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9 오전 2:08:50 Hit. 3891
세세한 부분(번외 요소나 몹토벌 등)은 빼고 크게 그래픽, 음악, 전투, 스토리 만을 간략하게 늘어놓았습니다. 무척 엉터리 글이지만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파판13이 이번해에 과연 나올 것이냐가 분분한 가운데 어쨌든 최신작인 12를 최근에서야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파판팬인 제가 12를 미루고 있던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세계관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개인취향이니 게임성을 말할때 불필요한 것입니다. 파판택 어드밴스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온 파판12. 그렇습니다. 전 파판택 어드밴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신작만큼은 늘 '변혁'을 기본모토로 삼아왔던 파판이기에 예전작의 배경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것은 저에겐 하나의 배신 아닌 배신이었던 것이죠. 특별히 그렇게 큰 악감정은 없었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캐릭터의 서구화입니다. 예전 파판12의 그래픽 등이 처음으로 소개되었을 무렵엔 그나마 동양적인 얼굴이 많이 보였습니다만 결국 최종 결과물은 지나친 서구화였습니다. 물론 이젠 세계시장을 무대로 해야 하기에 이같은 결정은 옳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의 캐릭터 얼굴들은 제 느낌으로는 다소 지나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파판10 정도의 얼굴이 동서양에서 그리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계라고 느꼈습니다). 역대 이렇게 귀엽지 않은 얼굴의 헤로인이 있었던가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제와서 플레이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패미통 만점의 저력을 자랑하는 파판 사상 게임성을 최고로 공인받은 작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게임을 비디오게이머로서 놓친다는 것은 말이 안되었죠(전 게임을 하든, 영화를 보든, 음악을 듣든, 전문가들의 작품평으로 고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파판을 싫어하는 유저들은 돈으로 패미통을 매수했다고 나불거리고 다니는데, 참고로 스퀘어에닉스는 다른 기업을 다 물리칠 정도의 게임업계의 파워기업은 사실 아니기 때문에 설득력없는 헛소리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단지 젤다의 전설과 동급이 된 파판에게 질투를 느꼈을 뿐이라고 단정합니다. 게다가 그런 유저들의 근거대로라면 오히려 젤다의 전설이 그런 의혹을 사기에 더 적합한 환경이라 하겠으니, 누워서 침뱉는 꼴이군요. 결국 책임도 지지 못할 말을 단지 빈정 상했다는 이유로 함부로 떠들고 다니는 것은 초등학생까지만 용서되는 행동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본편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픽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더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라면 동영상 CG에서의 캐릭터들의 움직임이나 표정등의 연기력의 부재였습니다. 파판의 그래픽을 최고로 침에 있어서 그 퀄리티 뿐 아니라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운 모션과 연기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폴리곤 캐릭터들의 퀄리티와 모션, 연기는 훌륭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작에 사용된 폴리곤의 수가 동급 퀄리티의 타게임에 비해 상당히 적다고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만한 퀄리티를 냈다는 것은 진정한 그래픽의 강자임을 확고히 다지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사실 그래픽은 기술이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돈만 들인다면 단지 고퀄리티라면 왠만한 게임회사는 낼 수 있으니까요).
파판하면 그래픽만큼이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입니다. 초코보테마와 배틀테마 그리고 승리했을 때의 팡파레 등, 파판의 마스코트는 꼭 모그리나 초코보 같은 캐릭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들려줍니다(특히 개인적으로 메인에 흐르는 프리루드 테마를 좋아합니다. 벨소리도 그것이죠). 그밖에도 각 시리즈마다의 메인곡은 그 음악성이 '한낱 게임음악'이라는 선을 넘어서는 것으로 예로 파판8의 Eyes on me는 게임만큼이나 유명해져서 수백만장이 팔린 곡이고, 파판10의 '스테끼다네'는 이수영이 '얼마나 좋을까'로 번역해 부르면서 당시 비디오게임의 불모지라고 했을 만한 대한민국 대중들에게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입니다. 절대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묻어가는 음악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역시 이런 기대에 걸맞은 음악이 파판12에도 전반적으로 깔리고 있습니다. 파판10에서 다소 디지털적이었던 음악이 다시 정통적인 음색으로 바뀌면서 국가적인 전쟁이라는 배경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팡파레인데, 역시 파판10에서 그다지 가슴뛰지 못했던 편곡이 이번엔 다시 정통의 팡파레로 되살아났습니다. 게다가 따로 전투화면이 만들어지지 않는 실시간 플레이화면에서의 전투이기에 특별히 보스전에서만 승리포즈와 함께 팡파레를 들을 수 있는데, 만약 전투시스템이 좋지 않았다면 이것은 단점이었겠지만 전투시스템이 빛을 발하면서 보스전에서만의 팡파레 역시 특별한 승리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줍니다.
