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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carriet | 조회수 : 1323 (2010-03-08 오후 9:20:30)


    깜깜한 방

    전등을 찾아 이리저리 더듬 거려봤지만, 스위치라 생각되는건 만져지지 않았다.

    아니, 이 방안은 빈 상자와 같이 나 외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는 듯 했다.

    갑자기 왜 내가 이 곳으로 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가지 확실한건 난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앉아서 '신'이라는 존재에게 기도를 하는것 뿐이다.

    평소에는 눈꼽만큼도 보이지도 않던 신앙심이 위급해지니 이 방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깊어지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나님, 부처님, 제가 이 곳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원래 무교였던지라 생각나는건 하나님, 부처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빌었을까

    내 눈앞에 구멍이 생겨났다.

    '이 곳이 출구인가?'

    손을 뻗어봤지만 그것은 벽에 그려진 영상에 불과했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어찌하여 그렇게 간절히 '신'을 찾는가?"

    마치 누군가 내 옆에서 말하는듯해 팔을 이리저리 휘저어 봤지만 팔은 그저 허공만을 맴돌뿐이다.

    "전 이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제가 어떤 죄를 지었기에 이런곳에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부디 이 곳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을 알고 계신다면 알려주십시오."

    내가 말을 마치자, 갑자기 엄청나게 큰 웃음소리가 내 귀를 맴돌았다.

    인상을 찌푸린채, 귀를 막고 한참을 있으니 웃음소리가 그쳤다.

    "그렇다면 이 모습을 보고 느낀점을 말해보아라."

    벽에 그려진 듯한 영상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걷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 듯한, 그래, 저것은 사람이라기 보다 사람의 '그림자'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모습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온통 시꺼먼 모습

    하지만 드문 드문 '그림자'가 아닌 '진짜 사람'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은 생기가 돌고 있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거지?'

    그들을 자세히 살펴봤으나, 내가 살던 곳에 사람들과는 다른 점은 없는것 같았다.

    돈이 많아 보이지도 않았으며, 그저 출근때면 언제나 사람들 틈에 끼어서 출근을 하고 집에는 평범한 부인과 평범한 아이가 있을 뿐, 전혀 달라보이지 않았다.

    "이것을 보고 뭐가 느껴지는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쩐지 저 사람들은 행복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저 시꺼먼 사람들은 어때 보이는가?"

    "저것이 '사람'인지 '그림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그래, 잘 보았다."

    허공속에 목소리가 말을 끝내자, 영상속에 시꺼먼 '그림자'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진짜 사람'들이 있었다.

    "너희들에게는 모두 이렇게 보일것이다."

    "네,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구나."

    방금전까지 '진짜 사람'이었던 것들이 또 다시 '그림자'로 변했다. 그러나 '그림자'로 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눈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이렇게 보인다."

    "저.. 아까부터 궁금한게 있습니다만, 저 까만 '그림자'는 무엇입니까?"

    "'그림자'든 아니든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왜 당신의 눈에는 똑같은 사람이 '그림자'로 보이고 또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입니까?"

    "그게 그렇게 알고 싶으냐?"

    "네, 궁금합니다."

    말을 마치자, 벽속에 영상은 갑자기 어느 큰 교회로 바뀌었다.

    "자 이곳이 어디인가?"

    "어느곳에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교회인것은 확실합니다."

    "교회라고?"

    허공속의 목소리는 흥미가 느껴지는 듯, 또 다른 영상을 보여주었다.

    아마 그 교회의 내부 모습 인것 같았다.

    밖에서는 그렇게 화려한 모습의 교회였으나, 안은 썩을대로 썩어 있었다.

    "너희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알고 그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종교'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을 만들어 그 '신'이라는 존재가 자신들을 '구원'해 줄거라 굳게 믿고 있다. 너희들은 오직 '너희들만의 구원을 위해 기도할 뿐,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종교의 기본 원칙은 '나를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이다. 대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종교도 더러 있으나, 너희들이 믿는 '예수교'에서는 '오른손이 한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고 가르쳤다. 너희들이 '봉사'한다며 여기저기 떠벌리는 것은 순전히 '봉사정신'에서 나온것이 아닌 '자기 선전'에 불과하다. 또한, 교회의 크기만 늘릴 줄 알지. 그 돈으로 남을 도와줄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는다."

    무슨말인지 이해는 잘 가지 않았으나, 한가지 확실한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등에 십자가를 지고 마이크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인간들을 말 하는것 같았다.

    "이 교회는 겉으로는 번지르르 하지만, 속은 이미 썩을대로 썩어있다. 자신을 목자라 칭하는 자들은 '신'을 팔아 먹고 사는 '장사꾼 혹은 사기꾼'에 불과하며, 이 교회는 '신'을 모시는 곳이 아닌 '신도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영업장'에 불과하다. 그 어떤 '신'이 자신에게 돈을 내고 기도를 하면 천당에 보내준다고 했는가?"

    "그렇다면 다른 종교는 어떻습니까?"

    나의 말이 끝나자 영상속에 교회는 사라지고 절이 나왔다.

    "이곳은 어디로 생각 되는가?"

    "이곳 역시 어느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절 인듯 합니다."

    허공속의 목소리는 또 다시 웃더니 그 절의 내부를 보여주었다.

    역시 교회와 다를 바 없이 썩을대로 썩어 있었다.

    "너희들이 절에 모시고 있는 '부처'가 너희들에게 뭘 가르치려고 했는지 아는가?"

