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1 오후 3:27:07 Hit. 2905
해프닝 (The Happening)
행복하게 죽는 법
다들 샤말란 감독이라는 것에 아쉬운 눈치였다. <식스 센스>가 너무나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어진 <언브레이커블>이 약하긴 해도 기대했던 '반전'이 있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샤말란 영화에서 반전만 기대하는 이상한 병에 걸렸다. 나도 줄곧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챙겼다. 저 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몇 번을 실망했지만, 적어도 그의 영화는 오래 기억에 남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것은 재미있거나 없다는 생각과는 별개다. 그토록 실망스러워했던 <레이디 인 더 워터>나 <빌리지>도 지금 떠올려보니 강한 인상이 남아있다. 덕분에 나는 뒤늦게 <해프닝>을 아주 조심스럽게 보았다.
정말로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진다. 자연현상인지 정부의 화학무기 유출인지 알 수 없지만,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또 끊는다. 이쯤 되면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지고, 멋지게 사건을 해결할 주인공이 나타나야 한다. 대부분 영화는 그렇게 진행된다. 하지만, 샤말란의 <해프닝>은 그것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자신이 언제 자살할지 모르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무엇에 집착하고 무엇에 의미를 두는가 하는 것이다. 주인공 엘리엇과 알마는 소원해진 부부이다. 하지만, 곧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서로에게 의지하고, 공동의 목표는 다시 과거의 행복한 시절을 되찾는다. 사이에 친구가 맡긴 아이도 있다. 행복의 조건을 가족의 결성에서 찾는 <해프닝>이 못내 뻔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감독은 그것을 굳게 믿는 것 같다.
샤말란의 주장을 따르면 자연은 경이로운 것이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인도 출신의 감독이라서 이런 발상이 가능했다는 성급한 일반화도 해본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주인공이 죽지 않기 위해 숨고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자, 흩날리던 나뭇가지들은 잠잠해진다. 물론 인과관계는 반대다. 석 달 후, 부부는 임신하고,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치 확인이 결실을 본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미스터리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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