RPG하면 빠질 수 없는, 그 게임성과 대중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전투가 되겠습니다. 사실 파판의 전투시스템은 캐릭터 양성 시스템과 함께 조금씩 변화를 거듭해 왔습니다(파판8에서 지나치게 선을 넘는 오류를 범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은 제 개인의견일 뿐입니다). 하지만 요즘같이 RPG도 스피드를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파판을 새로 시작하는 유저들에겐 기본적으로 턴제로 운영되는 그 전통적인 전투시스템은 지겹기 마련입니다. 전 이게임을 하기 얼마 전 샤이닝포스EXA를 했는데 홀딱 빠진 경험이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스피디하고 간결한 전투가 그 역할을 했던 것이지요. 사실 그래픽이나 스토리, 볼륨 등은 그다지 볼 것없는 게임이었던게 제 개인평가였습니다만 전투 하나로 그 모든 것을 묻을 만큼 높은 게임성이라 할 만 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파판의 전투시스템은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매 시리즈마다 개혁에 가까운 변화를 꾀하는 파판이지만 늘 근본에 깔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파판시리즈임을 입증하는 근거들이구요. 그중 하나가 바로 전투시스템이기 때문에 그것을 뒤집어 엎는다면 그때부터 파판은 서서히 그 시리즈의 막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감히 조언해 봅니다. 어쨌든 반갑고 다행스럽게도 파판12는 본래의 시스템을 바탕에 깔면서 스피디한 전투를 만들어 냈습니다. 전투 중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각 캐릭터의 차례가 돌아오면 커맨드를 입력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언제라도, 어느 캐릭터라도 커맨드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해서 본래의 시스템을 바탕에 깔면서도 스피드를 잘 혼합한 역대 최고의 전투시스템이라 감히 치켜세우는 바입니다. 게다가 난전 중 유저의 수고를 덜어주는 겜빗은 그야말로 옥의 옥일 만큼 빛나는 시스템으로, 앞으로 RPG 게임계에 큰 영향을 끼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이 스토리입니다. RPG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은 유저들마다 그 기준이 다릅니다. 전 그다지 중요시하진 않습니다만 날림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바로 파판12는 스토리가 날림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습니다. 과거 시리즈 중 스토리가 대단하지 않았던 것이 없던 파판인 만큼 그 평가는 제게 충격이었습니다. 보통도, 그저 그런 것도 아니라 날림이라니 말이죠.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 본 결과 그것이 오보였음을 단정지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악평을 한 자들에게 그런 이유를 납득할 만한 근거를 들어 제시해 보라고 따지고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게임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인 취향에 달렸지만 이 스토리를 날림이라고 할 정도라면 지극히 개인적인 악감정이 아닌 이상 나오기 힘든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파판은 시리즈 별로 RPG정통스토리와 다소 난해한 스토리로 크게 나뉘고 있습니다. 파판7에서의 난해한 스토리를 접고 파판9에서 본격적으로 정통스토리로 회귀한 모습도 보였죠. 파판10에선 다시 정통에서 벗어나 난해쪽으로 기울었지만 그 여운을 남기는 감동으로, 정통이 아님에 이의를 다는 사람들이 없었을 정도로 최고의 스토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파판12는 다시 정통쪽으로 돌아왔습니다. 군사강대국이 야망을 갖고 약소국들을 없애고 그 해방군들이 모험을 하며 야망을 없앤다는 아주 간단하고 결과도 뻔한 해피엔딩의 시원한 스토리입니다. 이것을 날림스토리라고 하는 자들의 머릿속엔 반전과 눈물 콧물 짜내는 신파만이 가득 차 있어서 진정 '좋은 스토리'의 기본이 뭔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전 파판시리즈 중 가장 안좋은 스토리를 꼽으라면 오히려 최고의 스토리라는 평의 파판7을 꼽고 싶습니다. 충분히 해설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지는 온갖 스토리설정들 때문이지요(시리즈 중 비교하자면 단지 그렇다는 것 뿐, 말그대로 '엉터리 스토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님을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난해하다고, 반전이 대단하다고, 혹은 눈물 짜는 감동이 있다고 그것만이 '좋은 스토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파판12는 패미통 만점을 받을 만한 충분한 게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패미통에서 만점을 받지 못했더라도 이것이 '만점의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척이나 많습니다. 개인적인 단 하나의 불만이라면 설정옵션에서 키옵션이 없어진 것 뿐이니까요. 파판7의 대성공을 무색해 할 만큼 파판8의 갑작스런 혹평은 파판에게 커다란 숙제를 남겼습니다. 한번 기울면 다시 세우기 힘든 것이 게임계의 시리즈 타이틀입니다. 그 방편으로 파판9에서 예전 정통RPG로의 회귀를 선언했지만 역시 쉽지는 않았죠. 분명 높은 게임성에도 그만큼 평가를 받지 못했던 작품이었으니까요(물론 파판은 기본적으로 2, 300만장은 깔고 가니 이런 평가가 다른 게임회사의 분노를 살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파판10에서 완벽한 변화라는 일종의 도박을 통해 파판은 다시 옛 명성을 되찾게 됩니다. 그것도 이번엔 월드버전으로 말이죠. 사실 도박이랄 것도 없었죠. 그만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면 제가 사장이라도 올인하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꽃이 바로 이 작품, 파판12에서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다르마스카 사막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가르바나 꽃처럼 말이죠. 이제 파판13은 예전 파판들이 그랬듯이 또 다시 전(前)시리즈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아주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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