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맨드라미 따라 왼쪽으로 걷다 보면요 잘 생긴 살구나무 한 그루 보일 거예요 누런 살구가 다래다래 오지게도 열렀더군요 거기 나무 아래서 일곱 시 정각에 만나요 살구나무가 있었나요? 삼 년을 넘게 살면서도 무슨 나무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살아요 약속장소를 나무 아래로 정해 보았다
(임의진의 시 〈약속장소〉 전문)
▶임의진 《사랑》(샘터사, 2004), 104쪽◀
예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집 근처 탱자나무 울타리 옆에서도 만났고, 동구밖 물레방앗간에서도 만났고, 보리밭 사잇길에서도 만났습니다.
놀이터에 있는 살구나무 아래, 동네 작은 공원 안에 있는 정자 안, 성당 뜰안에 있는 성모상 옆…. 약속 장소로 잡기에 멋진 곳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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