BR>영어 실력도 빵점이였다. 그것을 보충할 다른 뾰족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BR>그녀도 말이 없었다. 이렇게 이별하는 건가? 안되는데,<BR>안 되 는 데.........</DIV>
<DIV>나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DIV>
<DIV></DIV>
<DIV>"연락처라도 남겨줘. 제대하면 날마다 전화할께."</DIV>
<DIV>"..................아냐, 안해도 돼"</DIV>
<DIV>"왜? 왜 안된다는 거야? 그럼 편지는? 주소라도 가르쳐줘."</DIV>
<DIV>"편지는 하지 마."</DIV>
<DIV>"헤어지자는 거구나. 내가 싫어졌니? 다른 남자친구 생긴거야?"</DIV>
<DIV>"그건 아냐."</DIV>
<DIV>그녀는 말을 딱 짤랐다. 슬픈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유<BR>난히 핏기가 없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지 몸도 무척 야위어 있었다. 약간의 정<BR>적이 흘렀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DIV>
<DIV>"다른 남자 생긴거, 절대 아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종화, 너 밖에<BR>없어. 하지만 자세한 것은 묻지 말아줘. 부탁이야."</DIV>
<DIV>"그런데, 왜 전화조차 안된다는 거야?"</DIV>
<DIV>나의 목소리는 다시 높아졌다. 그녀는 힘없이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순간 그<BR>녀의 머리칼이 꽃힌 자그만 꽃머리핀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첫 휴가를 나갔을<BR>때 같이 거리를 거닐다가 샀던 거였다. 그녀가 입고 온 옷도 그날 내가 선물했<BR>던 거였다.</DIV>
<DIV>"가지마, 제발 가지마. 가더라도 조금 있다가 돌아와줘."</DIV>
<DIV>"날 정말 사랑한다면 내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려 줄 수 있어?"</DIV>
<DIV>그</DIV>
<DIV>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 나도 눈물이 치솟으려 했다.</DIV>
<DIV>"그래, 언제까지라도. 네가 돌아만 와 준다면."</DIV>
<DIV>나는 굳게 말했다.</DIV>
<DIV>"그렇다면 좋아."</DIV>
<DIV>그녀는 뜻밖에도 품에서 빨간색 3.5 인치 디스켓을 한장 꺼냈다. 그리고 내 손<BR>에 꼬옥 쥐어주었다.</DIV>
<DIV>"여기 우리가 다시만날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어. 나는 3년뒤에 잠깐<BR>귀국할 꺼야. 그때 이곳으로 찾아와줘, 그러면 너랑 결혼하겠어."</DIV>
<DIV>"정말이야?"</DIV>
<DIV>나는 너무 기뻐 환성을 지를 뻔 했다. 결혼이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지만<BR>그녀는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이 말했다.</DIV>
<DIV>"단 조건이 하나 있어."</DIV>
<DIV>"뭔데?"</DIV>
<DIV>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물었다.</DIV>
<DIV>"거기 내가 부탁한 것이 몇가지 적혀있어. 꼭 그대로 해줘야 해. 알았지?"</DIV>
<DIV>"그래. 알았어."</DIV>
<DIV>"그럼 잘있어. 나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DIV>
<DIV>"주현아, 꼭 돌아와줘. 그때 만나! 널 사랑해!"</DIV>
<DIV>"......................."</DIV>
<DIV></DIV>
<DIV></DIV>
<DIV>* 한글 3.0의 암호 * ======================================================</DIV>
<DIV>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울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앞에서 사<BR>라져 갔다. 그녀가 종이가 아니라 디스켓에 만남의 장소를 남겨둔것이 이상했지<BR>만 나는 묻지 않았다.</DIV>
