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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차력사 | 조회수 : 2046 (2010-04-10 오전 1:20:20)
    이런 X발 새끼. 이런 것도 얼굴이라고 쳐올리냐. 당장지워라 죽여버리기 전에』



    - 탁타탁타탁



    어두운 실내, 담배연기가 가득해 마치 습한 안개가 낀 듯한 작은 방. 그리고 작은 탁상위에 올려진 브라운

    관모니터가 육중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기분 나쁜 빛에 비춰지는 것은 한 남자의 얼굴과 키보드 위를

    오가는 바쁜 손가락들. 남자는 한껏 허리를 구부린 채 그의 호리호리한 체구를 모니터에 집중시키고 있었

    다. 그리고 남자의 입에선 간간히 욕이 흘러나왔다.



    「크킄… 뭐 이딴 새끼가 감히 여기에 사진을 올리냐구…」



    큼지막한 브라운관 모니터안에서는 친목카페의 사진란이 비춰지고 있었다. 남자는 그 사진란에 있는 사진들

    을 하나하나 클릭해 가며 소위 말하는 '악플'을 쓰고 있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과 함께.



    「니깟 새끼들이 어떻게 할건데 나를…? 크킄…」



    한참을 이렇게 악플을 써내려 갔을까. 친목카페의 매니저인 듯한 사람에게서 쪽지가 도착했다. 악플을 쓰

    는 것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남자는 마침 잘 됐다는듯 바로 답장을 써내려갔다.



    『병신아 못생긴 얼굴 보고 못생겼다고 하지 뭐라고 하냐?』

    『그래도 말씀이 좀 심하신 것 같네요 제제 들어가겠습니다』

    「병신. 제제하면 내가 그만 둘 것 같아…?」



    - 띠링



    『친목카페 xx에서 강제 탈퇴되셨습니다.』

    「뭐야 이거 ? X발… 이새끼들이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남자는 친목카페에서 강제탈퇴 되자 스스로 분을 못 이긴 듯 계속 두드리고 있던 키보드를 두손으로 쾅쾅

    내리찍기 시작했다. 이윽고 키보드의 단단한 자판에 손이 까지고 핏물이 고였으나 그의 분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남자는 한참동안 모니터를 노려보며 담배 한개피를 집어들었다. 뭐, 이런적이 한 두번은 아니었

    지만 매번 카페에서 강제 탈퇴를 당하는것이 이젠 지겨웠고, 짜증났다. 이젠 더이상 온라인에서 악플로 다

    른사람의 얼굴에 욕을 하는것은 자신을 흥분시켜 주지 못했다. 더 자극적인 것이 필요했다.



    「X발…」



    하지만 자신은 이 작은방안에서 이 작은 모니터안의 세계 밖에 몰랐다. 아니 모르고 지냈다. 지난 몇년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고 어두운 방은 자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자신 또한 그 음습한 뱃속에서 타

    인의 얼굴을 미친듯이 보고 있었다. 각종 효과로 자신의 얼굴을 치장하고, 조작하고… 그리고 자신은 어느

    새 그들의 얼굴을 동경하기 시작했고 또한 증오하기 시작했다. 거짓에 물든 세상… 그리고 자신은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도 이제 지겨웠다. 아무리 온라인에서 악플을 달고 있어봐야 세상은 바뀌지 않

    는다. 그저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지워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순간 뇌리속에 강한 생각이 문

    득 스쳐지나갔다.



    - 세상으로 나가야한다…



    그렇다. 이제 이 좁은 공간에서만 악플을 쓸 수는 없다. 세상에 대해 악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인간들을

    거짓된 사회에서 해방시켜야한다.



    「내가 해주겠어… 거짓을 진실로… 만들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만 가지고는 세상에 덤비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세상에 공개적으로 악플을 쓸 수 있을

    까. 그래. 먼저 대상이 필요하다. 거짓된 존재, 진실로 변화시킬 대상.

