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희 가족이 겪은 일입니다.
제가 중학생 적에, 서울 영등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드디어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루신 터라 가족 모두가 기뻤습니다……만, 이사 온 날부터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1. 동생이 겪은 일입니다.
부모님이 외출하신 어느 날. 동생은 안방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한참 자다가 문득 잠에서 깼는데, 안방 화장실에 누군가 서 있더랍니다.
아주 하얀 소복을 입은 어떤 할머니가.
동생은 깜짝 놀랐는데, 더 놀란 사실은 그 할머니가 안방 화장실 거울을 통해 제 동생을 보고 있더랍니다.
동생은 너무 놀라서 안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침대에 계속 굳어 있었는데, 갑자기 하얀 소복을 입은 할머니가 획 돌더니 제 동생한테 스르륵- 다가와서 스쳐 지나갔다고 합니다.
2. 이번 일도 동생이 겪은 일입니다.
동생이 아침에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어머니께서는 출근 준비를 위해 화장을 하고 계셨습니다.
마침 전화가 울렸는데, 텔레비전에 너무 열중한 모양인지 동생이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왜 전화 안 받아?' 하시며 거실에 가셨는데, 아까까지 멀쩡했던 동생이 춤을 추듯 허우적대고 있더랍니다.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며.
어머니께선 동생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급히 흔들어 깨우셨는데, 다행히 동생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고 합니다.
이윽고 동생이 말하길, 어떤 할머니가 목을 조르고 있었는데, 엄마가 오니까 사라졌다고.
바로 동생의 목을 보니 빨갛게 손자국이 있었습니다.
3. 이건 아버지께서 겪으신 일입니다.
휴일에 아버지께선 방에서 낮잠을 주무시고 계시고, 저희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방에서 뛰쳐나오시는 겁니다. 땀을 흘리시면서.
어머니께서 무슨 꿈이라도 꿨냐고 하자, 아버지께선 어떤 할머니가 자꾸 아버지 손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너무 생생해서 꿈이 아닌 것 같으셨다는데, 혹시나 해서 동생이 할머니 인상착의를 물어보니 기묘하게도 동생이 본 할머니와 똑같았습니다.
4. 문득 동생이 이사오기 전 날, 이상한 꿈을 꿨다고 했습니다.
이사하는 꿈을 꾸는데, 어떤 할머니가 이사하는 곳으로 자꾸 따라 오더랍니다. 짐 보따리를 들고.
그래서 집에 빨리 들어와 문을 잠갔는데, 할머니가 자꾸 초인종을 누르며 열어 달라고 했답니다. 가족들은 초인종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동생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 문을 열어주고는 꿈에서 깼다고 합니다.
5.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왠지 무서워 졌습니다. 그래서 같은 라인에 사는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그럽니다.
"……너희 집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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