<DIV><BR>그보다 나는 오직 그곳이 어디냐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BR>곳일까? 아니면 첫키스를 나누었던 곳일까? 그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몇 달남은<BR>군대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 컴퓨터라고는 286도 볼 수 없었던 말단 소총부대에<BR>있었던 나는 제대할 때까지 디스켓을 열어보지 못했다. 오직 관물대 속에 소중<BR>히 넣어두고 행여나 깨질세라 조심스럽게 간직했다. 그리고 제대하기가 무섭게<BR>나는 제일 먼저 집으로 뛰어들어와 군복도 벗지 않고 컴퓨터부터 켰다. 설레는<BR>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가 준 빨간 디스켓을 드라이브에 집어넣었다. 뜻밖의 파<BR>일은 두개가 들어있었다. 일단 둘 다 하드에 카피했고 곧장 아래아 한글 2.0으<BR>로 들어갔다. 그녀가 내게 준 파일명은 FIRST.HWP와 SJHR.HWP였다.</DIV>
<DIV>나는 FIRST.HWP를 먼저 불러들였다. 아뿔싸! 파일은 3.0으로 저장되어 있었다.<BR>나는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하면서 부리나케 친구들에세 전화를 걸었다. 축하<BR>주를 사준다는 놈들을 마다하고 3.0버전을 갖고는 녀석을 수소문해서 부리나케<BR>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와 인사를 대강 나눈</DIV>
<DIV>후 곧장 컴퓨터에 디스켓을 넣은<BR>후 그 파일을 불렀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DIV>
<DIV><BR>-;-;-;-;-;-;-;-;-;-;-;-;-;-;-;-;-;-;-;-;-;-;-;-;-;-;-;-;-;-;-;-;-;-;-;-;-;-</DIV>
<DIV>사랑하는 종화에게.</DIV>
<DIV>미안해. 나를 만날 장소는 다음 파일에 적혀있어. 거기엔 암호가<BR>걸려있는데 넌 그것을 풀어야만 나를 만날 수 있어. 암호는 영어<BR>소문자로 입력되어 있어. 앞의 세글자는 내 이름의 약자 pjh이고<BR>그 다음에 영어 단어 하나가 있어. 아마 지금 이 글을 보는 너는<BR>무척 실망하고 있겠지.</DIV>
<DIV>하지만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건 반드시<BR>너 스스로 풀어야만 해. 나는 네가 풀수 있다고 믿어.<BR>나를 사랑한다면 직접 풀어줘.<BR>하지만 만약 3년 안으로 풀지 못하면 포기하도록 해.<BR>그 땐 나를 잊는 것이 좋을 거야.<BR>그리고 토익을 800점을 맞는 다면 이것을 푸는데 도움이 될 거야</DIV>
<DIV>너의 천사 주현이가.</DIV>
<DIV>-;-;-;-;-;-;-;-;-;-;-;-;-;-;-;-;-;-;-;-;-;-;-;-;-;-;-;-;-;-;-;-;-;-;-;-;-;-</DIV>
<DIV>일순간 나는 멍하게 있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잠시 후에 나는 무작정<BR>SJHR.HWP을 읽어들였다. 혹시나 했지만 과연 "암호를 넣으세요"하는 말이 떴다.<BR>나는 무턱대고 pjhangel을 쳤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어 pjhlove를 쳤지만 역시<BR>아니었다. 나는 당황했다. 정신없이 pretty, happy, marry를 잇따라 넣어 보았<BR>지만 모조리 아니었다.</DIV>
<DIV>"야, 큰일났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냐?"</DIV>
<DIV>나는 친구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자문을 청했다. 하지만 그 친구 또한 별로<BR>뾰족한 수가 없었다.</DIV>
<DIV>"아래아 한글 3.0의 암호를 푸는 방법은 아직 없어. 앞으로 언제 깨어<BR>진다는 보장도 없고. 무작정찍으면 아마 슈퍼컴퓨터로 해도 수백년이<BR>걸릴거야. 죽을때 까지 해도 가능성이 전혀 없을걸."</DIV>
<DIV>"그럼 그녀가 불가능한 것을 제시해 놓고 나를 버리려했단 말이니?</DIV>
<DIV>아냐, 그럴 리가 없어. 주현이는 절대 그럴 여자가 아니야."</DIV>
<DIV>나는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한참 후 친구녀석이 말했다.</DIV>
