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6 오후 1:52:21 Hit. 986
낯설었다. 대학은 그에게 있어 낯선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낯선 공간에 포함되기 위하여 1년을 더 공부하고 있었다.그는 회색 건물 사이를 걸어서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음악회에는 빈 손으로 오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방금 왔던 길을 다시 걸어 학교 앞의 꽃집에 도착했다." 저, 꽃 좀 주세요. "" 무슨 꽃을 드릴까요? "" 음... 저... 지금 음악회 가려고 하는데요, 어떤 꽃을 사가는게 좋을까요? "" 글쎄요.. 요새 프리지아가 참 이쁘긴 한데. 백합도 괜찮구. 그냥 학생 마음대로해요. "학생이라는 단어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왔다. 재수생은 학생이 아니었다. 하지만..그렇다고 사회인도 아니었다." 정 못 고르겠으면, 그냥 백합으로 해요. 안개꽃이랑 서너송이 싸면 이쁘니까. "" 아... 아뇨, 백합 말구요, 안개꽃만 주세요. "" 안개꽃? 저건 다른 꽃이랑 같이 하는 거에요. "" 그래도 그냥 안개꽃만 주세요. "" 그럼 안이쁠텐데.. "" 괜찮아요. 그냥 주세요. "" 그렇게 해요, 그럼. "그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꽃집 아줌마의 시선을 피해 시계를 보았다. 8시 20분.. 음악회가 시작한지 20분이나 지나있었다.그가 안개꽃 꽃다발을 들고 다시 음악회장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40분이 지난 후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가로등을 등지고 음악회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무대 오른쪽 끝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 가려 잘 안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를 한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연주하는 악기가 바이올린인지, 비올라인지, 첼로인지, 그런건 상관 없었다. 그녀가 그녀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그는 그녀가 연주하는 소리가 다른 사람과 어울려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들 안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앞으로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그는 그들의 밖이었다. 그는 그녀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난 안개꽃이 제일 좋아. 안개꽃은 다른 꽃들을 돋보이게 하잖아. 자기도 자기나름대로 이쁘지만, 자기만 잘난 꽃이 아니라 다른 꽃들도 돋보이게 하는 꽃은안개꽃밖에 없으니까. "하얀 옷을 입은 그녀는... 안개꽃 같았다. 안개꽃처럼 다른 사람들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회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나가려는 그에게 음악회장 입구에 앉아있던 학생이 소리쳤다." 저, 방명록 안쓰고 가세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방명록 쓰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학생이 건네는 펜을 들고 방명록에 방금 자신이 느낀 감정을 썼다." 사랑해. "그리고 펜을 놓고 돌아서 가려다, 다시 돌아와 아까 쓴 글에 덧붙여 썼다." 사랑해.너의 친구로부터...... "그는 음악회장을 빠져나왔다. 아까의 가로등이 변함없이 푸르스름한 빛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걸으며, 그는 손에 든 안개꽃 꽃다발에서 안개꽃을 한송이씩 꺾어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렇게 그는그녀 곁에 더 오래 남아있기 위해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쓸쓸한 일인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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