    그는이제 이 먼지만으로 가득차고 어둠만이 존재하는 이 작은방을 나선다. 그가 작은 방의 문을 열고 밖으

    로 한 발을 내딛었을때, 그의 뒤를 쫒듯 쾌쾌한 담배연기가 따라 나왔다. 문밖으로 나간 그는 무엇보다 상

    쾌함을 느꼈다.


    ...



    그는 이제 어두워져 버린 주변을 바라보았다. 낮에 자신을 가두던 그 작은방에서 빠져나와 이제껏 정처없

    이 걸어다닌 것이다. 여기가 어딘지는 몰랐다. 그가 작은방에서 적지않은 세월을 보내는 동안, 세상도 적지

    않게 변했다. 이제 그는 골목길에 놓여진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작은 방을 빠져나올 때

    와는 달리 그는 세상에 대해 겁먹고 있었다. 그가 상상한것 이상으로 세상은 거대했다. 모니터 속의 세상과

    는 차원이 달랐다. 모든것이 생생하게 현실로 다가왔다. 그렇게 그는 방황했다. 그렇게 그는 멍하니 서 있

    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어느새 쭈그려 앉아 있었다. 밖은 예상외로 쌀쌀했고 그가 걸친 것은 얇은

    긴팔과, 천으로된 바지가 전부였다. 바람은 그를 세상과의 싸움에서 더 밀려나게 만들었다. 그렇게 다리가

    저릴때쯤 골목길 저편에서 길쭉한 그림자 하나가 걸어 들어왔다. 여자였다. 그것도 무릎위로 한참을 올라

    간 짧은 미니 스커트에 또, 배꼽으로 부터 한참을 위로 올라간 배꼽티. 그리고 얼굴은 마치 죽은사람을 보

    는듯이 창백하게 두꺼운 화장이 칠해져 있었다. 여자는 그가 있는 가로등을 지나쳐 갔다. 하지만 그냥 지나

    간 것은 아니었다. 쭈그려 앉은 남자를 경멸하듯이 보며 간 것이다. 여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지는 몰라

    도 남자는 분명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느꼈다.



    「X발년…」



    순간 남자의 눈에 불똥이 튀겼다 드디어 '대상'을 발견 한것이다. 거짓으로 물들어 자신의 악플이 필요

    한 '대상'. 남자는 가로등불빛을 등지고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여자의 등 뒤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리고 뻐근한 다리를 일으켜 세우고는 여자를 따라 어둠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여자의 뒤를 따라가자

    이 여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그 여자의 뒤를 따라가자, 앞

    서가던 여자도 남자의 낌새를 눈치챗는지 점점더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자의 발걸음이 빨라

    지는 만큼 남자의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골목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끝은 화려한 네온

    사인이 어둠 대신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골목 끝에 다다르면 저 거짓 투성이

    인 여자를 처벌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남자는 엉겹결에 골목 벽에서 튀어나온 시멘

    트 벽돌을 잡아뺏다.



    - 그르륵



    시멘트 벽돌이 벽을 빠져나오는 소리는 꽤나 음침했고, 앞서가던 여자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

    다. 남자가 벽돌을 빼든 순간 여자는 달리기 시작했고, 남자도 여자를 쫒아 달리기 시작했다. 하이힐을 신

    은 여자는 구두굽이 부서져라 달렸다. 하지만 남자를 떨쳐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여자가 골목길의 끝에 다다

    라 한발짝만 더 디디면 네온싸인의 불빛이 미치는 곳까지 온 순간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 퍽



    여자는 머리가 으깨지는 고통을 받으며 쓰러졌다. 여자의 상반신이 네온싸인의 불빛에 비춰졌다. 머리에서

    새어 나오는 피로 머리칼이 엉기며 사방으로 뻗쳐 있었다. 남자는 그 괴기스런 장면에 충격을 받을 새도 없

    이 아직 어둠에 묻혀있는 여자의 다리를 끌어 골목길 안 쪽으로 당겼다. 그렇게 여자가 다시 어둠속으로 묻

    히자 그제서야 남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내…내가 뭔짓을 한거야…」



    엉겁결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자신이 죽인 여자가 자신의 앞에 널브러

    져 있는 것이다. 남자는 두려움에 몸서리치며 꿇은 무릎을 뒤로 질질 끌다가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시체로

    부터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쯤 뛰었을까, 갑자기 남자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섰다.



