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칭 생략했습니다.
원래는 개봉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우리말 성우 버전밖에 상영안하는 것을 알고 좀 많이 실망했었다. 원피스의 일본 성우들을 나름 많이 접했기 때문에 익숙치 않은 목소리로 들으면 얼마나 어색한 기분일지 상상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11일날 예매했던것을 낼 봐야지하면서 취소하고, 다시 다음날 예매한건 또 그 날 취소하고, 다시 다음날도 그걸 반복하고......
결국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다. 개봉한지 거진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오늘 말이다.
그런데 우려와는 다르게 무척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뒷좌석의 꼬마가 발로 나의 좌석을 끊임없이 차댔는데도 무척 즐겁게 보았을 정도이다. (그 꼬마에게 화를 내려고 해도 이건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길래 '그래 재미있게 봐라. 흥분하면 차는거 같은데 내 참아주마'하고 그냥 안마의자에 앉아있다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극장판에서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야기속에서 캐릭터들의 성격을 분명하게 잘 드러냈다는 것과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던 이야기전개에 있었다. 액션신이 생각보다 덜 화려했지만 뭐, 원피스는 드래곤볼이 아니니까말이다.
국내 성우진들의 연기도 무척 인상깊었다. 본인이 성우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 루피 성우분은 많이 듣던 분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지만 계속 듣다보니 '아, 이 사람 그래도 주인공 맡을만하구나.'하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나중에는 그 성우분 루피도 정이 가더라. 약간 시크해진 루피라고나 할까, 인상적이었다.
나미역을 맡으신 분은 캐릭터 성격이 좀 다르지 않나 싶었는데 후반가니 오히려 내 취향이었다. 난 그런 목소리를 예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히로인적인 사람이 그런 목소리를 내니 점수를 더 주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전반적으로는 좀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다이얼에 녹음한 목소리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약간 들쑥날쑥하지 않나하는 기분이었지만 본인이 전문가가 아니라 기분탓이었을 가능이 높지 않나 싶다.
브룩 성우는 정말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조로나 상디역 성우분도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로빈씨는....... 워낙 대사가 거의 없어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엔딩스크롤이 올라가고 있었다. (로빈팬인데... 비중이 너무 낮아. ㅠㅠ )
쵸파 성우분도 귀엽게 연기해주셨지만 커진 쵸파 목소리는 확실히 원작과 달라서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워낙 뜨문뜨문 나와서 익숙해지기 전에 끝난 느낌이었다. 루피야 처음부터 끝까지 많이 떠드니까 익숙해질수 있었는데 다른 배역들은 몇몇을 빼고는 어어어어 하다가 끝났다고 생각된다.
본인은 우솝을 원피스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우리말 성우분은 미묘했다. 좋은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판단하기 힘들었다. 원작 성우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결과적으로 성우분들에 대해서 걱정했던 부분은 우려에 불과했다. 잘 안 들리는 부분도 두어곳정도에 불과했고 전체적으로 녹음이 잘되어 있었다. 심각하게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쉬웠던 것은 액션신이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았다는 것과 전투 밸런스를 너무 따지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전설적 해적이라 하늘땅별땅안큼 쎌 거라고 생각하고 극장에 간다면 좀 황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좀 강한 악당 하나 나왔구나하고 생각하면 충분했다. 분명 이 부분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 많으리라 여겨진다. 사실 나도 모리아와 오즈편에서의 처절한 전투를 살포시 기대했었는데 기대가 빗나가서 적잖이 아쉬웠다.
스토리도 너무 이치를 따지려고 하면 이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흐름은 무척 좋았고, 생각이상으로 고조되거나 흥분되는 장면도 나와서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 원피스적으로 웃겨서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루피와 나미 지지파는 이 극장판을 10배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원작자가 둘을 지지하는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극장판이었다. 원작자는 원피스가 소년만화니 연애는 배제한다고 공언했지만, 그래도 원작자가 지지하는 커플도 분명 있을테고 그게 극장판으로 드러낸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다음 극장판도 국내에서 상영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감상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