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23 오전 10:44:45 Hit. 5338
제목: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발리볼제작사: 테크모발매일: 2003-02-14장르: 스포츠그동안 수많은 스크린샷과 동영상을 양산하면서 세간 - 이라기 보다는 주로 성인 남성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바로 그 게임,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이하 DOAX)이 마침내 발매되었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저조한 본체 보급대수에도 불구하고 히트 타이틀이 된 이 게임. 과연 테크모와 Team NINJA는 어떤 게임을 만들어낸 것일까?
▣ DOA의 특징을 살렸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이하 DOA)는 원조격인 대전격투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와 가슴 텍스쳐 모핑으로 유명했었다. 때문에 인기 캐릭터만으로 승부하려는 소위 캐릭터물과 전통적인 형태의 게임(표현이 이상한 줄은 알지만 캐릭터 게임의 상대적인 의미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을 엄격히 구분하던 시절, 혹자는 DOA를 예쁜 캐릭터와 자극적인 묘사로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려는 일종의 캐릭터 게임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 DOA의 원점 데드 오어 얼라이브 ]
[ 그 시절의 추억이 담긴 이름 DANGER ZONE ]
이후 게임성이 대폭 강화된 2편이 등장하면서 그런 논란은 서서히 사라져 갔지만 "DOA 팬을 위한 외전적인 타이틀"을 기획하게 되면서 Team NINJA는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 타겟은 Xbox의 주요 고객층인 20대 이상의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맞추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게임에 DOA 시리즈의 여성 캐릭터들만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DOA를 재평가하게 만들었던 2편 ]
[ DOAX의 컨셉은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라… 일까 ]
한편 매력적인 캐릭터 외에도 DOA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코스츔 셀렉션에 대한 것이다. 새턴판을 제작하면서 가정용만의 오리지널 특전으로 도입된 코스츔 컬렉션 시스템은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점차 다른 격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DOA만의 특색이 되어 갔고 지금은 DOA 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DOAX는 바로 이 코스츔 컬렉션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게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잭 아일랜드로 가자' 모드에서 입수한 코스츔은 배구만을 즐기는 엑서비션 모드에도 동일하게 반영되므로 여러 코스츔을 선택하고 싶은(혹은 모으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연히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 선물하거나 선물받거나 구입한 옷은 엑서비션 모드에서도 선택 가능]
[ 이런저런 수영복들. 이 게임에는 정말 수많은 코스츔이 있다 ]
이렇듯 DOAX는 기존의 대전격투 대신 비치 발리볼로 종목을 바꾸긴 했어도 DOA 시리즈가 갖고 있던 특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당한 DOA 시리즈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현재 개발 중인 DOA 코드 크로노스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 남국의 휴양지 잭 아일랜드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점점 진지한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본가 DOA 시리즈와 달리 이 게임에선 거대 기관의 음모도, 탈주 닌자의 비극도, 암살에 대한 복수도 생각하지 않으니 당연히 서로 싸울 일이 없다. 그저 잭이 건설해 놓은 남국의 섬에서 꿈 같은 2주간의 시간을 보내는 것 뿐. 이 게임이 아니라면 카스미나 엘레네가 아야네를 그렇게 친근하게 부를 일이 과연 있기나 할런지.
[ 잭 아일랜드로 가자 모드 시작 화면. 섬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일까? ]
[ 오프닝 화면 중 한 장면. 게임 자체도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이다 ]
속아서 왔던, 잘못 찾아왔던, 이런저런 이유로 잭 아일랜드를 방문한 DOA 시리즈의 여성 캐릭터들은 여기서 신캐릭터 리사를 만나 섬 여러 곳을 안내 받게 된다. 참고로 이 섬에는 비치 발리볼 코트로 쓰이는 4곳의 장소 외에도 퐁퐁 게임(물 위에 떠 있는 스폰지를 밟고 건너가는 게임. 국내 TV 쇼에도 여름철에 가끔씩 나온다)을 즐길 수 있는 풀사이드와 수영복 등의 코스츔을 구입할 수 있는 스포츠 샵, 장신구, 배구공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액세서리 샵,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잭 잡화점, 음악을 선곡할 수 있는 라디오 스테이션이 있으며 하루 일과를 마치면 호텔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게 된다.