    「저 여자를 그대로 두고 가면 안되지… 사람죽인 걸 들키면 어떻게해?」



    자신이 살인자가 되었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여자의 시체를 어떻게든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는 다시 뒤돌아서서 여자의 시체가 있는 곳 까지 뛰어갔다. 다행이 다른 사람이 시체를 본 것 같지는 않았

    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시체의 다리를 잡아 끌었다. 어딘가 시체를 숨길 곳이 필요했다.

    여자를 한참을 끌고 골목길을 걸어, 방금전 여자를 처음본 가로등에 다다랐다. 그리고 남자는 잠시 멈춰서

    서 자신이 끌고온 여자의 시체를 보았다. 콘크리트로 울퉁불퉁하게 되어있는 골목길을 엎어진채로 끌려왔으

    니 지금 시체의 앞면은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 시체를 감춰야 하는데… 어디에 감춰야 하지…」



    남자는 한참을 가로등 불빛아래 서 있다가 가로등 불빛에 노출된 채 있는 시체를 보고는 다시 무작정 시체

    를 어둠으로 밀어넣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새에 여자의 발목은 차가워져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남자가

    돌아갈 곳은 그 작은방 뿐이었다. 남자가 사는 작은방은 작은 건물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거의 돈없

    고, 혼자사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늦은 밤엔 인적이 드물었고 건물 전체가 인기척도 없이 조용했다.

    남자는 여자의 시체들 들춰엎고 철로된 녹슨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은 삐걱거림도 남자를 소스라치

    게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남자의 작은방앞에 다다랐다. 문은 아침에 급하게 열고나온 그대로 살짝 열려

    있었다. 그 덕택인지 작은방안의 공기는 상쾌했다. 남자는 급히 여자의 시체를 엎고 작은방 안으로 들어섰

    다. 그제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여자의 시체를 방에 던져놓고, 켠지 한참이 된 방안의 전등을 켜는

    스위치를 손으로 몇번을 헛집고야 찾아내어 켯다.



    - 달칵



    전등은 몇번을 껌뻑이고 나서야 온전하게 켜졌다. 방안은 그저 횡했다. 너저분하게 흩트러져 있는 담배꽁초

    와 방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를 빼고는 별다른게 없었다. 아 여자의 시체도 지금은 방의 한 중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고 자신이 죽인 여자의 시체를 보았다. 예상대로 여자의 얼

    굴은 처참하리만치 짓이겨져 있었다. 여기저기 돌 부스러기가 뭍어있고 어디하나 성한곳이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눈에는 이상하게도 여자의 얼굴이 아름다워 보였다. 아까전 자신을 경멸하며 죽은듯이 창백한 얼굴

    보다 지금의 얼굴이 훨씬 아름다웠다. 피로 붉게 물든 얼굴… 그리고 마치 그자리에 있었는 듯이 박혀있는

    돌알갱이들… 그 모든것이 남자의 눈엔 자연스런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게 바로 진실된 아름다움이야… 거짓되지 않은, 진실된 얼굴…」



    남자는 미친듯이 여자의 얼굴을 눈으로 훝기 시작했다. 거짓에 가려진채 이제껏 숨겨져 있던 진실된 얼굴

    이 남자의 눈앞에 있는것이다. 그리고 이 진실된 얼굴은 자신이 그 거짓된 얼굴을 끌고오며 저지른 자신도

    모르게 써내려간 '악플'의 성과물 이었다. 남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세상에 대

    한 '악플'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하는지.

