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서늘한 열기를 버리고 돌아온 나를 감싸던 그날의 차가운 공기를 이 가을 저녁에 다시 느끼며
난 프롤레타리아의 회한, 그리고 고독에 빠져 저 머나먼 법국의 거트루드스타인여사가 벨에포크 시절에
썼던 표현을 훔쳐 자조 섞인 헛웃음을 지어본다. 어쩌면 이 시대의 좌절된 인텔리전트란 모두 잃어버린 세대이리라.
개돼지에 비하지도 못하는 것이 날개 잃은 매가 아닐까. 배움이라는 공명 속 생존을 위한 걸음걸이.
서쪽 끝나라의 기이한 말로 쓰인 책의 공허한 페이지는 릴케의 전진만큼이나 무의미하다.
대의에의 망각이 남긴 못지않게 허전한 뉴런과 시냅스 사이의 우주를 채우기위하여, 반짝이는 불빛 속에서
한줄기 장초와 나는 서로를 소멸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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