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계단
홍일표
누가 날마다 태양에 불을 당기고
눈앞의 계단을 삼킨다
목구멍에 꺽꺽 걸리면
힘주어 계단을 구겨 넣는다
하루가 가고 다시 또 하루
가끔 늙은 계단은 비명을 지르고,
사람들 속을 수없이 들락거렸을
닳고 닳은 나무계단에 가시가 돋는다
그래도 일용할 양식,
튀어나온 계단을 안으로 다시 집어넣으며
누가 태양을 꺼트렸지?
다 타버린 태양의 검은 유골 속에서
가파른 계단을 삼키며 솟아오르는
둥근 해
아침부터 식탁을 점령한 계단 요리,
굵은 생선뼈를 오독오독 씹으며
하루가 가고
다시 또 하루,
잠시 태양의 전원을 꺼둔 사이
몸속으로 들어간 계단이 쇠뿔처럼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