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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울의 식성
    작성자 : 11th | 조회수 : 1556 (2010-04-05 오후 12:58:22)

    거울의 식성 

    홍일표  
     

    거울은 이빨이 없다

    연신 몸을 들락거리는 사람들, 우연히 방문하는

    길가의 가로수나 구름 한 점도 소화시킬 수 없다

    우물거리다가 다 토해내는

    거식증 환자다

    뼈만 남은

    발목 하나 담글 수 없는

    겨울하늘,

    새들이 일찌감치 발을 뺀 공지다

    나, 누구도 담지 못한

    꽝꽝 얼어붙은 거울을 깬다

    고해하듯

    와르르 뒤뜰 담장이 무너져내리고

    조각조각 혓바닥 베인 햇살들

    오랜 번민의 발자국을 안고 녹아내리는

    눈 속을 뒤적이면

    무청 같은 새파란 눈썹 하나 꿈틀댄다

    내 안의 퀭한 거울이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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