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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을 조정하는 약
    작성자 : carriet | 조회수 : 1793 (2010-03-11 오후 5:57:54)


    민수는 오늘도 욕을 해대며 하루의 고된 일과를 끝마쳤다.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 그였기에 이 정도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의 생활 수준을 등급으로 따지자면 중간 정도.
    그가 그리 불행할 것도 없었다.
    남들과 비슷한 정도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그것이 못마땅했다.
    남들과 같은 행복.
    그는 그것이 싫었다.
    그는 누구보다 더 행복해야 되고, 누구보다 더 돈이 많아야 하며, 누구보다 더 권리를 누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좋은 생각, 일을 함에 있어 추진력을 같게 되는 좋은 생각이었으나, 모든지 과하면 모자르만 못한 법.
    그는 그것때문에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어쨌든 그는 고된 피로를 녹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막 도착했을 무렵, 한 골목에서 어떤 노파가 노점을 하는 것이 눈에 띠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노점 앞에 세워진 한 글귀 때문이었다.
    [마음을 조종하는 약 팝니다.]
    그는 그것을 읽자마자 속으로 비웃었다.
    당연하다.
    마음을 조종하는 약이라.
    그런 걸 판다면 그 누가 보더라도 웃기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선 흥미가 돋는 게 인간의 심리.
    호기심. 그것은 그 어떠한 본성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는 것이었다.
    민수는 그 노파에게로 다가갔다.
    "할머니, 이 약 진짜에요?"
    노파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노파에겐 그게 최대한 친절한 미소일지 모르지만 다른 이가 보기엔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였다.
    "물론이지. 이 약을 상대에게 먹이면 그 자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지."
    "그래요? 부작용같은 건 없나요?"
    "부작용이라.....있지. 한번 상대의 마음을 조종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만약 다시 되돌리고 싶다면, 아니 다시 조종하고 싶다면 이 약을 재투여해야만 되지."
    그건 그리 부작용이라고 말하기엔 크지 않은 것이었다.
    "얼마죠?"
    "만원이다."
    "흐음."
    만원.
    이 말도 안되는, 사실유무, 아니 거짓이 확실할테지만, 이런 약에 만원이라.....큰 돈이긴 했지만, 속는 셈치고 사볼 정도로 싼 편이기도 했다. 보아하니 노파가 거지인 듯 하니, 자선하는 셈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나 주세요."
    "잘 선택했다네."
    민수는 음흉한 미소를 짓는 노파에게서 약을 건네받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 약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작은, 쌀알 같이 생긴 조그마한 약.
    고작 이걸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니.
    "큭큭."
    우스웠다.
    하지만 정말로 돈다면 그건 엄청난 대박이 아닐 수 없었다.
    왜 일까.
    이 약.
    진짜처럼 느껴진다.

     

     

     

     

    민수는 잠을 자고 일어나 또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또다시 반복된 고된 하루인데도 오늘은 그의 입에서 욕이 나오지 않았다.
    바로 약 때문이었다.
    이 약, 사실유무를 떠나서 매우 흥미진진한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이 약을 시험해볼 상대를 생각해두고 있었다.
    개발부 이예진 대리.
    그녀는 정말로 이곳에서 왜 일할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미모와 몸매, 지성을 두루 겸비하고 있었다.
    게다가 노래도 잘하고 인간관계, 성격까지 좋은 편이어서 연애인이든 모델이든 됐었어도 필히 이보다 더 큰 부를 누렸을 것이 확실했다.
    뭐, 어쨌든 그녀가 민수가 다니는 회사에 취직한 건 그에겐 더도덜도 없는 행운이니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이 걸 그녀에게 먹여, 정말로, 만에하나 이것이 진짜라면,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했으니 말이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업무도 하는둥 마는둥 하며 빨리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평소 짜증날 정도로 길던 그 시간이 오늘은 더더욱 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반드시 시간은 흐르는 법.
    마침내 점심시간이 돌아왔다.
    그리고 역시나 이예진 대리는 점심식사를 끝내고 휴게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안녕, 이대리."
    "아, 김과장님도 안녕하세요."
    "다들 어디가고 혼자 있어?"
    이대리가 혼자 있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나 마찬가지.
    "담배피러 갔죠 뭐, 헤헤."
    "박대리는?"
    "걔는 남자들보다 더한 꼴초에요."
    "음..그래?
    "예. 근데 무슨 일이세요? 하실 말씀이라도?"
    "아아. 요즘 이대리 모습이 안 좋아 보여서, 약이라도 하나 주려고...."
    "약이요?"
    "응, 이거 비타민제인데 여자들에게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 한 번 먹어봐."
    "와! 진짜요? 감사합니다 김과장님."
    이대리는 민수가 건넨 작은 알 약을 그대로 삼켰다.
    그녀가 착하고 인간성이 좋기도 하거니와, 상사가 건넨 약을 버리거나 거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녀가 약을 먹고 잠시 후.
    아니 거의 먹자마자 그녀의 눈이 살짝 풀린듯 보였다.
    민수 또한 이를 느꼈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 약이 가짜라면, 그녀의 이성이 남아 있었다면 크게 문제될 발언을 서슴없이 날렸다.
    "이예진. 너는 이제부터 나만 사랑해야 돼. 무조건."
    순간 이대리의 고개가 돌아가며 민수를 노려봤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민수 역시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문제적 발언에 놀란 후였으니까.
    그러나 결과가 좋았다.
    "예. 알겠습니다."
    ".......!"
    이 약.
    진짜다.
    진짜 마음을 조종하는 약이다!
    그는 그날 밤. 이예진, 그녀의 색기 넘치는 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천사와 섹스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은 쾌락의 절정. 그것도 자신의 늘 품고 싶었던 그녀였기에 그 쾌락은 이루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와 더욱 오래 있고 싶어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재빨리 집으로 돌아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노파를 찾아야했기 때문이다.
    이 약.
    그것만 있다면.........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다행히도 어제의 그 골목엔 그 노파가 여전히 노점을 열고 있었다.
    "할머니. 그 약. 하나 더 주세요. 여기 만원이요."
    씨익.
    노파는 이번에도 역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백만원."
    "예에? 가...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죠?"
    "그거야 파는 사람 마음 아니겠나?"
    ".....사죠."
    솔직히 안 사는 사람이 바보였다.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값으로 따지지 못할 엄청난 매리트가 있었다.
    그는 당장 근처 현금인출기로 달려가 돈을 뽑은 뒤, 그 약을 샀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약을 회사 사장에게 먹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는 부장으로 승진했다.

