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전에 정말 황당하고 세상이 싫어지는 일을 겪었네요~) :
오늘 딱히 업무가 많았던건 아니지만 괜히 점심 생각이 그냥 그저 그래서 부하 직원들은 다 식사를 하고와서 저 혼자 한시반쯤? 혼자서 밥을 먹으러 어슬렁 기어 나왔습니다.
오늘 아침에 겨울인가 싶을정도로 유난히 추워서 아파트 단지 건너에 있는 뜨거운 콩나물 국밥을 먹으러 가서 먹고...돌아올땐 좀 지름길인 주택가 약간 오르막을 혼자 걸어가고 있었는데 왠 할머니께서 손을 앞에서 흔드시며 뭐라 말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어폰을 뺏습니다. 전 운전할때 심지어 잘때... 언제 어디서나 끼고 목에 걸고 삽니다. 특별한일 없으면 안빼는 타입~~
나: "무슨 일이세요~ 할머니" 할매: "배가 너무 고파서요~ 처.천원만 주시면 안되요"
박스를 주우러 나왔는데 집근처엔 없어서 박스 주우러 좀 멀리까지 걸어 왔다고 두시가 넘는데 어제 저녁부터 못먹었다고 빵사먹게 천원만 달라고 하시더군요.. 눈가도 빨갛구 콧물좀 흘리시길래 수중에 있는건 25만원인데... 전부 오만원권이라 드릴까 잠깐 생각해봤지만 그건 좀 아닌거 같아서.....
나 : "어쩌죠 제가 지금 오만원권 밖에 없네요" 할머니 : " 아유~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하시며 말이라도 고맙다고 인사를 꾸벅 꾸벅 하시니... 너무 좀 기분이 그래서 식당에서 차라리 밥을 사드릴까 했지만 하필 거기가 어느쪽으로 가도 식당가려면 10분가량은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보니 몸이 불편해 보이시는데 찬바람 슝슝 부는데 그거리를 가자고 하기도 그렇고 아파트가 근처인 주택가 골목 같은곳이라 택시가 잡힐리도 없고 그때 편의점이 근처에 있던게 생각나서~~
" 저기 편의점에 같이 가시죠~ 제가 도시락 사드릴께요~ "
그래도 계속 거절하시길래 저 혼자 편의점에 먼저 갔습니다. 뭐... 안땡기지만 라떼 한잔 사마시고 도시락하고 음료하나 데워서 드리면 되겠지... 했는데 도시락이 파스타니.. 돈까스.. 애들 입맛에 맞는것 뿐이라 그냥 김치제육 김밥 하나와 검은콩 두유...쌍화탕 하나 따뜻한걸로 사고 렌지 돌려 데우서 드리고.... 집을 물어보니 택시로 가면 오천원쯤? 나올거리 뭐 노인네 걸음으로가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박스 줍는다고 계속 여기저기 멈춰서 쓰레기 뒤지시니까...
그래서 잔돈 이만칠천원을 드렸네요~ 택시 타고 가시고 오늘은 날 추우니까 박스 줍지마시고 그냥 들어가서 쉬시라고 택시비 내고 남으시면 그돈으로 저녁 꼭 사드시고......
뭐 끼니도 제때 못챙기는 상황인분이 그리 하시지 않을껄 알지만~~ 택시를 불러드리고 싶어도 폰이 배터리가 간당간당 아사직전이길래 사무실에 충전기에 꽂아놓고 나왔기에 할수없이 전 콩나물 국밥 식당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발주서 받은걸 살펴보다가 음식이 나와서 옆에 의자에 놓고 처먹 처먹 하다 계산하고 의자에 둔채로 나온게 기억나서....
사무실을 택시타고 갈까 하다 잘 가셨는지 궁금하고 택시비도 기본요금 치는거리라 예약도 아니고 택시 잡으러 도로나가긴 또 싫어서...
근데 멀리서도 슬슬 보이기 시작하니 아직도 계시더군요~ 근데 허름한 가방에서 아줌마들쓰는 모자같은걸 꺼내쓰시고 뭔가 검은 비닐 봉지나 이것저것 꺼내서 빈 카트에 담고 계시더군요.. 점점 가까워지니 허리춤 작은 가방에서 꺼내 손으로 뭔가를 세고 있는.... 돈 ~ ㅡ_ㅡ^
이때는 육안으로 보일정도 천원짜리도 상당하고 만원짜리도 꽤나 받았던듯... 가까이서 보니 카트에 담은건 떡이나 빵같은 음식들 양이 꽤 되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사준거겠죠... 돈도 그렇고....영상 찍어 경찰을 불러 오늘 날도 추운데 구취소에서 따뜻하게 보내시게 해드리고 했지만..." 아... 폰 사무실에 두고 나왔지...." 이런 개 쌍쌍바 같은 상황이..ㅠ_ㅠ
그래서 그 노친네 앞에 서서 처다보니 쌩을 까더이다 불과 20분전인데 처음보는 사람인양 무슨 안면 인식 장애인가? 아니면 그사이에 치매가 발병했나.....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듯 자기 할꺼 하는 노친네~~ 눈빛부터가 아예 싹 바뀌더군요
그래서 노인 공경이 아닌 노인 공격을 해볼까? 라는 잠시 폐륜아 적 발상이 떠올랐지만..... 점심 시간도 아니고 수트 차림의 직장인이 오후시간에 누가봐도 폐지 줍는 머리 히끗한 노인과 실랑이 벌여봤자 결국 나만 개차반 쌍놈이 되는 상황....... ㅡ_ㅡ;;;;;
" 도대체 그 나이 먹도록 멀하고 살았길래 한심하다..... "
라고 한마디 건네주고 돌아섰네요 담에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진짜 고민되네요
의심부터 하게될까 그게 더 기분 드럽네요... 내가 좋은놈이란 생각은 해본적 없지만 그렇게 후진 인간은 아닌데 말이죠... 에효... 잃은 돈이 아까운것보단 솔직히 불과 몇분전인데 저렇게 태도가 돌변한다는거에 더 놀랐네요~ 어떻게 살면 저렇게 되나...
간혹 인터넷 뉴스 한켠에 실리던 일인줄 알았는데... 기분은 잡치네요.. 씁
날도 추운데 퇴근하면 정종에 어묵탕이나 때리러 선술집에나 가야 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