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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속주머니
cedrik10
2010-06-13 오후 8:55:33 Hit. 3651
어린 시절, 하루는
“엿 사세요. 냄비, 고철, 망가진 라디오 받습니다.”라는
엿장수 아저씨의 구수한 목소리가 창을 타고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돈도, 내다 팔 물건도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나는 아버지의 외투 속주머니를 뒤져 5백 원을 꺼냈습니다.
주머니 속에는 아버지가 어머니께 자주 보여 주시던
마이너스 통장과 결제 독촉장도 있었지요.
아버지는 성실하신 분이었지만 벌이는 사업마다 부도가 났고 빚은 늘어만 갔습니다.
결국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지요.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가정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가 미웠습니다.
그럴수록 성치 않은 몸으로 날품 파시며
자식을 대학까지 보낸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지요.
사정이 조금 나아져 가족이 다시 뭉쳤지만 맘속엔 늘 어머니뿐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던 내가 독감으로 잠시 시골집에 내려갔습니다.
자고 있는 방에 아버지가 노크도 없이 들어오셨지요.
“준영아. 잠깐 일어나 봐.” “저 아파서 내려온 거 몰라요?”
그러자 아버지는 말없이 속주머니에 손을 넣으셨습니다.
수십 년 동안 어머니를 괴롭혔던 그 주머니에요.
'이제 내 차례인가. 난 모아 놓은 돈도 없는데….'
괜히 집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먹고 자.” 아버지는 이 말을 남기고 나가셨습니다.
아버지가 꺼낸 것은 감기약이었지요.
허튼 생각으로 아버지의 사랑마저 의심했던 내가 바보 같았습니다.
며칠 후 나는 아버지의 외투 속주머니에 가진 돈 전부를 넣고
서울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그 속주머니는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하신 아버지의 눈물의 공간임을.
“아버지, 그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Lv.5 / 상병 . cedrik10 (cedrik10)
( 26 / 500 ) 5%
포 인 트 : 1026 P
가 입 일 : 2006-08-07 오후 3:12:37
최종접속일 : 2011-07-31 오후 6: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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