[ 처음 섬을 방문한 플레이어를 맞이하는 리사. 사람을 누워서 맞이하다니… ]
[ 풀 사이드에 누워 있는 카스미. 게임을 중단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
[그냥 쉬는 화면. 이것도 여러 종류가 있다 ]
[퐁퐁 게임. 리듬을 살리면 보너스 금액을 받으며 많이 성공하면 점점 난이도가 높아진다 ]
[ 플레이 도중 자주 들리게 될 스포츠 샵. 돈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준다 ]
[ 액세서리 샵. 매일 아침 썬텐 크림을 바르면 몇일 뒤에는 건강미 넘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
물론 도박으로 돈을 벌어 잭 아일랜드를 건설했다는 설정인 만큼 호텔에서도 조용히 잠만 자는 것은 아니다. 호텔에는 라스베가스를 연상시키는 카지노가 있어 포커, 블랙잭, 슬롯 머신, 룰렛의 4가지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잭으로부터 받은 DOA 동영상을 보거나 낮에 사놓은 선물을 다른 캐릭터에게 보내고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캐릭터로부터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참고로 잭의 선물은 게임이 진행되는 2주 동안 하루에 1개씩 받게 된다.)
[ 포커 ]
[ 블랙잭 ]
[ 슬롯 머신 ]
[ 룰렛 ]
[ 선물은 캐릭터별로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공략 대상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 ]
[ 잭의 선물은 DOA 동영상에서 수영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은 함께 비치 발리볼을 즐길 수 있는 파트너를 만들어 시합을 벌인 뒤 이기면 그 상금으로 옷이나 장신구를 사 치장하거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선물해 호감도를 높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만일 파트너를 구하지 못 할 경우에는 솔로로 여기저기를 거닐고 있는 캐릭터를 유혹해 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풀사이드에서 퐁퐁 게임을 하는 수 밖에. 그래서 가끔은 DOAX의 장르가 비치 발리볼이 아니라 연애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 이런 복장에서 ]
[ 이런 복장까지 다양한 코디네이션 가능 ]
[ 솔로 캐릭터의 공략. 참고로 이미 팀을 맺고 있는 캐릭터들도 공략이 가능하다 ]
[ 낮에도 선물을 줄 수 있다 ]
[ 파트너 제의를 거절 당하다. 하지만 캐릭터 얼굴에 음표가 나오는 상태라면 가능성은 높다 ]
[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다른 캐릭터에게서 선물을 받는 경우도 있다 ]
또한 이 게임에선 '무려' 아무 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캐릭터도 와 있지 않은 비어 있는 장소에 가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혼자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풀사이드에서도 퐁퐁 게임을 하지 않고 그냥 쉬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쉬는 동안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보느라 플레이어는 별로 쉴 틈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 비치 발리볼쪽은 어떠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DOAX의 메인 타이틀이자 핵심이 되는 비치 발리볼에 대해선 소개가 늦어지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해외 언론이나 유저들도 이 게임을 언급하면서 정작 비치 발리볼에 대한 부분은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의 관심이 비치 발리볼이 아닌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어쨌든 비치 발리볼 게임이다 ]
[ 2인 대전도 가능 ]
그래도 배구를 소재로 한 게임들을 좋아하는 필자인지라 내심 테크모가 만드는 배구 게임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다. 사실 배구라는 스포츠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조작계, 시점 처리 때문에 의외로 게임화가 쉽지 않은 종목이고, 때문에 게임으로 제작할 때는 일반적인 배구보다 간략화 되어 있는 비치 발리볼인 경우가 많았다.
