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Wii)의 번들처럼 보일 정도로 대거 판매되어 온 ‘위 스포츠’는 특정 종목의 스포츠에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스포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개념을 주입시켰고, 내용 역시 게임기의 독특한 컨트롤러 특성을 잘 살리고 있는데다 구성이 좋아 '스포츠'라는 장르에 약간의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데카스포르타는 이런 좋은 배경 덕택에 좀 더 쉽게 관심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높은 기대감에 부응할 타이틀이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런 눈길도 감수해야 하는 애매한 상황에 놓인 게임이었다. ‘Wii로 즐기는 스포츠 “10”종목!’라는 부제 때문에 특정 주제를 기반으로 한 10가지 종목 또는 십종 경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 내용은 별다른 기준 없이 선정된 10가지 종목의 묶음이다.
종목에는 배드민턴, 컬링, 스노우보드 경주, 피겨 스케이팅, 슈퍼크로스, 카트 레이싱, 양궁, 축구, 비치 발리볼, 그리고 농구가 있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상당히 다른 유형이지만 즐기는 입장에서, 즉 조작 면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10가지의 다른 조작을 익힐 필요가 없다. 이는 장점일 수 있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
비슷비슷한 조작으로 거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으니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되지만 서로 다른 종목의 특징을 잘 살렸다고는 할 수 없어 10가지 종목이 갖는 의미는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배드민턴과 레이싱처럼 전혀 다른 구성을 가진 종목끼리는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종류는 거의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다. 레이싱 종류는 모두 컨트롤러를 옆으로 눕혀 좌/우로 기울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눈차크를 활용하는 피겨 스케이팅 외의 나머지는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흔든다.
데카스포르타에 포함된 경기의 조작 방법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큰 동작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자 또는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서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얻기는 다소 힘들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큰 동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며 동작이 클수록 지치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도 없지만, 특정 스포츠에 적합한 특유의 동작이라는 것이 없어 천편일률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그리 좋게 생각할 수 없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구성의 멤버로 설정된 몇 개의 팀 중 한 개를 선택해 10가지 종목을 차례대로 경험하면서 다른 AI 팀을 이기는 모드, 한 가지 경기를 선택해 토너먼트 형식으로 즐기는 모드, 각 종목을 색다른 방법으로 진행하면서 조작법을 익히는 미니 게임 모드 등이 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세 가지의 게임 모드에 10가지 종목이라고 하면 그럭저럭 오랜 플레이타임을 보장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왕 아케이드 성향 스포츠 게임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비현실적이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배경이라도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적인 배경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경기장의 모습에 큰 변화가 생길 리 없고 실제로 그렇다.
농구 코트라든가 축구장 같은 경우 약간의 변화가 있어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어떤 경기장도 변화라는 것이 없이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다. 실내 종목은 어떻게 해서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레이싱 종목까지도 난이도별로 코스가 한 개씩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본편의 볼륨이 적으니 나머지는 미니 게임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미니 게임 모드 역시 '풍성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난이도만 달라질 뿐 각 종목에 준비된 레벨은 겨우 한 개씩 밖에 없다. 그래도 다른 종목들은 실제 경기를 응용해 다른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꾸민 것에서 그나마 약간의 신선함이라도 얻을 수 있지만 레이싱은 일반 모드에서 접하게 되는 코스의 시간 단축뿐이어서 미니 게임의 의미 자체가 없다.
그래픽은 전반적으로 깔끔하지만 넓은 공간이 등장하는 레이싱 코스 등에서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경험할 수는 없을 정도로 무난한 수준이다. 사운드가 특출난 것도 아니어서 게임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만족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 가지 모드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깊이가 없어 오랫동안 꾸준히 즐길 여지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간단한 조작 체계와 단판으로 끝낼 수 있다는 특성, 그리고 다양성 덕택에 이른바 '손님 접대용 게임'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