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9일 “가카는 공과 사의 구분이 원래 없는 분”이라며 “내가 잘 살아야 나라도 잘 산다는 마인드를 가졌다”고 맹비난했다.
유 대표는 이날 오후 진주 국립 경상대학교에서 열린 ‘청춘, 정치와 공감하다’는 주제의 강연 질의응답 시간에서 청년들이 지도자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선거 때 후보자를 선택할 때는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다”며 “포퍼의 말처럼 정치란 선보다 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좋은 사람이 권력을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가카는 민간기업에서 평생을 근무하신 분이라 공과 사의 구분이 원래 없다”면서 “나라가 잘 돼야 내가 잘 된다는 마인드가 아니라 내가 잘 살아야 나라도 잘 산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내곡동 일의 경우 가카는 자기가 올바른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하신다”고 예를 들며 유 대표는 “그냥 그 분은 재테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욕하니까 ‘그래? 거 되게 시끄럽네’ 그러면서 오바마한테 이르고는 없던 일로 원위치 시킨단다. 남의 것 훔쳐 자기 집에 가져갔다가 들키면 다시 돌려놔도 된다는 사고방식”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원순, 권력갖고 사익 취하지 않아…이런분 뽑아야”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를 봐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면서 “박 시장은 맹자가 말한 사단이 있는 분이라 측은해 할 줄 알고 악을 미워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알고 부끄러워 할 줄 안다. 권력을 가지고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유 대표는 “정치인에게 주권을 양도하실 때 첫째, 공사를 구분하는지. 둘째, 박 시장처럼 착한 성품을 지녔는지를 보시라”며 “두 기준을 충족한다면 여러분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조언했다.
한편 민주노동당과의 진보통합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선 “풍요롭고 먹을 것이 많은 귀족정의 신민이 되기보다 가난하고 고단하지만 공화정의 시민이 되고 싶다”면서 “민주당과 함께 하기 어려운 이유는 당내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느냐 아니냐가 결정적”이라 설명했다.
그는 “참여당 슬로건이 ‘시민은 자유롭게 국가는 정의롭게’”라며 “민주당은 정의가, 민노당은 자유가 약한데 이 둘을 잘 조화시키려고 애쓰는 중인데 뜻이 좋아도 세력이 너무 적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민노당과 참여당, 진보신당이 주황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각각 색깔이 다르지만 민주당처럼 왕국이 아니라 공화국이므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것 때문에 진보통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촛불집회에 나가면 어린 애가 뭘 알고 왔냐고 타박한다는 여학생의 고민엔 “나가면서 배우는 것”이라며 “지식보다 마음이 우릴 움직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논리보다 직관이 옳은 경우가 많다”고 격려했다.
유 대표는 “그런 질문을 또 받으면 당당하게 ‘알려고 나오는 거에요’라 대답해라”며 “잘 몰라도 행동하는 것이 배움의 한 과정”이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선 “모든 대의제는 정당정치를 통해서 구현된다”며 “우리나라처럼 정당이 국회에서 몸싸움만 하고 정당정치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럼 그렇다고 직접 민주주의로 바꿔야 할까”라고 자문했다.
그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직접 민주주의는 시간과 비용의 소모가 막대하다. 대의제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것은 정당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현재 한국 정당들은 지도자 중심, 정책보다는 지역기반을 강조한다”면서 유 대표는 “이런 정당의 미성숙이 대의제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설명했다.
“정치 혐오스럽고 미울수록 더욱 참여해야”
이어 “여당과 야당 사이에 목숨을 걸고 싸울만한 사안들은 국민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의 방법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라며 “정당정치를 발전시켜 대의제를 잘 가동시키면서 민감한 사안들은 국민의 뜻에 맡기는 식으로 단점을 보완하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유 대표는 “소선거구제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제도의 개편, 한미FTA 같은 첨예한 사안들은 만약 제가 대통령이라면 여·야 간에 끝없이 싸우기보다 국민투표에 회부할 것”이라면서 “부분적으로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잘 활용하면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이 잘 보완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유 대표는 또 선이 아니라 악을 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 대표는 “1차적으로 권력자가 악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국가가 사람들 사이에 정의가 서도록 신경 쓰게끔 강제해야 한다”면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정규직은 연봉이 6천만원이고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비정규직은 연봉이 3천만원”이라며 “똑같은 일을 하지만 둘의 차이는 정규직이 현대직원이고 비정규직은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것 뿐”이라 지적했다.
이어 “우리 마음 속에는 진화의 과정에서 발전시켜 온 정의에 대한 윤리적 직관이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러한 차이를 인간의 직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는 이 경우 이러한 차별이 합법적이라도 개입해야 한다”며 “국가가 직접 저지른 악은 아니지만 우리의 직관이 명백히 옳지 않다고 말할 때, 사람들 사이에 약육강식과 불평등이 계속해서 벌어질 때 국가가 개입해 교정할 수 있도록 우리가 국가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 행정, 제도 등을 통해 개입해야 한다”며 유 대표는 “결국 정치는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나는 정치에 관심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쿨한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치를 싸잡아 비난하고 정치인 욕을 하면 자신이 지성적 존재로 보이는 것처럼 착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유권자의 무관심은 정치인의 탓도 있겠지만, 정치인이 잘하지 못해 정치가 혐오스럽고 정치인이 미울수록 더욱 참여해 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것이 공화국의 주권자”라며 “모든 일에 할 수 있는 만큼만 참여해 달라”고 독려했다. 이어 “사람들이 당원으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당들이 발전이 없다. 인구가 8천만인 독일 사민당은 당원이 70만명”이라고 예를 들었다.
유 대표는 “어떠한 당의 당원이 아닌 것보다 차라리 한나라당의 당원인 것이 더 낫다”며 유 대표는 “잘하고 싶은데 참여가 너무 적어 잘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