<DIV>"맞아. 너를 속이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아. 만약 너를 속이려고 했다면<BR>텅빈 디스켓을 주던지 앞의 세자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지 했을꺼야.<BR>`사랑하는 종화',나 `너의 천사 주현' 같은 말도 쓰지 않았을 거고.<BR>원수지고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일부러 골탕먹이려고 거짓말 할리도 없</DIV>
<DIV><BR>고. 종화야. 그것보다 글이나 차분히 다시 읽어봐. 거기 무슨 힌트가<BR>있을지도 몰라."</DIV>
<DIV>"그래, 맞아. 뭔가 힌트가 있을 거야."</DIV>
<DIV>나는 차분히 글을 읽어보았다. 몇 번을 읽다 보니 이상한 것이 두가지 눈에 띄<BR>기는 했다. 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반드시 내가 풀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BR>고 토익점수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지만 당장 뾰족한 해답은 떠오르지 않았<BR>다. SJHR.HWP이란 파일의 뜻에 무슨 힌트가 있을까 했는데 그 뜻은 도무지 알수<BR>가 없었다.</DIV>
<DIV></DIV>
<DIV>* 해킹의 고수 * ==========================================================</DIV>
<DIV>나는 그 다음날부터 당장 암호풀이에 들어갔다. 우선 제대 기념으로 부모님을<BR>졸라 펜티엄 컴퓨터를 장만했고 도스용 아래아 한글 3.0을 깔았다. 그리고 글자<BR>를 입력시키는 수고를 덜기 위해 머리를 썼다. 어차피 앞의 세 글자 phj는 밝혀<BR>져 있다. 그것만이라도 자동으로 입력시키면 부담이 적다. 나는 한글의 매크로<BR>기능을 이용해 을 누르면 바로 불러오기부터 pjh까지는 입력이 될 수 있도록 했<BR>다. 그리고 나서 나는 다시 찍는 작업에 들어갔다. beautiful, rose, fine,<BR>white, happy, smile..... 그 중 어느것도 아니었다. 나도 beautiful과 같은 간<BR>단한 단어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좀처럼</DIV>
<DIV>생각하기 힘든, 그러면서도<BR>우리 둘만이 알 수 있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래, 영화, 책, 요리<BR>할 것 없이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SJHR또한 무슨 뜻<BR>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낙담한 나에게 친구가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DIV>
<DIV>"너무 서두르지마. 아직 2년 반이란 기간이 있잖아. 그래도 명색이<BR>전산과인데, 한번 해킹프로그램을 만들어 봐. 어쩌면 그녀가 네<BR>컴퓨터 실력을 테스트 해보는 것인지도 모르잖아."</DIV>
<DIV>그 녀석의 말을 듣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DIV>
<DIV>"맞아. 그녀는 전부터 내가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것을 안타<BR>까와했어."</DIV>
<DIV>"아마 내가 직접 풀라거나, 토플을 잘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은 그<BR>만큼 열심히 해보라는 말 같아. 그래, 한번 직접 풀어볼거야. 반드<BR>시 풀어내고야 말거야."</DIV>
<DIV>내 결심에 친구는 박수를 보냈다.</DIV>
<DIV>" 잘 생각했다. 그런데 종화야, 어쩌면 SJHR은 슈퍼종화 홈런이 아닐까? "</DIV>
<DIV>" 뭐야? 하긴 그럴수도 있겠지. 아무튼 열심히 해봐야겠다. "</DIV>
<DIV>그때부터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일단 서점에서 해킹에 관련된<BR>책들을 모조리 구입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제일 컴퓨터 실력이 뛰어나다는 선배<BR>들을 며칠간 따라다닌 끝에 2.0을 깨는 프로그램과 난수발</DIV>
<DIV>생 프로그램을 얻는데<BR>성공했다. 그 동안 혹시 하는 마음에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이미<BR>이사를 간 후였다. 방법은 오직 암호를 푸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밤새 책을<BR>보면서 연구를 했고 낮에는 선배를 쫓아다니면서 노하우를 듣기에 바빴다. 좋아<BR>하던 술과 당구, 볼링을 모두 끊었고 TV도 영화도 보지 않았다. 먹고 자는 시간<BR>을 빼면 오직 컴퓨터와 씨름했다.</DIV>
