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23 오전 11:38:55 Hit. 4650
제작사: 세가 발매일: 12월 19일 장르: 슈팅2002년 12월, 드디어 팬저 드라군 시리즈의 최신작 팬저 드라군 오르타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도 현존하는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Xbox로 말이다. 98년 아젤 팬저 드라군 RPG를 끝으로 지난 몇년간 침묵을 지켜온 팬저 드라군. 정식 시리즈라 할 수 있는 3D 슈팅 게임 팬저 드라군 쯔바이(96년 출시)부터 계산하면 무려 6년만에 등장한 신작이니 팬들로서는 발매 자체가 기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팬저 드라군 오르타는 과연 그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아름다운 영상
팬저 드라군 오르타가 보여주는 영상은 정말이지 아름답기 그지없다. 3인칭 시점의 백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드래곤과 그 드래곤을 타고 있는 소녀 오르타의 모습은 물론 오르타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변이종과 그녀의 뒤를 쫓는 드래곤메아, 제국의 함선 등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으며 환상적인 분위기의 배경은 그동안 팬저 드라군 시리즈가 구축해 온 치밀한 세계관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각 스테이지의 디자인은 스토리에 맞춰 다양한 환경과 구성을 보여주는데 끊김없이 매끄럽게, 상황에 따라 고속으로 스크롤되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나오는 것을 금할 수 없으며 수면이나 파티클 등의 표현도 멋지게 되어 있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 상상속에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과 그곳을 날고 있다는 부유감을 잘 살렸다는 것.
각종 특수 효과와 연출도 뛰어난데 글라이드 어택과 버서크 공격의 연출이 세가 게임다운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른 형태의 드래곤으로 변형할 때도 모핑 기법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있다. 또한 이벤트신은 리얼타임과 CG 영상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혼용해 묘미를 살리고 있으며 CG 영상의 퀄리티도 같은 달 발매된 동사(오버웍스 제작)의 시노비에 비해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배경음악과 사운드
뉴에이지풍의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신스 패드 계열의 음색, 그리고 빠른 비트로 전개하던 중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BGM. 팬저 드라군 오르타에는 가상 공간을 소재로 한 일련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들어봤음직한 음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런 음악에 걸맞게 보이스와 사운드 이펙트에도 합성음이나 리버브 효과가 걸린 것들이 많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사운드와 BGM이 앞서 나가기 - 흔히 튄다고 표현하는 - 보다는 게임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각 에피소드 사이에 등장하는 중후한 목소리의 나레이션.
심플한 조작, 심플한 인터페이스
팬저 드라군 오르타의 기본적인 조작 방법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A 버튼은 연타 시 샷이, 누르고 드래그하면 록온 레이저가 발동하며 방향 패드나 왼쪽 아날로그 스틱의 조작에 따라 드래곤이 이동하고, 90도 방향 전환은 L, R 트리거로, 180도 방향 전환은 L+R로 실행한다. 방향 전환 시 트리거를 누르지 않아도 현재 타겟팅하고 있는 오브젝트의 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점이 편리하며 필살기 개념의 버서크는 BLACK(흑) 버튼과 R2(오른쪽 아날로그 스틱 클릭) 중 자신의 기호에 맞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글라이드 어택(가속)과 감속 기능은 X와 B 버튼으로 사용하는데 후반부의 중간 보스와 스테이지 보스전에는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드래곤과 오르타의 위치에 따라 보스의 약점을 파악하기 쉬워질 수도,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 그리고 이러한 개념을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므로 이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듯 하다.
심플한 조작 방법처럼 인터페이스 역시 단순화되어 평소에는 좌측 하단에 버서크 게이지와 라이프 게이지, 글라이드 게이지가 일체화된 게이지 세트 하나만 보여주며 유전기를 입수했을 때 나타나는 유전기 게이지는 잠깐 표시된 뒤 사라진다. 이런 부분은 플레이어가 게임 화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되며, 드래곤의 레벨업 상황은 포즈 메뉴에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보너스! 보너스!!
팬저 드라군 오르타에는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다양한 보너스 요소가 제공된다. 최근 세가 그룹 내에서 제작된 게임 대부분이 이런 부분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팬저 드라군 오르타의 특전은 그 종류와 수에 있어 발군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제작진은 판도라 박스라는 별도의 메뉴를 만들어 이들을 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메인 게임의 각 스테이지를 플레이어가 난이도, 라이프, 레벨 등을 자유롭게 설정해 즐길 수 있는 박스 게임과 여러가지 기체 및 오리지널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서브 시나리오, 팬저 드라군 1편을 플레이할 수 있는 어펜딕스가 있으며, 엔사이클로피디어와 어펜딕스에서는 각종 설정 자료 및 일러스트, 동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자료의 질과 양으로 볼 때 이 정도면 별도의 설정자료집이 필요 없다고 느낄 정도.
한편 지금까지 팬저 드라군 시리즈를 한번도 플레이해보지 못 한 유저들을 위해 기초부터 하나씩 가르치는 튜터리얼 모드를 제공, 초보자가 플레이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이 모드는 메시지에 따라 조작법을 하나씩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류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익힐 수 있다. (참고로 상하 이동이 헛갈리는 사람은 게임 플레이 도중에도 포즈 메뉴에서 노말/리버스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마치면서
모처럼 단점을 집어내기 힘든 게임을 플레이한 것 같다. 게임 화면, 시스템, 구성 등 여러 부분에서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며, 혹여 플레이 시간이 짧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슈팅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 후반부에 가상공간에 들어가는 부분은 일련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해 사족처럼 생각되는 점도 없지 않지만, 그런 것은 개인적인 불만일 뿐 오히려 마음에 들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팬저 드라군 시리즈를 기다려 왔던 팬들을 위한 다양한 부록도 포함되어 있으니 팬저 드라군의 팬을 자처한다면 반드시 구입해야 할 게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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