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 NGC
장르: 어드벤처
플레이어: 1인용
네트워크지원: 지원안함
언어: 일어
제작사: 캡콤
발매일: 2005.01.27
유통사: 캡콤
‘정말 재미있는 게임’의 정의는 무엇일까? 스토리가 재미있는, 영상이 멋진, 손에 땀을 쥐게하는 게임 등 셀 수 없이 많은 설명이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은 ‘게임을 하는 동안 게임이라고 느낄 수 없는 게임’이다. 풀어서 설명 하자면 게임을 즐기는 동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게임인지 아닌지 생각 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게임, 그 정도로 엄청난 몰입도를 주는 게임이야 말로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재미있는 게임’의 리뷰를 쓰고 있는 날이니 키보드를 오가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날아갈 듯이 가볍다. 필자에게 이런 기쁨을 주고 있는 바이오하자드 4(리뷰는 영문판 ‘레지던트 이블4’로 하였으나 국내에서는 바이오하자드가 더 익숙하므로 이후 바하4로 통일)에 대해 알아보자.
바이오하자드의 역사
바이오하자드 1은 게이머들에게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당시 그렇게 공포스럽고, 놀랍고, 흥미진진한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의 공포에 게임하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컨트롤러를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으니 굳이 부연 설명도 필요 없겠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2편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 뒤부터 바하의 명성은 급격한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했다. 바하:아웃브레이크, 바하:베로니카, 바하:데드에임, 바하:서바이버 등 캡콤 특유의 ‘우려먹기’ 전략이 펼쳐지자 게이머들은 똑같은 패턴의 게임에 급속히 식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실 바하4에 대한 기대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틀릴 때 더 기쁜 것일까? 바하4는 이전 시리즈 특유의 게임플레이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으며, 이런 스타일로 좀 더 ‘우려먹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게임으로 변신했다.
좀비는 이제 그만
그 동안 바하 시리즈는 인간 병기를 개발하려는 엄브렐라 그룹과 그들이 개발한 바이러스의 유출로 인해 발생한 좀비 및 괴물들로 덮여버린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의 스토리였다.
하지만 바하4는 이러한 중심스토리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설정을 도입했다. 엄브렐라 그룹이 유출한 바이러스와 그 무서운 전염성 때문에 지역 하나를 핵으로 밀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미 정부. 그 후 미 정부는 엄브렐라와의 모든 연결선을 끊어버렸고, 이 여파로 엄브렐라의 주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폭락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의 몰락과 함께 그 자취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한편 바하2의 남자 주인공 이었던 레온 케네디는 미국 대통령 직속부대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찾게 되었다. 그 후 6년. 대통령의 딸이 의문의 납치를 당하게 되고, 유럽 외딴 지방에서 모습을 보였다는 정보에 따라 레온 케네디가 급파된다. 하지만 레온은 대통령 딸의 납치 뒤에 더 큰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되고...
바하4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빠른 게임 진행이다. 이전 시리즈들 보다 이동 속도나 전투가 빨라진 점도 있겠지만, 가장 크게 작용하는 부분은 빠르고 급박하게 변하는 스토리이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질질 끌지 않으며, 큰 대전제를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더 크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전개되며, 스토리 사이 사이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상황이 연속된다. 여기에 ‘멋지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컷신들이 이어지면서 어서 다음 스토리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게 된다.
살아남아야 한다
캡콤은 지금까지 바하 시리즈의 장르를 서바이벌 호러(Survival Horror)라고 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서바이브보다는 ‘깜짝’ 공포로 구성된 호러 게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바하4는 과감한 구성변경을 통해 호러보다 서바이브에 중점을 두었고, 게임을 하면서 정말 ‘살아서 빠져나가야지’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된다.
일단 주인공을 괴롭히는 적들은 더 이상 느릿 느릿 움직이는 좀비가 아니라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인간(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아니지만)들이며 그 숫자 또한 엄청나다. 인공지능도 상당히 뛰어나서, 총알을 피하기 위해 위빙도 하고, 포위하기 위해 퍼져서 다가오거나, 높은 곳이라면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온다.
길이 있는 곳이라면 구석에 쳐 박히는 일 없이 끝까지 쫓아 오며,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에 따라(칼, 갈퀴, 폭탄, 손도끼 등)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공격할 줄 안다. 게임 초반에 나오는 적들이 이 정도니 중 후반 부에 나오는 거대 괴물이나 인간처럼 생기지 않은 괴물들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이에 맞서는 주인공 또한 만만치 않은 화력을 자랑한다. 기본적인 권총은 물론 게임 극초반부터 상당한 화력의 샷건과 수류탄이 주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점에서 기관총, 라이플 등 다양한 총도 구매 할 수 있으며, 기존에 가지고 있는 총의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진행 과정에서 얻게 되는 총알의 수도 넉넉한 편이어서 쓸데없는 난사만 하지 않는다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부족함 없이 쓸 수 있다. 사격 방식도 이전의 자동 조준 방식을 버리고 세미-일인칭(주인공 오른쪽 어깨 너머로 보는 방식) 방식을 선택하여 좀 더 정확한 사격을 가능하게 했다.