[ 또 다른 Xbox용 비치 발리볼 게임 Outlaw Volleyball ]
필자의 경우 그 동안 발매된 타이틀 중에는 세가-AM2의 비치 스파이커즈를 3D 비치 발리볼 게임의 이정표로 삼을 수 있는 게임으로 여기고 있다. 비치 스파이커즈는 배구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직관적인 조작 인터페이스 안에 구축해 익히기 쉬우면서도 배구 특유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 GC로 발매되었던 비치 스파이커즈 ]
DOAX의 경우에도 익히기 쉽다는 점에선 합격점을 줄만하다. 공격/블록킹은 A 버튼, 리시브/토스는 B 버튼으로 일원화되어 있어 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배울 수 있으며, 5분만 플레이하면 어느 새 능숙하게 플레이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비치 스파이커즈 같은 정밀함이 없어 이 게임을 통해 배구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며 랠리가 길어지면 긴장감 보다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또한 캐릭터에 특성을 부여한 것이 지나쳤는지 티나의 스파이크는 학생 시절 배구 선수였다던 리사의 블록킹도 돌파할 정도로 강해 두번째로 파워가 강한 히토미와 한조가 될 경우 거의 무적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만일 배구로 쉽게 돈을 벌고 싶다면 히토미로 플레이하면서 티나를 파트너로 삼는 것이 좋을 듯. 카메라의 시점 상 공이 코트 좌우를 가로지를 때는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도 불만의 여지가 높다.
[ 파워에 있어서 1, 2위를 다투는 티나와 히토미]
[ 공이 어디로 오는 건지…; ]
▣ 그래픽과 사운드 이 게임의 그래픽 엔진은 데드 오어 얼라이브 3(이하 DOA3)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와 배경의 모델링 수준은 DOA3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이펙트는 게임 자체에 때리고 부술만한 것이 나오지 않으니 화려한 장면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재활용이란 느낌이 강하지만 현 시점에서도 DOA3의 비주얼은 뛰어난 편이므로 그래픽적인 퀄리티는 납득할 만 하다.
[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들 ]
[ 생각보다 긴 오프닝 무비 ]
한편 캐릭터가 쉬고 있을 때의 카메라 시점은 비치 발리볼을 플레이 할 때와 달리 꽤 자유로운 편이다. 적당한 위치에 설정되어 있는 카메라를 Y 버튼을 이용해 임의로 전환할 수 있으며, 우측 트리거로 자유롭게 줌인(X 버튼으로 고정도 가능)하거나, 좌우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해 시점과 카메라를 이동하는 등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충실히 제공된다.
[ 배구보다 이쪽을 더 신경 쓴 느낌 ]
[ 정작 경기 중 리플레이씬에선 카메라 전환이 불가능하다. 어째서? ]
사운드쪽은 기존 DOA 시리즈의 성우들이 풀보이스로 이야기해주므로 전작의 팬들에게도 별다른 위화감이 들지 않으며 배구공과 관련된 효과음도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이 게임에 수록된 멋진 BGM. How Crazy Are you?, Turn It Up, Give Me A Reason 등 우리에게 친숙한 팝 음악이 흘러나와 귀를 즐겁게 해주며, Xbox에 녹음해 놓은 음악이 있을 경우 이를 라디오 스테이션에 등록할 수 있어 꽤 편리하다.
[ 라디오 스테이션. 설정 상으로는 잭이 DJ를 본다고…]
▣ 마치면서 이 게임이 만들어진 이유는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구축해 놓은 엔진과 데이터를 재활용해 한번 더 돈을 벌어 들이는 것. 여기에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가능한 많은 사람이 구입하게 한다면 금상첨화일 터이니,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게임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틀에도 들어가 있는 비치 발리볼쪽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어쩌면 비치 발리볼이 7점제로 운영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이 게임의 흐름을 지배하는 '호감도 시스템'을 강화하고 카지노와 퐁퐁 게임 외에 다른 미니 게임 - 예를 들면 서핑이라던가 수박 깨기 같은 - 을 추가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아마 그랬다면 비치 발리볼이란 이름을 붙이기가 무색해졌을 테니 망상은 여기서 그만두도록 하겠다.
[ 이런 게임이 들어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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