<DIV>어느덧 나는 컴퓨터 실력이 부쩍 늘어가기 시작했다. 1년 반이 지났을때 나는<BR>이미 나를 가르친 선배들을 추월했다. 소설 잘 쓰는 친구가 국문과 학점을 잘<BR>받는 것은 아니듯이 학점은 보통이었지만 해킹실력만큼은 학교에서 첫째가는 고<BR>수였다. 나는 수 많은 해킹프로그램의 소스를 분석했고 연습삼아 몇몇 게임의<BR>락을 깨 보기도 했다. 해킹 프로그램을 찾느라고 부지런히 돌아다닌 결과 인터<BR>넷 또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별로없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일단 한 분야에<BR>관심을 기울이니까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정이 붙었다. 나는 그래픽을 비롯한 컴<BR>퓨터의 다른 기능 또한 잠깐 사이에 제법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 한편 나는 토<BR>플 또한 열심히 들여다 보았는데 암호가 혹시 거기에 나온 단어 중의 하나가 아<BR>닐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암호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어느덧 4학년<BR>2학기가 되었고 나는 순전히 컴퓨터 실력 만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아 제법 그럴<BR>싸한 기업에 미리 취직을 했다. 부모님께서는 흡족해하셨고 취업난에 시달리는<BR>친구들은 모두 나를 부러</DIV>
<DIV>워 했다. 하지만 막상 나는 조금씩 초초해 지는 것을<BR>느끼고 있었다. 이제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DIV>
<DIV></DIV>
<DIV>* undelete * =============================================================</DIV>
<DIV>나는 도저히 암호를 풀 방법이 없었다. 통신을 통해 만났던 S,K,P대의 해커<BR>몇명도 내 사정을 듣고 같이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아래아 한글 3.0은 그야말로<BR>난공불락의 금성탕지였다. 떠나간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절망적<BR>이었다. 보름도 채 남지 않았던 어느날, 나는 술을 취하도록 마셨다. 그때 친구<BR>하나가 나에게 뜻밖의 얘기를 해 주었다.</DIV>
<DIV>"야, 종화야, 며칠전에 생각난건데 그 SJHR이란 파일말이야,<BR>혹시 신조협려가 아닐까? "</DIV>
<DIV>"신조협려?"</DIV>
<DIV>"그래, 거 있잖아. 영웅문2부. 무척 <SPAN class=highlight>감동</SPAN>적이니까 안 읽어봤으면<BR>한번 읽어봐.<BR>비디오로도 있는데."</DIV>
<DIV>"............"</DIV>
<DIV>SJHR. 신조협려. 말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럼 그 소설이 어떤 힌트일까? 나는<BR>친구들과 헤어진후에 비틀거리면서 집에 들어 왔다. 서점에 들러 책을 사려다가<BR>여섯권짜리라길래 주머니 사정상 다음에 사기로 했다. 집에 들어온 나는 습관적<BR>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DIV>
<DIV>다.</DIV>
<DIV>`주현아, 보고싶다, 어디에 있니? 난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다.<BR>그런데....'</DIV>
<DIV>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쓰다가 지워버렸다. 부치지 못할 편지를 왜 쓴단말인가?<BR>그러나 지운 순간 갑자기 후회스런 마음이 밀려왔다. 지우는 게 아닌데. 그래도<BR>남겨둘텐데. 그 녀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나에겐 추억일텐데, 나는 백업파일<BR>을 찾아 편지를 복구했다. 그 때 내 머리속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BR>다.</DIV>
<DIV>혹시?</DIV>
<DIV>그래. 어쩌면 그럴수도 있어!</DIV>