이 같은 사격 모드 덕분에 빨리 죽이고 싶다면 헤드샷 위주로, 적의 속도를 줄이고 싶다면 다리를, 무기를 떨어뜨리고 싶으면 팔을 조준하는 식으로 닥친 상황과 무기에 맞춰 싸울 수 있다. 맞는 부위에 따라 효과도 확실히 나타나기 때문에 즐거움이 배가 되며, 이런 표현은 쓰기 좀 그렇지만 헤드샷과 함께 머리가 터질 때는 ‘참 시원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 있다.
자칫 반복이라고 느끼기 쉬운 전투 시스템에 양념 같이 포함 된 것이 액션 버튼 시스템이다. 주위 환경에 따라 창문에서 뛰어내리기, 사다리 걷어차기, 적 걷어차기, 밀기, 낮은 장애물 건너 뛰기 등 보통 때는 하지 못하는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며, 게임이나 전투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또 전투 시가 아닐 때도 급박한 상황(갑자기 공격을 당하거나, 피해야 할 때 등)에서는 A,B 버튼을 같이 누르거나 양쪽 트리거를 같이 누르는 방식을 사용하여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접목 시켰다.
20시간의 청룡열차
같은 장르의 비슷한 게임들이 10시간 안팎의 플레이 타임을 가지고 있는 반면 바하4는 20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자랑한다. 여기서 더 주목할 부분은 제작 시간을 줄이고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편법인 간 곳 또 가기, 죽인 적 또 죽이기와 같은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알찬 20시간이라는 점이다.
게임의 진행은 항상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굳이 세이브 포인트나 상점을 가기 위해 유저가 원해서 뒤돌아 가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앞으로의 진행만 신경 쓰면 된다. 때문에 게임 진행 내내 ‘앞으로는 뭐가 펼쳐질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게임 끝까지 이어진다.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흥분의 연속인 청룡열차. 바하4는 이 느낌이 20시간 동안 이어진다.
게임큐브 맞아?
콘솔들의 그래픽 파워를 얘기 할 때 항상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2 순으로 이야기를 하고, 게임큐브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실제 하드웨어적으로 특출 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게임큐브는 지금까지 그래픽적으로 두드러지는 게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하4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그래픽이 게임큐브에서 가능한가, 아니 다른 콘솔에서도 이 정도 그래픽이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고 있으며, 캡콤에게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스크린샷에서 보여주는 그래픽도 뛰어나지만 게임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와’ 밖에는 별다른 표현 방법이 없다.
여기에 상당한 연출력(영화적인 연출!)이 녹아있는 컷 신까지 가세하여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더군다나 20시간 가까운 플레이 타임 동안 갔던 곳을 또 가는 일이 거의 없이 계속 새로운 환경을 보여주기 때문에 바하4에 들어간 그래픽 적인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하겠다.
사운드도 훌륭하기 그지 없다. 돌비 프로로직을 통해 들려오는 괴물소리, 총성, 배경소리 등의 음향효과는 좀 더 좋은 스피커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하면서도 실제감이 있으며, 성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게임의 무드를 잡아주는 배경음악도 너무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완벽은 아니다
쓰고 있는 자신이 무안해질 정도로 칭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바하4도 아주 문제가 없는 게임은 아니다. 가장 답답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16:9 비율로 맞춰져 있는 화면. 영화 같은 느낌을 주면서 그래픽 성능을 최대한 짜내려고 한 방법 같지만, 게임 내내 위아래가 잘려있는 걸 보는 건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TV가 작다면 그 작은 화면 속에 더 작은 화면에서 게임을 즐겨야 한다.
두번째는 상당한 난이도이다. 바하 시리즈는 예전부터 쉬운 게임은 아니었지만, 바하4는 중급 이상의 게이머가 아니라면 초반에 상당히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몰려드는 적들과 처음 접해보는 컨트롤 방식에 갈팡질팡 하다가 어느새 뻘건 컨티뉴 화면을 보게 된다. 컨트롤 방식 자체는 비효율적이 아니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본능처럼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지만 그 전까지의 허들이 너무 높다고 하겠다.
최고의 바이오하자드
역시 캡콤은 죽지 않았다. 아니, 캡콤에 대한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만들어 준 게임이 바로 바하4이다. 감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중 역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게임. 필자가 게임큐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느껴진 ‘유일’한 타이틀이다. 이런 게임이라면 앞으로 3~4편 정도는 우려먹어도 기쁘게 구매해 줄 것이다.
지금 필자의 느낌은 너무 재미있는 경험을 한 친구가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침을 튀겨가며 다른 사람들에게 권해주는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이런 게임들 덕분에 필자는 여전히 게임계를 떠날 수가 없다.
-게임샷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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