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일요일날...간만에 한강둔치로 가족들과 저녁외식겸 바람좀 쐬러 나갔습니다.
그런데..옆에서 까르르...대며 웃는 소리가 들리길래..슬쩍 쳐다봤더니....5명정도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모여서 점잖게 흡연중이었습니다. 저하고 거리는 약 5미터가 될까말까..하는 거리였더랬습니다.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민망스러웠고....남학생도 아닌 여학생들의 집단 흡연이라...꽤 보기 힘든 광경이기도 하고..
나름 어른으로서 흡연하는 학생들에게 태클을 걸어..말어..하는 약간의 갈등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흘낏흘낏...여학생들을 쳐다보는 나를 어느덧 의식을 했는지...그 여학생들도 슬금슬금...옆눈으로 저를
몰래몰래 훔쳐보는게 느껴졌습니다...
자전거를 몰고가던 아저씨....강아지를 끌고나온 아주머니..등등...아무런 관심도 두지않고 우리들 곁을 지나가는데
유독 저만 그쪽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에이...관두자...내가 태클을 건들...저들이 내말을 주의깊게 들을것도 아니고 나도 고딩시절에 저랬는데..뭘....
하면서 신경을 끄려고 했는데....마지막으로 슬쩍 바라보다가 그쪽의 여학생 하나와 눈이 그만 정통으로 만나버렸습니다.
눈이 마주치는 그순간...빌어먹을 제입이 자동으로 열리더군요....
....내가 옆에 있으니...담배맛이 별로지...?
....???
....왜..아니겠냐....말은 못해도 내가 다른곳으로 갔으면..하는 마음...니네들 속에 가득하지...?
...네에~~~~
....대답은 잘하네....^^
....호호호호...
....그렇게 교복입고 담패 피우면 더 맛있냐...? 난 말야..교복자율화 세대라서...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워볼 기회가 없었단다..
....아저씨는 교복 안입었어요...?
....응..우린 교복자율화 세대라서 그냥 평상복 입고 학교 다녔어....
....우와..좋았겠다....
생각해보면 중학교 3학년까지는 교복을 입었었습니다. 동복과 하복으로 나누어서 입고 다녔지요.
전국 어디서나 같은 디자인과 같은 색의 교복...^^
아침마다 선도부에게 복장검열에...머리검열에....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지요.
....그런데..니네들 담배는 왜 피냐...?
....아저씨는 안피워요...?
요즘 아이들은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도 나름 당당해하는 태도더군요. 무슨죄를 지었느냐..뭐 이러듯이 말입니다.
....난...조금..피우다 말았어...
....끊으신 거에요..?
전 담배를 고등학교때 처음 물어봤습니다.
화장실만 가면 지독한 포연을 헤치고 소변을 봐야할 정도로 그당시 고딩골초들이 많았었습니다.
전부다..친구넘들...^^
장난반으로 담배를 입에대고는 눈물나서..혼났던 적이 기억이 납니다.
그때 친구들이...제게 담배 배우지 말라고 충고하던게...생각납니다. 지들은 피면서....
여하튼 고교때 장난으로 피운게 시작이었습니다.
대학에 가서 본격적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살았더랬지요...
그 시대가 그랬습니다. 전 86학번 이었습니다.
그 험난하고 피끓던 그시절 80년대 후반을 전 그렇게 담배와 최루탄을 함께 흡입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뜨겁게 86년 87년을 보내고 88올림픽을 앞두고 입대를 하게되면서...자연스럽게 담배를 끊었습니다.
군복무를 하던 그무렵 저는 이게 현실도피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민주주의를 외쳤는데...두김씨의 욕심으로인해..또 다시 군사독재정권이 시작되었던 것이죠....
너무나 무기력해버렸습니다...그리고는..이내..무관심해지는 저를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군인이라 단순해져버린 것일까요....
지금의 소녀이대 이상..인기가 좋았던(군인에게) 이지연..강수지..하수빈...등등..
그녀들에게 올인하는 저를 내무반에서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우와..어떻게 담배를 끊었어요....?
....왜..? 담배끊은게 신기하냐...?
....네..담배끊는 사람과는 사귀지 말래요....독하다면서....
....아냐..요즘은...달라..담배도 못끊는 사람과는 놀지 말래....결단력이 없다고...
또 까르르르..웃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예뻤습니다....저렇게 귀엽고 예쁜애들이 왜 담배를 필까..
안타까웠지요....
전역을 하고...다시 학생이 되면서 무기력한 대학생활을 보내던중....선배와 다툼이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그 선배를 때리게 되었고...너무나 그사실이 괴로웠습니다.
그 선배와 화해하는 자리에서 전 또 다시 담배를 물고 말았습니다. 그이후로는 좀처럼 끊기가 어렵더군요...
....그런데..아까도 물었듯이 니네들 담배는 왜 피는건데....담배피는게 멋있게 보이냐...?
....그냥요...별 이유 없어요...요즘 담패핀다고 멋있게 보는게 어디있어요..그냥 피는거죠...
....그래도 이유가 있을것 아냐...시작한 계기가....
....학교 생활이 답답하기도 하고...남친들 만나면서 같이 어울리면서..피우기도 하고..다들 그래요....
....남친들이 피우라고 강요하냐...?
....아~~뇨...오히려 안피워요..남자애들은....
그러면서 또 까르르르..웃어댑니다.
선배와 화해하면서 다시 물었던 담배는 여간해서 놔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에 잠자리에 눕자...담배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날은 담배를 한번도 안피웠던게 생각이 났습니다.
어..오늘은 담배를 한대도 안피웠네....내일도 참아볼까....
그래서...그날 이후로 2010년 오늘 현재까지...20년동안 참고 있는 중입니다....
....너희들 그렇게 다들 이쁜데...담배피우지 마라....이빨도 노래지고 뭐가 좋냐...?
....끊을거에요....지금은 힘들지만...끊을거에요....
그렇게 여고삐리들과 나름 즐거웠던 수다는 따끈한 어묵국물을 가져지온 아내때문에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저와의 수다가 더이상 없자...이윽고 그 여학생들도..일어나더군요...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응..그래..잘가....
참 착한 애들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에게 그 여고생들과의 수다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담배는 정말...백해무익한 존재지요....
그래서 다 피워 없애버려야 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