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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을 피하는 부적
    작성자 : carriet | 조회수 : 1783 (2010-03-10 오전 11:43:07)

    지하철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느 누구하나 자신보다 무거워보이는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노파를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모두가 모른 척.
    두 눈이 멀쩡히 있음에도 모른 척할 뿐이었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삭막하기만한 매쾌한 곳에서 한 청년이 나섰다.
    그의 이름은 박민태.
    올해 24살인 그는 무거워 보이는 노파의 짐을 대신 짊어지고 계단을 올라갔다.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였지만, 그는 인상하나 찌푸리지 않고 노파를 도와줬다.
    아니, 오히려 이 짐을 들고 반이나 계단을 올라온 노파에게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와, 할머니 대단하시네요. 제가 들어도 이렇게 무거운 걸....."
    "어이구, 고맙네 청년."
    노파는 인자한듯 미소를 지었지만, 왠지모르게 사악한 기운이 감돌았다.
    청년은 그것이 그간 힘든 삶은 대변하는 듯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었다.
    "할머니,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솔직히 대학 수업시간에 쫓겨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이었던지라, 급하게 가봐야만 했던 민태. 그러나 노파가 워낙 안 되보여서 도와준 것이었다.
    "청년 잠깐만."
    "네?"
    "청년은 오늘 안에 죽겠구먼."
    "예?"
    이건 도대체 무슨 날벼락같은 소린가.
    기껏 도와줬더니만 악담을 퍼붓는 게 아닌가?
    오늘 죽는다니.
    민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아졌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분명히 운세가 그려. 잠깐만 있어봐."
    노파는 그렇게 말하고선 자신의 짐보따리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이내 한 종이를 민태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죽음을 피하는 부적일세. 저승사자가 오걸랑 이 부적을 보여주면 자네는 살 수 있을거야. 하지만 저승의 법률에 따라 자네 대신 한명을 대려가야 하네. 청년이 할 일은 그저, 근처에 있는 사람 한명을 대리로 지목하면 돼."
    "아......예, 알겠습니다."
    노파의 치매기가 보이는 말에 민태는 오히려 안타까웠다.
    노파를 더욱 불쌍하게 여기게 된 그는 얼덜결에 부적을 받아들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갔다.

     

     

     

     


