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5 오후 5:15:38 Hit. 5973
조 편성 결과, 남북한의 운명이 '일단' 엇갈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 편성이 확정됐다.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가 시드를 받은 B조에 속해 나이지리아, 그리스 등과 만나게 됐다. 반면, 관심을 모았던 북한은 F조에 속해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등 각 대륙별 최고 스타를 보유한 팀들을 만나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이른바 ‘죽음의 조’에 속한 북한은 16강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겨운 조에 편성됐다.
♬ 대한민국의 B조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
한국 입장에서는 무난한 조 편성이다. 16강 진출을 노려볼만한 조에 편성됐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불안정한 팀들과 만나게 된데다 전통적으로 약세에 있는 유럽팀과 1경기만 치르도록 짜여졌기 때문이다. 32개팀 중 딱히 쉬운 상대는 없지만, B조에서 16강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한국과 한 조에 속한 세 팀은 최근 전력이 하락세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FIFA랭킹에서는 아르헨티나(8위), 그리스(12위), 나이지리아(22위) 모두 한국(52위)을 크게 압도하지만 지역 예선에서는 세 팀 모두 크게 고전한 뒤 간신히 본선 무대를 밟았다. 시드국인 아르헨티나는 언제나 버거운 상대지만 다른 시드국에 비하면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상대. 개최국 남아공을 피한 것이나 쾌조의 성적으로 본선에 오른 다른 시드국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3번과 4번 포트에서 최강팀들을 피한 것도 다행스럽다. 3,4포트 최약체들이 모였다는 평가를 받는 C조(잉글랜드,미국,알제리,슬로베니아) 못지 않다. 아프리카에서 가나, 코트디부아르 같은 팀을 피한 것이나 유럽 B포트에서 프랑스, 포르투갈을 피한 것은 천우신조다.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 감독 부임 이래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예선 4위로 직행 티켓을 간신히 잡았다. 전술이 없다는 비난과 지나치게 많은 선수들을 소집한 것에 대한 불평이 혼재하는 가운데 메시의 대표팀 활약이 저조한 것도 골칫거리다. 특히 이번 대회 지역 예선 18경기에서 단 1경기라도 뛴 선수가 무려 50명에 달하는 번잡한 분위기는 남은 6개월 동안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한국 입장에서는 마라도나 감독이 유임되길 바라야 할 지도.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들이 즐비해 허리에서 공간을 내주기 시작하면 대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가 나머지 두 팀을 모두 꺾어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한국 팬들에게는 박지성-테베즈의 ‘절친더비’도 관심거리. 두 팀 중 한 팀이 16강에 오를 경우 두 선수는 A조에서 16강 진출이 유력한 프랑스의 에브라와도 해후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
나이지리아와 그리스는 최근 하락세에 있는 팀이다. 나이지리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죽음의 조(잉글랜드,아르헨티나,스웨덴)에 속해 1무 2패로 탈락한 뒤 2006년 월드컵에서는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다. 엄청난 재능을 가진 어린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지만 조직력에 문제가 있고 세대 교체가 더디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지역 예선에서도 자력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야쿠부(에버턴), 마르틴스(볼프스부르크)가 건재하고 오빈나(말라가)가 급성장한 공격진과 요보(에버턴)와 은와네리(시온)가 지키는 중앙 수비는 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경기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만큼 어찌보면 가장 위협적인 상대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둘 중 한 팀은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그리스는 유로2004 우승국이지만 2006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유로2008에서는 본선에는 올랐지만 스페인-러시아-스웨덴에게 모두 패해 3전 3패로 조별 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유럽 지역 예선에서는 스위스가 1위를 차지한 2조에 속해 라트비아,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몰도바 등을 상대하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스위스에게 두 번 모두 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역습을 구사하는 축구를 견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 수비력에 허점이 많아 해볼만한 상대다. 지역 예선에서 팀이 넣은 득점의 절반인 10골을 홀로 몰아넣은 게카스(레버쿠젠)의 득점력과 유로2004 우승의 주역인 미드필드 콤비 카라구니스와 카추라니스(이상 파나시나이코스)에 수비의 핵 키르지아코스(리버풀)을 더한 '3K'이 위협 요소다. 하지만 그리스의 최대 강점은 '오토 대제'라 불리는 레하겔 감독의 존재. 프로팀 감독 시절 컵 대회에서 강했고 유로2004 우승 과정에서 보여준 토너먼트 운용 능력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아쉬운 것은 장소와 스케줄이다. 