    "전 무교인지라 알 도리가 없습니다."

    "너희들이 부처라 칭하는 자는 흔히들 '중생'이라고 부르는 너희들에게 '깨달음'을 설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그 '깨달음'은 너희들은 '원래부터 부처였으며, 본래 깨달음을 얻은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결국 한 방편으로서 '극락'이라는 것을 설명하며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를 배풀고 참회하면 극락왕생'할 것이라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 극락이 어디인지는 아는가?"

    "극락은 방금 보여주신 교회에서 말하는 천당이 아닙니까?"

    "그렇지. 그렇지만 그 극락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닌 바로 '이 세계가 극락이다.' 이것이 부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를 배풀고 참회를 하면 너희들은 너희 자신이 부처라는 것을 깨닫게되고 너희가 부처라는것을 깨닫게 되면 이 세계가 극락이라는것을 알게되니 곧 이 세계가 극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절은 왜 이렇게 썩어 있습니까?"

    "지금은 그 어떤 종교도 깨끗하지 않다. 아까 말했듯이, 부처는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를 배풀라고 했지, 자신의 복과 명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곳에 승려들을 봐라. 자신들이 '비구계'를 받고 이른바,'속세'를 떠나왔다고 하지만, 정작 일반인들과 다른것은 머리를 삭발하고 승복을 입은것 뿐이지, 이 곳에 승려들 역시 '부처'를 팔아 '돈'을 벌지 않느냐? 또한, 나라에 법이 있고 비구 역시 '계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들은 그 '계율'을 무시한채 살아가고 있다. '기도비'를 받고 자신의 명과 복을 빌어주는 것이 '무속인'이 할 일이지.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 그 가르침을 중생들에게 알려주어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승려'들이 할 일인가?"

    "하지만, 제 생각에는 비구도 사람인데 어떻게 규율을 잘 지키겠습니까, 사람들도 길에 침을 뱉고 작은것도 서로 뺏으려 하는데.."

    "규율을 지키기 어렵다면 뭐 하러 승려가 되는가? 너희 불교에서 말하는 '어리석은 중생'이 되어 어리석게 살다 죽으면 되는것 아닌가? 과연 이 '승려'들이 진심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것 처럼 보이는가? 내 눈에는 자신들이 '이 우주에서 가장 거룩하다는 부처를 팔아서 돈을 버는 장사꾼'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왠지 무교로 살아온것이 오히려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겨우 종교만으로 왜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자'로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종교를 보여준 것은 너희들의 썩어있는 그 모습의 일부분을 보여준 것이다."

    벽안의 영상은 또 다시 바뀌어 '그림자'들이 줄지어 걷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잘 봐라. 행복해 보이는가?"

    "얼굴이 보이지 않아 그 감정을 알 수 없습니다."

    "이 모습이 바로 너희들의 모습이다. 그럼 이 사람들은 어떤가?"

    허공속의 목소리가 보여준 것은 아까의 '진짜 사람'이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별로 다를건 없어 보이나, 굉장히 행복해 보입니다."

    "그렇다. 이 사람들은 행복하게 느껴지지만, 아까 그림자들은 전혀 그런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넌 행복의 기준이 어떤것이라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남들보다 위에 서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면, 행복해지는것 아닙니까? 사람들이 불행해 하는것도 모두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다 보니 생기는 것이고..."

    "하지만 방금 너의 입으로 저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과는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인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것은..."

    "행복이라는 것은 모두 자신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행복의 척도로 잡고 그 물질만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상 생활에서의 사소한 것들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이 두가지는 어떻게 다를까?"

    "잘 모르겠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행복의 척도로 잡은 사람들은 아무리 큰 돈이 들어오더라도 그 순간만을 행복해 할 뿐, 또 다시 불행해진다. 혹시나 누군가 이 돈을 훔쳐가지는 않을까 하는 식으로 오히려 불안에 떨며 산다. 또한, 그 순간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시 돈을 모으려 한다. 그러다 모든것을 잃게되면 결국 영원한 불행에 빠져 헤어나질 못한다. 반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행복의 척도로 잡는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해도 항상 행복하다. 비록, 남들이 '그렇게 빈곤하게 살면서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라고 말을 하여도 그 사람들은 돈이 있건 없건 행복하다."

    "그렇다면 행복해 지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합니까?"

    "물질만을 바라본다면,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너희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들이 오히려 너희를 지배하게 된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정신적으로 행복한 삶이 진정한 행복인것이다."

    "그렇다면 아까 보여주신 종교는 어떤 의미입니까?"

    "그것은 너희들의 썩은 모습의 일부분을 보여준것이다. 너희들은 조금더 편하고 안락하게 살기 위해 시간과 돈을 만들었지만, 그 시간과 돈은 너희 머리속 깊히 뿌리박혀 너희들을 조종하고 있다. 그것들을 떨치고 종교에서 말하는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을 산다면 너희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서 대해야지, 그 사람의 계급과 돈을 보고 대한다면, 계급,돈과 대화하는 것이지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

    "아까 나와 처음 대화했을 때, 이 곳을 빠져나가고 싶다고 했지? 그렇다면 내 물음에 답해보거라. 너는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허공속의 목소리는 또 한번 크게 웃더니 사라졌다.

    난 여전히 이 깜깜한 방안에 갇혀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깜깜한 방을 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은 현실속의 내가 '그림자'가 아닌 '진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난 아직 '그림자'에 불과하다.

    -End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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