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영화의 장점은 일종의 안락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액션영화를 보는데 갑자기 순애보가 등장한다던지
로맨스영화를 보는데 살인마가 등장하지는 않는다는
암묵적인 감독과 관객간의 동의가 있다는 거.
그런데 문제는 그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현실감은 유지해야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김종욱찾기는 그 점에서 실패했다고 여겨지네요
영화 중반에 청량리역을 잡은 씬에서처럼
얼핏 보면 깨끗한 역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이면 집장촌이 몰려있고
온갖 도시의 어두운 면이 가득한 장소이니까요
그런 어두운 현실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느냐
혹은 그런 현실을 적절히 이용하면서도 로맨스를 유지하느냐
이 영화는 전적으로 제거하는데만
몰두해 있는거 같습니다
황미나 순정만화에서 튀어 나온것 같은 아빠캐릭터나
동생만 보면 왈가닥처럼 두들기는 약사 누나나
소설쓰는 매형, 뮤지컬이라면 당연히 주연은 대타배우가 존재할텐데
모른척 등장하는 무대감독이라던지
현실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더군요
그러다보니 연기자들의 연기는 붕붕 뜨고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연기밖에는 할 수 없는거겠죠
특히나 아빠와 임수정, 동생이 엮여져서
한바탕 소동처럼 벌어지는 상황들은
너무나 익숙한 80년대식 순정만화 상황들이라
손발이 오그라드는걸 어쩔 수 없더군요
인도도 그냥 무슨 포카리스웨트에 나오는 광고처럼 묘사됬어요
블루시티라...아하..
잠시 현실을 잊고 한시간 반의 몽상을 사는게 영화라지만
이건 좀 아닌거 같습니다
뻔뻔하게 이건 영화니까 라고 장르적으로 밀어붙이는거도 아니고
그래도 다행인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의 만듦새입니다
초짜 감독의 데뷔작인데도 풍광이나 미술은 꽤 예쁩니다
이 영화가 그나마 영화같은 평가를 받는건
전적으로 스탭들의 공일겁니다
며칠전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영화인이 생활고에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를 보고
이 영화를 보니 왠지 가슴이 답답하더군요
직장을 잃어도 예쁜 원룸에 살 수 있는 공유씨처럼
현실도 그러면 좋으련만, 현실은 너무 척박하고
40대 아저씨로서 이런 영화에 감정이입은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그래도 여성분들은 꽤 좋아하실 영화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