    그 날 이후부터 남자는 근처의 골목 주변을 밤마다 돌아다니면서 가식적인 얼굴들, 거짓에 가려진 얼굴

    들, '악플'이 필요한 얼굴들을 죽여서 작은방안에 가두기 시작했다. 처음엔 첫번째 여자에게 그랬던 것 처

    럼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짓이기며 왔지만, 이젠 그것으로는 성이차지 않았다. 거짓에 가득찬 얼굴을 자

    신의 손을 통해 진실되게 만들고 싶었다. 자신만의 '악플'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 죽인 시체는 조심스

    럽게 등에 들춰 엎고 작은방으로 가지고 왔다. 여느때 처럼 화장에 떡칠이된 얼굴은 살아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똑같이 창백했다. 남자는 우선 철수세미로 여자의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남자가 한번씩 철수세미로

    여자의 얼굴을 닦을 때 마다 여자의 얼굴에 묻은 화장과 함께 살점또한 떨어져나갔다. 그렇게 얼굴 전체를

    철수세미로 닦아내자 이젠 무엇이 코이고 무엇이 입술인지도 모르는 고깃덩이 한 뭉치만이 남아 있었다. 남

    자는 아직 피가 고여흐르는 이젠 여자라고 짐작 할 수 있는 것은 길게 자란 머릿칼 밖에 없는 고깃덩이를

    경이로운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태고의 아름다움이 이런것인가. 피를가진 인간

    은 붉어야 한다. 지금 남자의 눈앞에 있는 것은 붉다못해 검붉지만 남자의 눈에는 발그레하게 물든 아름다

    운 '얼굴'이 보일 뿐이었다. 이렇게 남자의 작은방에는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얼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었다. 그럼에 따라 남자는 자신이 써내려간 악플을 세상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처음부

    터 생각해 오던 것이었다. 남자는 이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작은방을 뛰쳐나가 마트로 갔다. 마트에서 낚싯

    줄과 못뭉치와 망치를 집어든 남자는 곧바로 계산을 하고 작은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트 계산원

    에게 쥐여준 지폐에 피가 묻은것을 꿈에도 모른 채로.

    남자는 서둘러 자신이 쓴 악플들을 하나씩 천장에 매달기 시작했다. 시체의 피부와 정수리에 낚싯줄을 꾀

    고 낚싯줄을 못으로 천장에 고정시켰다.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새워 지금까지 만든 악플들을 작은방을 둘러

    서 달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美)의 박물관이 만들어 졌다. 적어도 남자의 눈에는 아름다웠다. 그렇

    게 작은방을 둘러싼 악플들을 빙빙돌아가며 감상하던 남자는 딱 시체 한구가 들어 갈 만한 곳이 비어있다

    는 걸 알았다. 그 곳엔 언젠가 부터 있던 시체 한 구가 놓여있었다. 다른 시체들에게 하나하나 악플을 달면

    서도 유독 그 시체에게 만은 손 대기가 꺼려졌다. 그만큼 그 시체는 아름다웠다. 눈이부시게 창백한 얼굴.

    어깨까지 내려온 곱슬한 머리. 뚜렸한 선을 가진 이목구비. 모든 것이 자신이 상상한 아름다움 이었다. 이

    런 완벽한 얼굴에 손을 댄다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그 시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을

    까. 작은방 밖에서는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는 아직까지 그 시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남자는 그 시체의 문제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아니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완벽한 아름다움에 못미치는 뭔가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고개를 들

    어 작은방을 둘러싼 악플들을 보았다. 피. 붉음.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 그래 이 얼굴에는 인간의 아름다움

    이 빠져있어. 남자는 그제서야 손에 철수세미를 들었다. 그리곤 그 완벽에 가까운,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

    은 얼굴에 철수세미를 가져갔다. 다른 어느 얼굴보다 창백한 얼굴에 철수세미가 닿자, 이윽고 붉은 피가 맺

    혔다. 남자의 눈에 붉은 액체가 맺히는 것이 보이자 남자의 손길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그래… 이거야…! 진정한 아름다움…!」