     

     

     

     

     

    모처럼의 휴일.
    그는 예진이와 데이트를 하던 중, 거리에서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다.
    예진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여자였다.
    민수는 그녀가 한 카페에 가는 것을 목격했고, 다음날 그녀가 그곳에서 일하는 것 역시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예상대로 노파를 찾아갔다.
    "천만원."
    "......사죠."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갖고 싶었다.
    게다가 부장이다. 사장은 자신의 편.
    승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돈은 얼마든지 벌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하하하!"
    "오빠, 좋아?"
    "응."
    그는 결국 그녀, 카페에서 일하던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녀와 황홀한 섹스를 하고 있었다.
    쾅쾅!
    그런데 갑자기 문이 두들겨졌다.
    무슨 일인가하며 간단히 옷을 걸치고 문을 열자 갑자기 한 여성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예진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민수는 설명을 하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칼.
    그것을 본 순간 온 몸에 공포가 엄습했다.
    "난 너를 사랑하는데!"
    그녀, 분명 그를 죽일 생각이다.
    그리고, 자신도 죽을 생각이었다.
    "내 말 좀 들어봐!"
    "변명은 필요 없어!"
    "젠장! 넌 이제 날 사랑 안해도 되니까! 네 갈 길가!"
    "난 이미.....당신에게 몸과 마음을 다 줬어!"
    날카롭게 파고드는 칼을 아찔하게 피한 민수는 불현듯 머리 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부작용.
    '젠장!'
    약......약을 사야 된다.
    약을 다시 사야만 돼!
    "우리 민수씨에게 무슨 짓이야!"
    그가 막 모텔을 빠져나온 순간, 뒤에서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였다.
    카페에서 일하는 그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녀와 예진이가 서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그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약.
    약을 사야했다.
    다시 노파에게 달려간 그는 숨을 헐떡이며, 약을 사려했다.
    "하아하아. 약 주세요."
    "1억."
    "예? 너무.....비싸잖아요."
    "사지 말든지."
    "........."
    사야했다.
    이대로 두면 정말로 그녀가 자신을 죽일 것이다.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 수중에 그런 큰 돈이 있을리가 없을 뿐더러,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도 그런 돈은 없었다.
    대출...대출을 해야 했다.
    하지만.........
    푸슉.
    늦었다.
    이미 민수를 따라온 그녀가 그를 죽였기 때문이다.
    피로 흥건한 그녀.
    카페에서 만난 그녀 역시 죽여버린 듯, 이미 피가 흥건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곳에서 자결했다.
    노파, 자신의 눈 앞에서 살인광경이 일어났지만 노파는 거의 마음의 변동이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불행하군. 이 약......이제 팔면 안 되겠다."
    노파는 노점을 치우며 궁시렁됐다.
    "그 총각처럼 자신에게 투여하면 좀 좋아? 자기 자신의 마음. 그것을 조종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해 질 것을........내일은 다른 것을 팔아야겠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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