한국은 그리스와의 1차전(6월12일 23시30분)을 넬슨 만델라 베이에서 치른 뒤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18일 03시)을 요하네스버그에서, 그리고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23일 03시)을 더반으로 옮겨 갖는다. B조 4개국 가운데 이동 거리가 가장 많다. 비행편을 이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매 경기가 끝난 뒤 1,000km씩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반면, 시드국 아르헨티나는 1차전을 요하네스버그에서 치른 뒤 같은 도시에 남아 2차전 상대 한국을 기다린다. 한국팬들 입장에서는 저녁 8시 경기 한 번 없이 평일 새벽 3시 경기가 두 차례나 걸린 것도 아쉬울 것 같다.[TIP]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나란히 F조에 속했지만 스웨덴-잉글랜드에 밀려 조 3,4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과 그리스는 당시의 시나리오가 반복되길 바랄 것이다. 또한, 최근까지 루머가 나돌았던 히딩크 감독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부임설도 관심거리. 히딩크 감독이 메시-아게로 등을 이끌고 한국을 상대한다면 어떨까. 감동과 공포를 동시에 체험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예상순위] 1위 아르헨티나, 2위 대한민국, 3위 나이지리아, 4위 그리스
♨ 북한의 G조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모든 대회때마다 빠짐없이 만들어지는 ‘죽음의 조’가 이번에는 G조에 똬리를 틀고 엄청난 조합을 만들어냈다. 카카(레알 마드리드), 드록바(첼시),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대격돌을 벌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쟁쟁한 팀들 한가운데에 하필 북한이 끼어들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 이후 44년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북한은 시쳇말로 ‘쪽박 아니면 대박’을 꿈꿀 수 있는 조에 편성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 세 팀들이 한국을 스파링 파트너로 초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북한은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나머지 세 팀에 비해 몇 수 아래로 평가받지만 지역 예선에서 보여준 끈끈한 수비가 건재하고 정대세-홍영조를 앞세운 역습이 빛을 발한다면 1966년의 재현을 노릴 수도 있다. 외국인 지도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감독 선택에 따라 성적의 진폭이 클 수 있다. 3개팀 주요 선수들이 유럽 리그를 통해 대회 직전까지 혹사당하는 반면 북한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몸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둥가 감독의 브라질은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최다골을 기록하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유일무이한 월드컵 ‘개근’국가인데다 결승전 진출(7회)과 우승회수(5회)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을만큼 월드컵 본선 무대에 강하다. ‘3R’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지뉴) 이후 세대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데다 수비력이 탄탄해 조 1위가 예상된다.프랑스와 함께 4번 포트 최강팀 중 하나로 꼽혔던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데쿠, 나니,시망 등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대거 보유한 팀이다. 유럽 지역 예선에서 가장 치열한 조에 속해 플레이오프까지 거쳤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고 있다.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없는 것이 전통적인 약점이지만 호날두가 살아난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수비력도 괜찮은 편. 한편, 포르투갈은 1966년 월드컵 4강에 오를 당시 8강에서 북한을 꺾은 인연도 있다. 당시 포르투갈은북한에 0-3으로 끌려가다 에우제비오(유세비오)의 4골을 앞세워 5-3으로 역전승했다.코트디부아르는 가나와 함께 ‘아프리카 돌풍’의 핵심으로 꼽히는 팀. 유난히 치열했던 이번 대회 아프리카 지역 최종 예선에서 20개국 중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했고 가장 먼저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최대 강점은 막강한 공격력. 최종 예선 6경기에서 19골을 넣었는데 이는 유일한 두 자리 수 득점 기록이다. 이름만 들어도 골이 떠오르는 디디에 드록바를 비롯해, 투레 형제와 에부에, 조코라, 케이타, 칼루, 사노고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개최 대륙의 이점까지 살린다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다.[TIP] ‘인민 루니’ 정대세의 소원이 이뤄졌다!? 정대세 선수는 지난 주 네이버에 기고한 컬럼에서 브라질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컬럼에서 그는 “(요즘 배우는)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선수들과 대화하고 싶다”고도 언급했는데, 덤으로 포르투갈까지 만나게 됐으니 포르투갈어 공부의 쓸모가 두 배로 늘어난 셈. 정대세 선수의 다음 컬럼이 무척 기대된다.[예상순위] 1위 브라질, 2위 코트디부아르, 3위 포르투갈, 4위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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