    남자의 손길이 빨라지는 만큼 창백한 얼굴은 붉게, 아니 불그스레하게 물들어 갔다. 남자는 그 어느때보다

    뜨겁게 흘러내리는 붉음이 느껴졌다. 자신은 지금 최고의 '악플'을 써내려 가고 있는 것이다. 어서 이 '악

    플'을 써서 작은방의 마지막 한켠을 채우고 싶었다. 이미 그의 마음 속엔 완벽한 아름다움이 되어 작은방

    에 걸린 '악플'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한켠을 채우면 이제 이 '악플'들을 세상에 공개 할 것이다. 세상사

    람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거짓된 세상속에 하나의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남

    자는 시체의 얼굴을 모조리 붉게 갈아엎었다. 그리곤 시체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 보았다. 자신의 써내려간

    악플을 감상했다. 그리곤 참을수 없이 떨리는 입술을 겨우겨우 떼며 말했다.



    「아름다워… 너… 무나…」



    세상에 두번다시 있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 이틀뒤 -




    「특보입니다. 오늘 아침 9시경 서울시 xx구 xx동의 건물 한켠에서 잔혹한 살인 현장이 발견 되었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현장이었다고 합니다. 이상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상혁 기자?」



    앵커의 다급한 말과 함께 뉴스의 화면이 전환되며 어느 시끌벅적한 장소에 서있는 기자 한명이 나타났다.



    「네 이상혁 기잡니다. 여기는 서울시 xx구 xx동의 건물. 이 낡은 건물에서 참혹한 살인 현장이 발견되었습

    니다. 모두 15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시체는 오직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여성의 얼굴이 참혹하게

    훼손되어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기자는 자신의 할 말을 마치고는 옆에서 카메라를 보며 가만히 서 있던 경찰에게 마이크를 댓다.



    「… 이 시체들은 에… 조사 결과 훼손된 얼굴은 철수세미…로 인한 훼손임이 밝혀졌습니다…」



    꽤나 떨리는 듯한 목소리의 경찰이 말을 더듬대며 하자, 기자는 다시 자신의 입으로 마이크를 가져갔다.



    「그리고 시체들은 모두 낚싯줄과 못을 이용해 천장에 고정되어 있는데요, 단 한구만이 천장에 고정되어 있

    지 않았습니다」



    「…아마 범인은 이 천장에 고정되지 않은 시체일 것입니다… 이 시체의 손에 잡혀있는 철수세미에서 나온

    혈액검사 결과 14구의 시체에서 나온 혈액이 모두 채취되었고, 가장 마지막으로 바닥에 있는 시체의 혈흔

    이 가장 늦게 응고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체가 취하고 있는 동작을 봤을 때. 범인 스스로가 자신의

    얼굴을 철수세미로 훼손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범인의 신원에 관해서는 평소 자신의 여자같은 외모

    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다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으며, 그 은둔 생활 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우발

    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기자는 이번에도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듯한 경찰의 말을 끊고는 다른 편에 서있던 젊은 청년에게 마이크

    를 가져갔다.



    「이 사건을 신고한 청년에게 그 당시의 상황을 들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갑자기 저희 마트에 와서 낚싯줄이랑 공구를 사가는 거에요, 이 동네에서 처음본

    사람인데다가, 남자같지 않게 피부도 하얗고, 머리도 길게 길렀길래 기억에 남았거든요. 근데 그 남자가

    준 돈에 피가 엄청 묻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이 동네에서 실종 사건도 잦고,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는

    데… 일이 이렇게 됐네요… 안타깝습니다」



    기자는 청년이 말을 꽤 그럴싸하고, 당당하게 말하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곤 이젠 깔끔하게

    치워진 사건현장 안으로 들어섰다. 소독을 한 직후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까지 피냄새가 채 지워지지 않았

    는지 기자의 얼굴이 순간 살짝 찌푸려졌다.



    「당시 시체들은 이 작은방 안을 둘러싸고 매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기자의 말과함께 카메라의 화면은 작은방의 못자국 투성이인 천장구석을 따라 돌았다. 그리고 다시 기자를

    비추었다. 기자는 방 한켠에 부착된 거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범인의 시체는 이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거울 앞에서 사망한 채로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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