<DIV>술이 확 깨였다. 나는 덜리는 손으로 책상서랍에서 그녀가 준 빨간 3.5인치 디<BR>스켓을 꺼냈다. 2년 동안 어떤 문서도 저장하지 않고 그녀가 준 그대로 소중히<BR>간직한 디스켓이였다. 나는 디스켓을 드라이브로 밀어 넣고 프롬프트를 a로 옮<BR>긴 후에 undelete를 쳤다. 잠시후 영문으로 된 설명과 함께 파일 ?INJOHR.HWP을<BR>복구시킬 것인지를 묻는 메세지가 떴다.</DIV>
<DIV>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면서 y(예스)를 눌렀다. 가끔 파일 이름을<BR>정해놓았는 데 나중에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경우 rename을 하는 경우도<BR>있지만 `새이름으로'로 저장하고 옛날 것을 지우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옛날<BR>것은 undelete 하면 살아나게 마련이다. 내가 기대한 것은 그렇게 해서 살아나<BR>게 될 파일 중에 어쩌면</DIV>
<DIV>중요한 힌트가 될 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DIV>
<DIV>어쩌면 같은 디스켓에 있는 파일이니까 SJHR.HWP 의 백업본이 있을 수도 있고,<BR>그것은 암호가 안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내용부터 쓰고, 고쳐쓰면서 엣날 것을<BR>지우고, 그 다음에 암호를 지정하고... 이런 절차로 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BR>는 얘기 였다. 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INJOHR.HWP란 파일이 있었던 것이<BR>다. ?INJOHR.HWP 은 아마 SJHR.HWP의 처음 이름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바꾸었겠<BR>지. 그렇다면 암호가 정해져 있지 않을 가능성은 더욱 높다. 나는 애써 침착하려<BR>고 하면서 복구한 파일을 불러들였다. 순간 나는 깜짝놀랐다. 차마 믿을 수 없는<BR>말들이 떠올랐던 것이다.</DIV>
<DIV><BR>-;-;-;-;-;-;-;-;-;-;-;-;-;-;-;-;-;-;-;-;-;-;-;-;-;-;-;-;-;-;-;-;-;-;-;-;-;-</DIV>
<DIV>나의 사랑 종화.</DIV>
<DIV>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를 속인거......... 용서해줘.<BR>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어.<BR>너를 마지막으로 찾아갔을때 난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어.<BR>만약 그 사실을 말하면 네가 군대 생활 제대로 하지 못할까봐서..<BR>......... 탈영할까봐서........... 어쩔수 없이 거짓말을 했던 거야.<BR>그리고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어..<BR>내가 죽을 목숨이란 것을 알면 넌 분명</DIV>
<DIV>히 매일 술에 쩔어 살것 같았어..<BR>그래서 일부러 암호를 장치하고, 그것을 풀게 노력하도록 유도한거야.<BR>그러면 아마 넌 그것을 풀기위해 컴퓨터 공부를 열심히 할 테니까.<BR>토플얘기도 그래서 썼던 거였어.<BR>네가 이것을 읽고 있을때 나는 이미 죽고 없을꺼야.<BR>내가 일부러 거짓말로 처음 세글자를 틀리게 가르쳐 줬으니까.<BR>아마 넌 한동안 헛수고를 했겠지.<BR>하지만 연금술사가 금을 제조하는데 실패했어도 화학의 발전을 가져왔듯이,<BR>너의 컴퓨터 실력은 무척 많이 발전했을거야.<BR>아마 이건 먼 훗일 누군가에 의해 한글 3.0이 깨어질때 풀리겠지.<BR>어쩌면 그 누군가가 너일 수도 있을 거고. 그랬음 좋겠다.<BR>며칠전에 신조협려란 책을 읽었어. 한 여자가 자신이 죽으면 남자가 따라<BR>죽을까봐 일부러 16년 후에 만나자고 거짓말을 남기고 벼랑에서 뛰어내리는<BR>장면이 너무 가슴아팠어.<BR>그럼 열심히 잘살고 하늘나라에서 만나. 아니면 다음 생에서.............<BR>우리 그땐 절대로 이렇게 빨리 헤어지지는 말자.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해.</DIV>
<DIV><BR>너만을 사랑했던 주현이가.</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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