    "으으, 피곤하다."
    강의 시간에 늦어 지각으로 체크되고, 또 강의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 다음 시간이 기말고사인데 이건 아주 큰 타격이었다.
    그래도 노파를 원망하진 않았다. 오히려 힘든, 그것도 치매에 걸린 듯한 노파를 도와 뿌듯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친구들과 간단히 밥을 먹고 집으로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얘기치않게 일이 커져 술을 마시고 노느라 시간이 꽤나 지체됐다.
    술기운도 술기운이지만 늦은 시간 때문에 더욱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민태는 지하철 시간이 끊기기 바로 직전에 간신히 탈 수 있었고, 안락한 지하철 의자에 앉아 곤한 몸을 주물렀다.
    비록 술기운 때문일테지만, 오늘따라 유독 싸늘한 기분이었다.
    특히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승객이 자신 혼자라는 것은 왠지 모르게 으시시했다.
    아니, 승객이 한 명 있긴 있었다.
    도대체 지금 이 시간에 왜 지하철을 탔는지 의문인 한 꼬마, 넉넉 잡아도 14살 안팍으로 보이는 녀석이 타고 있었다.
    뭐, 그거야 그렇다고 치고, 이 으시시한 기분.
    그리고 갑자기 낮에 노파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민태는 문득 소름이 돋아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1시 59분.
    그리고 잠시 후, 0시가 됨으로써 오늘이 어제가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애초에 믿질 않은 얘기였지만,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지하철이 한 역에 멈춰서자, 어떤 검정 복장을 입은 사내가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리고 수많은 빈 자리 중, 유독 자신의 옆에 앉는 것이었다.
    사내가 옆에 붙자, 싸늘한 냉기는 지독할 정도로 자신의 살갗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의 입에선 사기, 죽음의 기운이 범인인 그가 충분히 느낄 정도로 짙고 강했다.
    "가자, 박민태. 오늘 너의 수명이 다한 날이다."
    "............!"
    거짓말,혹은 미친소리라고 여길 수 있었다.
    아니, 분명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찾아와 저런 말을 한다면 헛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민태에겐 그럴 수가 없었다.
    노파가 미리 언질을 줬기 때문에?
    아니다.
    이 사내에게서 뿜어져 나온 말.
    그건 인간이 낼 수 없는 기운이며 음성이었다.
    그 누가 듣더라도 이 사내.
    저승사자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자가 수명이 다했다고 한다.
    믿기 힘들지만, 죽는 것이다.
    자신이 죽는 것이다.
    24살. 아직 젊은 나이.
    인생을 막 살아갈 나이에 죽는다니,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문제였다.
    민태는 순간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불현듯 떠오르는 하나가 있었다.
    "잠시만요! 어, 어디다 뒀더라."
    민태는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지갑 핸드폰, 담배, 라이터. 등등 쓸모 없는 것들이 잔뜩 나왔다.
    "찾았다!"
    그 중에서 그가 가장 원하던 것.
    노파가 준 죽음을 피하는 부적.
    물론 믿진 않는다.
    그것 받았을 때부터.
    심지어 지금 그것을 저승사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바로 지금까지.
    그러나 한번 시도 해봄직하지 않는가?
    죽음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한 일말의 가능성.
    충분히 시도해볼만했다.
    아니 해야만 했다.
    ".....이 부적........어디서 났는지 모르지만, 꽤나 귀중한 걸 얻었구나."
    저승사자의 반응.
    정말로, 노파의 말대로다.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좋아, 오늘 너를 살려주마. 자, 그 대신 너를 대리로 저승에 갈 사람을 지목해라. 단 이 근처에 있는 사람으로 해. 괜스레 내가 찾아가는 수고를 끼치지 않도록."
    "예. 이 근처에 있는 사람이라면...."
    민태는 주변을 둘러봤다.
    '젠장.'
    그제서야 생각이 난 것일까.
    술기운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죽음이란, 저승사자의 존재 때문에 미처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이 주변의 사람이라곤.......
    꼬마.
    그것도 14살 정도로 보이는....
    자신이 살기 위해 저 꼬마를 희생해야 한다고?
    ".........."
    그래, 어차피 모르는 꼬마다.
    그것을 떠나 자신의 목숨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민태는 아무것도 모른 체 자고 있는, 꼬마의 모습을 슬쩍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죽음이다.
    자신의 죽음!
    상대가 꼬마라 할지라도.........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저승사자님."
    "말해라. 누굴 너의 대리로 삼겠는가."
    민태는 허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절 데려가세요."
    "....장난하는 거냐? 이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기다려줄 순 있다. 하지만 저기에 꼬마가 있지 않느냐."
    "아뇨. 저 대신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설령 저 꼬마. 아니 그 누구라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차라리 제가 죽겠어요. 어차피 제 수명이 다한 거라면서요?"
    ".....좋다. 그럼 너의 뜻대로 너를."
    "살려주마."
    "......?"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앳된 목소리에 놀란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언제 왔는지 꼬마가 옆에 앉아 있었다.
    "할매말대로 보기드문 청년이군. 좋아좋아, 아주 기분 좋아. 원래 네 수명이 2010년 3월 8일이었는데, 이걸 이렇게 고쳐서.........2050년으로 고쳐주겠다. 그때까지 잘 살아라."
    "자, 잠시만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비록 꼬마였지만, 그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민태. 게다가 옆의 저승사자 역시 꼬마에게 아무 말도 못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보통 꼬마가 아니라는 생각에 절로 존칭이 나오는 그였다.
    "말 그대로네. 너의 그 착한 마음씨에 너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야. 착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이 사바세계가 좋아지지 않겠냐?"
    "그....그럼 절 시험하신 건가요?"
    그의 말에 꼬마는 '음~'하며 대답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 부적은 진짜다. 네가 너의 희생양으로 날 지목했다하더라도 너는 살았을 것이야."
    꼬마, 매우 음흉한, 꼬마에게서 아니 인간에게서, 아니 옆의 저승사자와는 비교도 안 될 사악함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 기간은 단 하루일 뿐이지. 너가 그 부적으로 살아봤자, 하루란 얘기다. 자, 그럼 나는 이만 가마. 잘 살아라."
    화륵!
    부적이 갑자기 불타오름과 동시에 순식간에 사라진 꼬마의 모습. 그리고 저승사자.
    이 믿기지 못할 상황에 그는 자신이 술에 취해 헛걸을 보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종이조각이 탄 재의 흔적이 지금 이것이 실제상황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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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2 신의대리인 (2010-03-15 00:45:25)
    공포가 아니라 몬가 교훈을 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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